미국 육군, 여군에게 ‘남성 기준’ 체력시험 적용…그리고 대한민국이 직면한 과제
2025년, 미국 국방부가 세계 군사계에 던진 파장은 단순한 체력시험 개편을 넘는 사회적 논쟁으로 확산되었다. 그 중심에는 피트 헤그세스 국방장관의 단호한 명령이 있었다. 전투보직에 배치된 여군도 이제는 남군과 동일한 체력 기준을 통과해야만 현역으로 복무할 수 있다는 지시가 내려진 것이다. 이와 같은 조치는 곧바로 새로운 육군체력시험(AFT)의 도입으로 이어졌고, 전투병과에 복무 중인 여군들에게 중대한 변화를 예고했다.
기존의 육군전투체력시험(ACFT)은 성별과 나이에 따라 달라지는 기준을 채택하고 있었지만, 이번 AFT는 남녀 구분 없이 동일한 기준을 적용한다. 특히 데드리프트, 릴리즈 푸시업, 스프린트-드래그-캐리, 플랭크, 2마일 달리기 등 5개 항목으로 구성된 시험은 모두가 일정 기준을 통과해야만 합격할 수 있으며, 한 항목이라도 기준에 미달하면 탈락 처리된다. 연속 두 번 시험에 불합격할 경우에는 제대 조치된다.
이번 조치는 단순한 시험 개편이 아니라, 피트 헤그세스 장관의 철학을 정책화한 결과물이다. 주방위군 보병 장교 출신인 그는 오랜 기간 여군의 전투병과 배치에 대해 회의적인 입장을 고수해 왔으며, 최근에는 “전장은 이상이 아닌 현실이다. 전투력은 타협할 수 없는 기준”이라는 입장을 여러 차례 밝혀왔다. 그의 주장은 단순한 성 차별이 아닌, 실전성과 효율성을 우선하는 군의 본질적 목적에 기반한 것이다.
사실 미 국방부는 지난 2016년부터 여성에게 전면적으로 전투병과를 개방해 왔다. 2013년에는 제한적으로 일부 병과만 허용했지만, 2016년 오바마 행정부는 ‘금녀의 벽’을 공식적으로 철폐하며 전 병과, 전 직책을 여성에게도 동일하게 개방한 바 있다. 현재 미군 병력 중 여군의 비중은 약 15.6%에 달하고 있으며, 실제로 다수의 여군이 보병, 포병, 특수부대 등 고강도 병과에서 활동하고 있다.
하지만 체력 문제는 늘 논란의 중심이었다. 2018년, 기존의 APFT(신체 적합성 시험)를 대체해 도입된 ACFT는 남녀, 연령을 불문하고 동일 기준으로 평가하는 방식을 채택했으나, 시험 결과는 성별 간 격차를 그대로 드러냈다. 미 상원 군사위원회에 따르면 남성의 불합격률은 10% 수준이었던 반면, 여성의 불합격률은 65%에 달했다. 특히 여성들이 철봉에 매달려 두 무릎을 턱까지 끌어올리는 동작에서 큰 어려움을 겪었다는 평가도 있었다.
당시 논란은 “공정함”을 명분으로 시험 기준을 낮추는 방식으로 봉합되었다. 2022년 바이든 행정부는 여군에 대해 낮은 기준을 적용하는 방향으로 정책을 수정했다. 그러나 이는 실전성 측면에서 오히려 전력화를 저해하고 있다는 비판에 직면했고, 결국 3년 만에 다시 ‘동일 기준’ 체제로 복귀하게 된 것이다. 다만, 이번 체계에서도 남군 기준에는 미달하지만 여군 기준을 충족한 장병의 경우에는 전투보직에서 비전투보직으로 전환될 수 있도록 선택의 여지를 남겼다.
뉴욕타임스를 비롯한 미국 내 주요 언론은 이번 조치가 여성 인력의 전투보직 진입과 유지에 부정적 영향을 미칠 수 있다는 우려를 제기했다. 실제로 고강도 기준을 맞추지 못하는 여군이 전투병과에서 이탈하거나, 복무 자체를 기피할 가능성도 제기되고 있다. 반면 미 육군은 “모든 병과는 모든 장병에게 열려 있지만, 그 문턱은 누구에게나 동일해야 한다”는 입장을 분명히 했다. 준비되지 않은 병력을 무리하게 전투에 투입하는 것은 생명을 위협하는 행위이며, 전투력 확보라는 군의 본질적 사명을 저해할 수 있다는 것이다.
이번 결정은 단지 미국 내 논쟁에 그치지 않고, 전 세계적으로도 ‘군대 내 성 중립’에 대한 논의를 다시 활성화시키는 계기가 되고 있다. 특히 대한민국의 경우, 병역 자원 감소와 여군 확대, 여성 징병제 논의 등이 복합적으로 얽히며 유사한 논쟁이 시작되고 있는 상황이다.
국군도 이제 선택의 기로에 서 있다. 단지 인구 절벽을 대체할 ‘병력 확보 수단’으로 여군을 활용할 것인지, 아니면 실질적으로 전투력을 확보할 수 있는 ‘능력 중심의 전력화’ 관점에서 여군 확대를 설계할 것인지에 대한 고민이 필요한 시점이다. 현재 한국군의 체력검정체계 역시 병과·성별·계급에 따라 차등화되어 있으며, 일부 전투보직에 지원한 여군들이 실질적으로 해당 임무를 수행할 준비가 되었는지에 대한 기준은 여전히 모호하다.
앞으로 대한민국이 병역제도 개편을 추진하면서 여성의 참여를 본격화하려 한다면, 미국의 사례는 중대한 참고가 될 수 있다. 단순한 평등 구호나 ‘공정성’이라는 이름으로 기준을 완화해선 안 된다. 진정한 성평등은 동일한 기준, 동일한 책임에서 시작된다. 군은 낭만이 아닌 현실이고, 군대의 임무는 이상이 아니라 생존이다. 누구든 전투복을 입었다면, 그에 맞는 무게를 감당해야 한다.
결국 군대는 ‘누구나의 공간’이 아니다. 훈련을 견디고, 기준을 통과한 자만이 전장을 지킬 수 있다. 피트 헤그세스 장관의 질문은 단순하면서도 본질적이다. “당신은 진짜 전투할 수 있는가?” 이 질문은 이제 우리 군에도 향하고 있다. 그리고 그 답은 체력검정표에, 전투력 평가지표에, 그리고 정책결정자의 용기에 달려 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