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병영정책, 지휘 공백 해소를 위한 간부 전환방안

by 김재균ㅣ밀리더스

최근 수년간 대한민국 병영문화는 과거와 비교할 수 없을 만큼 빠르게 변화했다. 병사 월급은 최저임금을 상회할 수준까지 인상되었고, 식단은 과거의 단조롭고 부족한 급식 수준을 넘어서 영양가 있는 다양한 메뉴로 구성되고 있다. 생활관에는 냉난방과 공기청정기, 세탁기까지 갖추어졌고, 일과 후에는 휴대전화 사용도 가능해졌다. 이러한 변화는 병사 개인의 인권과 생활환경을 향상시키는 데 긍정적인 영향을 주었고, 사회적으로도 환영받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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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러나 이 모든 변화가 병사 중심으로만 이루어지면서 정작 군대의 중간지휘계층인 간부, 즉 부사관과 위관급 장교들은 정책의 사각지대에 놓이게 되었다. 병영문화 개선의 혜택은 대부분 병사에게 집중되었고, 그로 인해 발생하는 행정 및 생활지도의 부담은 간부에게 전가되는 구조가 형성되었다. 간부는 병사를 위한 보호자가 되었지만, 정작 본인의 보호와 지원은 받지 못하는 현실 속에서 탈진하고 있다.


간부 붕괴의 실제: 지휘의 사각지대가 시작되고 있다

현장의 간부들은 병사의 인권과 복지를 존중하고 실현해야 한다는 책무를 진심으로 이해하고 있다. 하지만 그 책임을 수행하는 과정에서 간부 자신이 감당해야 할 업무는 점점 가중되고 있다. 병사 관리, 복무 상담, 생활 민원, 행정 문서 작업, 사고 예방 활동 등 본연의 지휘와 무관한 업무가 점점 늘어나고 있으며, 이러한 환경은 간부에게 육체적 피로뿐 아니라 정신적 탈진을 유발하고 있다.


특히 복무기간이 단축되면서 병사와 간부 간의 관계 형성 시간이 충분하지 않게 되었고, 결과적으로 병사를 통제하고 이끌기보다 단기적으로 유지하는 방식으로 변화하였다. 초급간부 한 명이 수십 명의 병사를 동시에 관리해야 하는 상황에서, 병사 한 명 한 명의 상태를 제대로 파악하거나 지도하는 것은 사실상 불가능에 가깝다.


현행 간부 인력정책의 구조적 한계

현재 간부에 대한 정책은 다음과 같은 구조적 한계를 갖고 있다.

첫째, 급여 수준의 문제다. 병사 월급은 최근 5년 사이 400% 이상 인상되었지만, 초급간부의 실질적 처우는 그에 미치지 못한다. 특히 하사~중위 계급은 기본급 외에 특별수당이나 복지 지원이 제한되어 있으며, 일부는 병사보다 실수령액이 적은 경우도 존재한다. 이로 인해 간부가 되겠다는 지원자는 줄어들고 있고, 복무 중인 간부도 직업적 자긍심을 유지하기 어려운 상황에 놓여 있다.


둘째, 진급과 경력개발 시스템의 한계다. 군 내부에서는 진급이 정체되어 있고, 공정성과 투명성에 대한 신뢰도 낮다. 부사관의 경우 10년 이내 전역률이 45%에 육박하고, 장교의 경우도 중위~대위 단계에서 대거 이탈이 발생하고 있다. 이는 군이 간부의 중장기 커리어 설계에 대한 체계적인 관리 및 인센티브 시스템을 갖추지 못하고 있다는 방증이다.


셋째, 가족을 동반한 군 복무에 대한 배려가 부족하다. 간부 숙소는 수요의 60%에도 미치지 못하고 있으며, 특히 지방 부대는 출퇴근이 불가능한 위치에 배치된 간부가 다수다. 기혼 간부의 42%는 가족과 떨어진 주말 부부 생활을 하고 있으며, 이로 인한 심리적 소외감은 군 생활에 대한 회의감으로 이어지고 있다.


정책 목표: 간부 중심 병영 시스템 재정립

군의 지휘체계를 유지하고, 조직의 중추인 간부를 보호하기 위해 정책적 방향 전환이 시급하다. 다음은 본 정책 제안의 핵심 목표다. 첫째, 초급간부의 복무유지율을 높이고, 조기 이탈을 방지하는 것이다. 둘째, 병사 중심에서 간부와 병사의 균형적 구조로 병영 정책의 방향을 전환하는 것이다. 셋째, 지휘체계의 붕괴를 예방하고 중간 허리 역할을 복원하는 것이다. 넷째, 장기 복무를 유도할 수 있는 경력관리 및 전문성 강화를 통해 간부의 지속가능한 복무 환경을 조성하는 것이다.


정책대안: 간부 인력정책 전환을 위한 6대 전략

첫째, 간부 정착지원금 제도 도입이다. 이 제도는 민간 중소기업의 장기근속 유도 프로그램과 유사한 방식으로 설계할 수 있다.

둘째, 간부 전용 숙소 보급 확대와 군 주택 바우처 도입이다. 현재 60% 수준에 머물고 있는 숙소 보급률을 5년 이내에 85% 이상으로 확대하고, 출퇴근이 어려운 지역 근무자의 경우 전세자금 보조 바우처를 통해 주거 문제를 실질적으로 해결할 수 있도록 한다.

셋째, 병영 내 복합 보조 인력 제도를 도입한다. 행정, 민원, 생활지도, 심리상담 등의 업무를 민간 군무원이나 사회복무요원 등에게 분산하여 간부가 본연의 지휘와 작전 임무에 집중할 수 있도록 하는 병영업무 분업화를 추진해야 한다.

넷째, 진급 구조 개편과 경력관리 시스템 확립이다. 기존의 고정 연공서열 방식에서 벗어나 성과 기반의 평가 및 진급 체계를 도입하고, 군 경력과 민간 자격을 연계하는 방안—예를 들어 부사관 교육과정을 국가기술자격 취득과 연결하는 시스템—을 마련한다.

다섯째, 복무 중 사기진작 프로그램을 강화한다. 간부 대상 심리상담 프로그램, 심리 소진 예방 교육, 간부 역량강화 교육, 국외 군사 연수 등 실질적 동기 부여와 리프레시 시스템을 확대 운영해야 한다.

여섯째, 전역 간부 및 예비역 인력을 활용한 보조지휘체계 정립이다. 미군처럼 전역 간부를 일정 기준에 따라 재고용하거나 상근 간부로 활용하여 지휘 부담을 분산하고, 교육, 문서, 경계 업무 등에 투입할 수 있는 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결론: 간부가 떠나는 군대는 작동하지 않는다

군대는 병사로만 구성되는 조직이 아니다. 병사를 교육하고 지휘하며 군이라는 조직의 핵심 기능을 수행하는 것은 바로 간부들이다. 이들이 무너지면 병영 문화도, 전투 준비도, 국가 안보도 무너질 수밖에 없다. 지금까지의 병영정책이 병사 복지에 집중했다면, 이제는 간부 중심의 균형 회복이 필요한 시점이다. 지휘를 맡는 간부가 안심하고 일할 수 있는 환경, 군인의 길을 걷는 것이 희생이 아니라 보람이라는 인식을 심어줄 수 있는 병영정책의 전환이 시급하다. 간부를 지켜야 군이 지켜진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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