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리고 대한민국은 어떤 자세를 취해야 하는가
전운이 감도는 중동, 다시 불붙은 핵 위기 2025년 6월, 미국이 감행한 이란 핵시설 공습 작전, 코드명 '미드나잇 해머'는 국제사회를 충격에 빠뜨렸다. 미 국방부는 이번 작전이 "예방적 타격"이라 주장하며, 이란이 핵무기 개발을 임박하게 추진하고 있다는 정찰정보에 근거했다고 밝혔다. 이스라엘은 환영의 뜻을 표했고, 이란은 즉각 미사일 보복을 감행했다. 이 일련의 과정은 단순한 국지 분쟁을 넘어, 세계 안보와 동북아 정세에까지 영향을 주는 전략적 대전환이라 평가된다. 본 글에서는 미국과 이스라엘이 이번 작전을 통해 얻고자 한 목표를 분석하고, 이러한 상황 속에서 대한민국이 취해야 할 전략적 태도에 대해 고찰하고자 한다.
미국의 전략적 목표: 핵 억제와 글로벌 리더십 회복
(1) 이란 핵 개발 억제: 군사적 레드라인의 실행 미국은 이란의 핵무장 가능성을 절대 용납하지 않겠다는 입장을 수차례 천명해왔다. 그러나 외교적 노력, 특히 JCPOA(포괄적 공동행동계획) 재협상이 좌초되면서 군사 옵션이 전면에 부상했다.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바로 이러한 결단의 산물이었다. 미국은 이번 공격을 통해 이란의 핵 개발 속도를 최소 수년간 지연시킬 것으로 기대하고 있으며, 이는 향후 이란과의 협상에서 유리한 고지를 점하는 카드로 활용될 것이다.
(2) 국제사회에서의 지도력 회복 최근 몇 년간 미국의 국제적 리더십은 상당히 흔들렸다. 아프가니스탄 철수 과정의 혼란, 우크라이나 전쟁에서의 피로감, 대만 해협을 둘러싼 중국과의 긴장 등 여러 요인이 복합 작용했다. 이런 가운데 미국은 이번 작전을 통해 "여전히 세계 안보의 중심은 미국"이라는 메시지를 명확히 했다. 이는 유럽, 일본, 한국 등 전통적 동맹국들에게 미국의 존재감을 재확인시키는 계기가 되며, 나아가 중국과 러시아에 대한 간접적 경고 메시지이기도 하다.
(3) 국내 정치적 효과: 강한 지도자의 이미지 강화 트럼프 대통령은 이란 공습 직후 "평화를 위해 망치를 들었다"는 강력한 발언을 남겼다. 이는 국내 지지층 결집과 선거 전략 측면에서도 계산된 움직임으로 보인다. 비록 의회 승인 없이 작전이 단행되었다는 비판이 존재하지만, 공화당 지지층과 보수 언론은 이번 결단을 '국가안보를 위한 용기 있는 선택'으로 포장하고 있다.
이스라엘의 전략적 목표: 생존을 위한 우회적 타격
(1) 이란의 위협 제거: 대리전을 넘어 본진으로 이스라엘은 이란을 생존을 위협하는 실존적 위협으로 간주한다. 특히 이란이 지원하는 헤즈볼라, 하마스, 시리아 내 친이란 민병대들은 이스라엘에 대한 지속적인 공격을 감행해왔다. 이러한 대리전 양상에서 이란이 핵무기까지 보유하게 될 경우, 억제력의 균형은 완전히 깨지게 된다. 이스라엘은 자체적으로 이란을 타격하는 방안을 수차례 검토했으나, 국제적 여론과 자국 내 리스크를 감안해 이를 실행하지 못했다. 미국의 이번 작전은 이스라엘 입장에선 "원하는 목표를 손에 피 묻히지 않고 달성한" 결정적 계기였다.
(2) 내부 정치 안정과 군사적 정당성 확보 이스라엘 국내 정치 상황은 결코 안정적이지 않다. 네타냐후 총리는 장기집권에 대한 피로감과 반부패 이슈 등으로 정치적 도전에 직면해 있었다. 그러나 안보 이슈에 강한 이미지를 구축해온 그는, 이번 작전을 통해 "이스라엘의 안보를 외교와 동맹을 통해 지켜낸 지도자"라는 프레임을 구축할 수 있게 됐다. 동시에 이란의 보복 가능성에 대비해 자국민 결속력을 높일 수 있는 기회도 얻었다.
대한민국의 전략적 선택: 자율성과 동맹의 균형
(1) 미국과의 동맹 관계 속 '의견 표현의 공간' 확보 한국은 미국과의 군사동맹을 기반으로 안보를 유지해왔다. 그러나 미국의 단독 군사행동이 한반도 정세에 연쇄적 영향을 줄 수 있다는 점에서, 전략적 균형감각이 필요하다. 북한 역시 이번 이란 사례를 보며, 핵무장 의지를 더욱 강화하거나, 반대로 불안정한 정권이 무력시위를 선택할 가능성도 배제할 수 없다. 한국은 미국의 핵심 동맹국으로서 협력은 유지하되, 군사행동에 대한 신중한 접근과 국제법적 정당성 강조를 병행해야 한다.
(2) 실리외교의 유연성 유지 이란은 과거 한국과 원유 및 건설 분야에서 긴밀한 경제 협력 관계를 유지해온 국가다. 국제 제재가 완화될 경우를 대비해 외교 채널을 유지하고, 경제적 실리를 확보할 수 있는 포석을 지속적으로 마련해야 한다. 이번 사태로 인해 이란과 완전 단절하는 외교적 선택은 오히려 중장기적으로 대한민국의 외교 유연성을 저해할 수 있다.
(3) 자주국방력 강화: 전력 체계 정비의 계기로 이란 공습은 현대전에서 정밀무기와 정보력이 얼마나 결정적인지를 보여주는 사례였다. 한국 역시 북한의 미사일·핵 위협에 대비한 킬체인, KAMD, KMPR 체계 등 3축 체계를 고도화할 필요가 있으며, 독자적인 정찰, 우주 정보자산의 확보도 병행되어야 한다. 아울러 한국형 아이언돔, 레이저 요격체계 등 국지방어 역량 강화는 선택이 아닌 필수다.
국제사회에서의 한국의 목소리 강화
(1) 중동 문제에 대한 원칙 기반 발언 한국은 국제사회에서 중견국으로서 역할을 확대하고자 한다면, 이번 사태에 대해서도 단순한 동맹국 추종이 아니라 원칙 있는 외교를 실천해야 한다. 민간인 피해 최소화, 국제법 준수, 유엔과의 협력 같은 보편적 가치를 중심에 둔 발언과 행동이 요구된다. 이는 한국의 글로벌 이미지 제고와도 직결된다.
(2) 비동맹·중립 국가와의 관계 확대 이번 사태로 인해 중동과 글로벌 사우스 국가들 사이에서 미국과 서방에 대한 비판 여론이 다시 확산되고 있다. 한국은 이들과의 외교적 신뢰를 유지하며, 기술·경제·문화 협력 등 비군사적 분야에서 영향력을 확대할 수 있다. 이는 한국의 전략적 다변화와 경제안보에도 긍정적인 효과를 줄 것이다.
위기 속의 기회, 한국의 전략적 자율성
'미드나잇 해머' 작전은 단순한 작전이 아닌, 새로운 국제 질서의 신호탄이다. 미국은 글로벌 리더십을 복원하고자 했고, 이스라엘은 생존 전략을 우회적으로 달성했으며, 이란은 국가적 자존심을 지키기 위해 전면전을 불사할 태세다. 이 가운데 한국은 동맹과 실리 사이, 원칙과 현실 사이에서 유연한 외교와 강한 자주국방 역량을 통해 위기를 기회로 전환해야 한다. 이른바 '한국형 중견국 전략'이 진정한 시험대에 오른 순간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