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군인이 쏜 비비탄, 죽어간 개 그리고 무너진 공적 윤리

거제 반려견 학대사건이 대한민국에 던진 질문들

by 김재균ㅣ밀리더스

2025년 6월 8일 새벽 1시경, 경남 거제시 일운면에 위치한 한 식당 마당에서 참혹한 사건이 벌어졌다. 인근 펜션에 머물던 20대 남성 3명이 반려견 4마리를 향해 비비탄 총을 수백 발 난사한 것이다. 그 결과 반려견 1마리는 사망했고, 2마리는 안구가 손상되어 실명 위기에 처했다. 사건 직후 피해 견주는 “강아지들이 비명을 지르며 울부짖었다”고 증언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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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해자 중 2명은 현역 해병대 소속으로 확인되었으며, 나머지 1명도 민간인이지만 동일하게 사건에 가담했다. 이들은 경찰 조사에서 비비탄 총은 원래 ‘캔 맞추기 놀이’를 하려고 가져온 것이었고, 처음부터 개를 조준한 것은 아니었다고 주장했다. 하지만 수백 발이 반려견에게 향한 사실 자체는 부정하지 않았다. 가해자들이 하루 전날부터 두 차례 반려견의 위치를 사전 확인했다는 정황도 한국동물구조복지협회 인터뷰를 통해 드러났으며, 이는 단순한 우발적 행동이 아니라 범죄적 계획 가능성을 보여주는 부분이다.


반복되는 말 바꾸기와 가해자의 무감각

피해 견주가 가해자들에게 왜 이런 일을 저질렀는지 직접 물었을 때, 그들의 대답은 일관되지 않았다. 처음에는 “강아지가 먼저 공격적으로 굴었다”는 이유를 들었고, 곧 “장난이었다”고 말을 바꿨다. 이후에는 “술에 취해 기억이 없다”고 했으며, 마지막엔 “강아지 반응이 궁금했다”고 말했다. 가해자들의 진술이 계속 바뀐다는 사실은 이미 언론 인터뷰에서도 확인되었다.

그러나 펜션 사장의 증언에 따르면, 가해자들이 마신 술은 맥주 캔 4개에 불과했으며, 심신미약 상태로 보기 어려운 정도였다. 또한 실제로 두 차례에 걸쳐 강아지 위치를 탐색한 사실, 비비탄 수백 발을 발사했다는 점, 피해 강아지가 도망치지 못하도록 좁은 울타리 안에서 사격이 이뤄졌다는 정황은 우발적 장난이 아닌 반복적 고의행위였음을 보여준다.


가해자의 부모는 협박으로 응수했다

피해 견주는 한 유튜브 채널 인터뷰를 통해 가해자 부모의 2차 가해 사실을 폭로했다. 가해자 측 부모는 피해자의 집에 찾아와 “너희 다 죽었다”며 심한 욕설을 퍼부었고, 피해자의 자택을 촬영하고 무고죄로 고소하겠다며 협박했다. 이는 형법 제283조 협박죄와 주거 평온 침해, 개인정보보호법 위반 가능성까지 제기될 수 있는 범죄적 행위다. 이러한 상황에서 피해자는 극심한 스트레스를 받아 과호흡 증세로 응급실에 실려 갔고, 가족은 집을 이사할 정도로 공포를 느끼고 있다고 밝혔다. 사건이 단순한 동물 학대를 넘어 인간 대상의 2차 피해로 확산되고 있음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특히 가해자가 아닌 가해자의 부모가 직접 나서서 피해자를 협박했다는 사실은 유례없는 사회적 분노를 촉발시켰다.


현역 해병대원, 무너진 군 윤리와 공적 책임

이번 사건의 핵심은 가해자 중 2명이 현역 해병대 소속 군인이라는 점이다. 국가의 군사훈련을 통해 무장을 허용받은 이들이 민간 공간에서 그 무력을 무차별적으로 행사한 것이다. 해병대사령부는 사건 발생 이후 “법과 규정에 따라 엄중히 조치하겠다”고 발표했지만, 군사경찰로 사건이 이송되면서 군 내부 징계에 그칠 수 있다는 우려도 적지 않다. 일부 해병대 예비역들은 “군의 명예를 실추시켰다”며 가해자에 대한 엄벌 촉구 서명 운동을 자발적으로 시작했고, 해병대 내부에서도 기강 해이를 문제 삼는 분위기가 감지되고 있다. 국방의무를 수행 중인 군인이 국가 대신 무고한 생명을 향해 총을 쏜다면, 그것은 단지 군인의 일탈이 아니라 국가의 윤리 실패이자 군 조직의 관리 실패로도 해석될 수밖에 없다.


신상 공개와 여론재판, 어디까지 허용될 것인가?

사건이 알려진 직후, 주요 온라인 커뮤니티와 SNS를 통해 가해자 3명의 실명, 얼굴, 소속 부대, 출신 학교, 생년월일, 전공 정보까지 퍼졌다. 그뿐 아니라 가해자의 가족이 졸업한 초등학교 정보까지 공개되면서, 신상공개 논란이 다시 점화되었다. 이는 형사처벌이 지지부진하거나 법이 솜방망이로 작용할 때, 시민들이 스스로 응징의 수단으로 ‘사적 제재’를 선택하게 되는 전형적 사례라 할 수 있다.

신상공개는 피의자의 인권과 무고 가능성을 침해할 우려가 있음에도 불구하고, 이번 사건처럼 생명과 직결된 강력한 범죄에서 공익적 경고로 작동할 여지가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제재가 무분별하게 확산될 경우, 무관한 제3자나 가족에게 2차 피해가 갈 수 있다는 점에서 국가와 수사기관은 더 신속하고 투명한 처벌과 설명을 통해 시민적 정의를 대신해야 할 의무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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