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때 군 급식은 ‘버티는 음식’이었다. 단순히 배를 채우기 위한 최소한의 수단이었고, 때로는 불만과 체념의 상징이기도 했다. 군 복무를 경험한 많은 이들에게 ‘짬밥’이라는 단어는 맛이 아닌 기억으로 남아 있다. 그 기억 속에는 부족한 양, 단조로운 메뉴, 그리고 선택할 수 없다는 구조적 한계가 함께 자리 잡고 있었다. 군대는 원래 그런 곳이라는 인식, 참고 견디는 것이 당연하다는 문화 속에서 급식은 오랫동안 개선의 대상이 아닌 ‘감수해야 할 영역’으로 남아 있었다.
그러나 지금의 군대는 분명히 달라지고 있다. 돈마호크 스테이크와 명란크림파스타, 그리고 두바이쫀득쿠키까지 등장한 식단은 단순한 ‘메뉴의 변화’가 아니다. 이것은 군이 장병을 대하는 방식 자체가 바뀌고 있음을 보여주는 상징적인 장면이다. 과거의 군이 ‘통제와 관리’를 중심으로 운영되었다면, 현재의 군은 점차 ‘존중과 만족’을 고려하는 방향으로 이동하고 있다. 급식의 변화는 그 흐름을 가장 직관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다.
이 변화의 중심에는 ‘민간 위탁 급식’이라는 구조적 전환이 자리 잡고 있다. 과거 병사 중심의 조리 체계는 인력 부족, 전문성 부족, 그리고 반복적인 업무 구조로 인해 한계가 명확했다. 조리병 개인의 역량에 따라 음식의 질이 크게 좌우되었고, 체계적인 영양 관리 역시 쉽지 않았다. 그러나 민간 기업이 급식 운영에 참여하면서 상황은 완전히 달라졌다. 전문 영양사와 조리사가 식단을 설계하고, 체계적인 조리 시스템과 위생 관리 기준이 적용되면서 군 급식은 ‘운영’의 개념에서 ‘서비스’의 개념으로 전환되었다.
이 지점이 중요하다. 서비스라는 것은 단순히 제공하는 것이 아니라, ‘경험을 설계하는 것’이다. 즉, 장병이 식사를 통해 느끼는 만족감, 회복감, 그리고 심리적 안정까지 고려하는 것이 바로 서비스다. 군이 장병을 ‘관리 대상’이 아닌 ‘서비스 대상’으로 바라보기 시작했다는 것은, 조직의 철학이 근본적으로 변화하고 있음을 의미한다. 이는 단순한 급식 개선이 아니라, 군 조직 전반의 패러다임 전환의 시작이라고 볼 수 있다.
특히 주목해야 할 변화는 ‘선택권의 확대’다. 과거 군대에서는 주어진 메뉴를 그대로 받아들이는 것이 당연했다. 선택이라는 개념 자체가 존재하지 않았고, 이는 곧 개인의 선호와 개성이 고려되지 않는 구조를 의미했다. 그러나 현재 일부 부대에서는 한식과 일품식 중 선택이 가능하고, 샐러드나 간편식까지 제공되며, 심지어 장병들의 의견이 실제 메뉴에 반영되는 구조까지 만들어지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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