군은 오랫동안 ‘사명’이라는 단어로 설명되어 왔다. 국가를 위해 헌신하고, 개인의 이익보다 공동체의 안보를 우선시하는 조직. 그러나 지금의 현실은 그 전통적인 서사가 더 이상 청년들에게 충분한 설득력을 가지지 못하고 있음을 보여준다. 최근 군 계약학과 출신 인재들의 이탈 현상은 단순한 인력 유출이 아니라, 대한민국 군 인력 시스템 전반이 구조적으로 흔들리고 있다는 신호다.
군 계약학과는 애초에 매우 전략적인 제도였다. 조함, 정보통신, 사이버, 인공지능 등 현대전에 필수적인 전문 인력을 대학 단계에서 선발하고, 등록금 지원과 장교 임관 보장을 통해 안정적으로 확보하겠다는 취지였다. 이는 단순한 장학금이 아니라 국가와 개인 간의 신뢰 계약이었다. 국가는 미래 전장을 책임질 인재에게 투자하고, 개인은 일정 기간 복무를 통해 그 책임을 수행하는 구조였다. 그러나 이 균형은 이미 깨지고 있다.
실제 통계를 보면 문제는 명확하다. 군 계약학과 졸업생 중 장기복무를 선택하는 비율은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다섯 명 중 세 명 이상이 군을 떠난다. 더 중요한 것은 이들이 단순히 떠나는 것이 아니라, 수천만 원의 장학금을 반환하면서까지 군을 선택하지 않는다는 점이다. 이는 감정의 문제가 아니라, 철저히 계산된 선택이다. 그들에게 군은 더 이상 ‘남아야 할 곳’이 아니라 ‘빠르게 거쳐야 할 곳’이 되고 있다.
그 이유는 분명하다. 보수, 경력, 미래. 이 세 가지 축에서 군은 민간과의 경쟁에서 밀리고 있다. 동일한 역량을 가진 인재가 방산업체나 IT 기업에 진출할 경우 두 배 이상의 보상을 받을 수 있고, 경력의 확장성 또한 훨씬 크다. 반면 군은 긴 의무복무, 제한된 진급 구조, 불확실한 처우 속에서 개인의 삶을 장기간 묶어두는 구조를 가지고 있다. 결국 청년들은 ‘사명’이 아니라 ‘합리성’을 기준으로 선택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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