왕과 사는 남자 vs 휴민트

by 나자영

한국 영화가 죽어가고 있는 찰나에 설 연휴에 맞추어 두 영화가 개봉했다.

장항준 감독의 <왕과 사는 남자>

류승완 감독의 <휴민트>


예고편만 봐도 너무 재밌을 것 같은 두 영화여서 곧바로 극장으로 갔다.

<왕과 사는 남자>는 연휴 직전에 보고 왔고, <휴민트>는 오늘 보고 왔다.


굳이 두 영화를 비교할 필요는 없고, 비교가 가능한 장르는 아니긴 하지만,

그래도 한국 영화로서 비교를 하자면,

왜 <왕과 사는 남자>가 현재 <휴민트>보다 더 흥행하는지 알 것 같다.


결론부터 말하자면 <왕과 사는 남자>는 편안하고 슴슴하게 봤고, <휴민트>는 액션이 많아서 도파민은 폭발하지만 보는 내내 불편하고 힘들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단종의 유배를 다룬다. 거기서 제일 중요한 "왕과 사는 남자" 엄흥도 역할에 배우 유해진이 연기한다. 처음에는 그냥 오랜만에 잘 만들어진 한국 사극 영화네, 생각하고 봤다가 끝을 향해 갈수록 유해진의 연기가 폭발해서 마지막에는 눈물이 터질 수밖에 없는 영화였다. 지금 800만+ 관객인데, 1000만을 달성한다면, 유해진의 연기가 1000만짜리 연기여서 일거다.


반면, <휴민트>는 첩보 영화이자 멜로 영화다. 거기에 중요한 주제가 인신매매인데, 이 부분이 적나라하게 나와서 사실 관객으로서 보기가 쉽지 않았다. 처음부터 끝까지 카메라의 움직임이나 시각적인 부분은 너무 훌륭했으나, 영화에 깊이 빠져들 정도는 아니었다. <왕과 사는 남자>는 처음부터 조선시대로 빨려 들어가서 모든 장면들과 서사가 납득이 되었는데, <휴민트>는 보는 내내 이건 영화고 연기라는 게 느껴졌다. 물론 개인이 느끼는 바가 다 다를 수 있겠지만, 나는 약간의 아쉬움이 남는다. 같은 류승완 감독의 <베를린>이 너무 강렬했어서 그런가.


그럼에도 <휴민트>를 보고 기억에 남는 건, 조인성의 기럭지, 박정민의 멜로눈깔, 신세경의 북한 노래, 그리고 무엇보다 박해준의 연기다. 나는 여기서 주연들보다 배우 박해준의 연기가 더 돋보였다. 관식이는 온데간데없이 악랄한 북한 총영사의 역할을 완벽 그 이상으로 소화했다. 이렇게 좋은 연기자의 연기를 보는 건 관객에게 또 하나의 즐거움이다.


여기까지가 나의 두 영화에 대한 리뷰이고, 각자 두 영화를 감상 후 본인만의 의견을 갖기를 바란다. 우리나라 영화가 다시 살아나고 극장이 살아나고 있음에 행복한 씨네필이다.


다음에는 또 어떤 영화 리뷰를 할 수 있을지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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