매거진 문화 리뷰

영화 <하얼빈>

by 나자영

영화 <하얼빈>을 보고 왔다. 뮤지컬과 영화 <영웅>을 이미 보았기 때문에 이번에도 안중근 의사의 이야기겠지, 하고 봤는데, 영화 <하얼빈>은 달랐다.


처음에는 조금 지루하게 느껴질 수도 있다. 그렇지만 꽉 찬 빌드업으로 관객들을 집중시키고 마지막까지 완벽하게 마무리하는 웰메이드 영화임은 확실하다.


여태까지 우리가 미처 보지 못했던 영웅 안중근의 지극히 인간적인 모습을 잘 그려냈다. 고뇌와 두려움에 휩싸인 한낮 인간이 어떻게 두려움을 극복하고 나라를 위해 이런 어마어마한 일들을 해냈는지 너무나도 잘 표현해 냈다.


안중근 역의 현빈도 물론 너무 멋있었지만, 나는 개인적으로 김상현 역의 조우진, 우덕순 역의 박정민의 연기가 몹시 인상적이었다. 이 둘은 연기가 아니라 마치 그 시대에서 튀어나온 사람들 같았다. 연기 차력쇼라고나 할까. 이 둘의 탄탄한 연기가 극을 잘 이끌어주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니다.


그래서인지, 무대인사에 현빈, 조우진, 유재명, 박훈 그리고 우민호 감독이 나왔는데, 당연히 현빈이 눈에 띄게 제일 멋있었지만, 나는 조우진에게 눈이 갔다. 혹시 아직 관람을 안 한 분들이 계실 수 있으니 스포를 할 수는 없지만, 고통스러워하는 그의 모습과 극에서 계속해서 바뀌는 그의 여러 가지 감정선들이 정말 섬세하고 '아, 진짜 이 사람은 모든 순간에 연기에 진심이구나', 싶었다. 박정민 연기는 더 이상 말을 안 해도 모두 알고 계실 거라 생각한다. 박정민이 박정민 했다. 이 말 밖에는 표현할 방법이 없다. 나는 박정민이 이병헌, 송강호를 이을 우리나라 남자배우라고 생각한다.


무대인사에서 우민호 감독이 피를 토하는 심정으로, 거의 울먹이며 전한 내용이 있다. 2025년은 광복 80주년이다. 80주년을 맞아 현 정부는 '이달의 독립운동' 선정에 "안중근, 윤봉길, 이봉창 의사의 의거나 청산리대첩 같은 대표적인 해외 독립운동을 빼놓고 김활란·김성수 등 친일파 인사들이 활동했던 사건을 포함"시켰다(출처: 문화일보 기사 https://www.munhwa.com/news/view.html?no=2025010301039930114004).


해당 내용을 들었을 때 처음에는 내 귀를 의심했다. 광복 80주년인 지금, 어떻게 친일파 인사들을 독립운동에 포함시킬 수 있는 것인가. 정말 재정신인가. 일제 잔재가 아직도 판을 치고 있는 게 우리나라의 현실이다. 이를 어찌하면 좋은가. 우리나라를 어찌하면 좋은가.


무대인사를 하면서 감독과 배우들이 관객들을 향해 '동지'라고 불렀다. 이 영화를 본 우리들은 다 같은 동지들이라고. 아직 영화를 관람하지 않은 분들이 계시다면 함께 동지가 되어주지 않겠는가. 우리나라 국민이라면 이 영화를 꼭 보셨으면 한다. 참고로 내일은 무대인사에 이동욱도 합류한다고 한다. 아무쪼록 많은 관람 부탁드립니다. 감사합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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