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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쓱 Oct 08. 2023

무기력에 사로잡힌 30대 취준생의 합리화

6화. 최종입사 포기하겠습니다.

- 이 이야기는 실패로 버무려진 30대 백수의 밑바닥을 탈출하기 위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 인스타그램 : @develop_hada


 그렇게 집에 돌아오고 다음날 허리와 어깨가 너무 아프고 온몸에 근육통이 와서 병원에 가서 교통사고 접수를 하고 입원을 했다. 친구와 같이 입원을 하였고 병원에서는 입원 규칙과 진료에 관해 설명을 듣고 나서 내 인생 첫 입원생활을 시작하게 되었다.


입원을 하기 전에 집에서 간단한 짐을 챙겨 와서 생활하는 데에 문제는 없었다. 딱 한 가지는 빼고.

그 한 가지는 취침시간이었다. 6인실에서 생활을 하는데 왜 이렇게 코 고는 사람들이 많은지 새삼 군대 막사에서 자는 줄 알았다. 그렇게 하루하루 지내는데 왜 병원에 있으면 사람이 부지런해진다는 말을 믿지 못했는데 내가 몸소 느끼게 되었다.


아침 6시에 의사분께서 밤새 상태에 대해서 물어보고 7시가 되면 아침밥과 한약이 나왔다. 그리고 밥을 먹고 난 후 씻고 누워서 조금 있다가 9시가 되면 오전 진료를 받으러 내려갔다. 그렇게 1시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진료를 받고 나면 올라와서 개인시간을 좀 가지다가 11시 반이 되면 점심밥과 한약이 나왔다.


그리고 오후 2시가 되면 오후진료를 받으러 내려갔고 또 1시간이 좀 넘는 시간 동안 진료를 받고 오후 4시가 되면 개인 정비를 하다가 오후 5시 반이 되면 또 저녁밥과 한약이 나왔다. 그리고 6시에 주치의께서 하루 경과에 대해 여쭈어 묻고는 가셨다. 이렇게 하루 일과가 끝이 난다. 정말 부지런해지고 오히려 규칙적인 생활을 하고 클린 한 병원 밥을 먹다 보니 오히려 건강해지는 느낌이었다.


하지만 어깨와 허리는 나을 기미가 보이지 않았다. 그렇게 치료를 나날이 받는데도 오히려 더 아픈 듯했다. 그렇게 일주일이상이 지나가고 주치의 선생님께서 계속된 허리통증으로 MRI를 찍어보자는 말씀에 난 흔쾌히 한다고 했다. 왜냐하면 교통사고로 접수를 했기에 할 수 있는 결정이었다.


MRI를 찍으러 그 기계 속 통 안에 들어가는데 순간 폐쇄공포증이었는지 공황장애였는지 모르겠지만 숨이 막히면서 식은땀이 흐르고 심장이 기계소리에 맞게 뛰기 시작했다. 그렇게 20분가량 고통 속에서 있었고 MRI결과를 들을 수 있었다.


허리의 2군데에서 디스크가 새어 나왔다고 한다. 그런데 교통사고로 인한 즉, 외상으로 인해서 발생한 것이 아니라 예전부터 상태가 안 좋았었는데 이번 충격으로 조금 더 새어 나왔다고 한다. 그 소리를 듣고 "아 운동할 때 다쳤던 허리디스크가 또 도졌나 보네." 이 생각이 들었다. 어깨도 허리가 안 좋은 영향이 어깨까지 올라가서 그렇다고 말씀하셨다.


그렇게 결과를 듣고 나서 더 이상 이 병원에서 있을 필요를 못 느꼈다. 그냥 '집 근처 통원치료를 해야겠다.'라는 마음을 먹고 친구와 퇴원절차를 밟았다.


 퇴원절차를 받기 전 입원생활 중에 채용확정이 났었던 'X플러스'에서 연락이 왔다. 출근 날짜가 정해진 것이었다. 그런데 출근날짜가 당장 며칠 후였고 나는 채용담당자에게 이러한 사정을 이야기했다. 그리고는 일주일이라는 시간이 나에게 더 주어졌다. 그런데 치료를 받는 동안 보험사에서도 전화가 왔고 이때부터 나와 보험사간의 파워게임이 시작되었다. 


 난 입원을 하며 치료를 받던 와중에 허리와 어깨가 사고를 당하기 전의 상태보다 너무 아파서 스트레스를 엄청 받고 있었다. 그런데 보험사와 통화를 하는데 몸은 괜찮냐고 몇 마디 물어보다가 합의를 하자는 뉘앙스로 말을 꺼내왔다. 그래서 나는 어느 정도 생각하냐고 물었고, 보험사는 120을 불렀다. 그때 금액에서 화가 난 건지 내 허리상태 때문에 화가 난 건지 모르겠으나, 화가 났고 합의할 생각 없고 계속 치료 더 받을 거라고 말하고 전화를 끊었다.


 그렇게 난 퇴원을 하고 집 근처 병원에서 통원치료를 시작하였다. 그런데 통원치료를 하러 가는데 걸을 때마다 허리에서 통증이 오고 다리가 저린 걸 느끼고 스트레스가 이만저만 아니었다. 그리고 무기력도 이때 같이 찾아왔다. "당장 다음 주면 출근을 해야 되는데, 허리는 이 모양이지. 허리 나으려면 적어도 한 달은 치료받아야 될 것 같은데. 그리고 보험사랑 합의하려면 또 시간도 걸릴 거고. 아 내가 이 상태로 출근해서 일을 잘할 수 있을까. 유통업이라서 분명히 무거운 것도 들고 몸 쓰는 일도 할 텐데." 등등 오만가지 생각이 들면서 스스로 출근을 안 할 명분을 찾고 있는 내 모습을 발견할 수 있었다.


 통원 치료를 받던 중에 나는 결국 여러 가지 복합적인 이유를 생각하며 두려움과 무기력에 사로잡힌 상태로 "X플러스 채용담당자"에게 전화를 걸었다.


전화벨소리가 울리면서 담당자님께 말씀드렸다. "안녕하세요. 담당자님. 다음 주에 OO점으로 출근예정인 입사예정자 OOO입니다. 다름이 아니라. 제가 저번에 말씀드린 대로 교통사고 때문에 허리를 다쳤는데 통증이 심해서 치료를 오래 받아야 될 것 같아서 연락드렸습니다. 그렇게 되면 치료 때문에 공백시기도 많아질 것 같아서 죄송하지만 최종 입사 못할 것 같습니다."


그 당시(22.06월)에는 허리상태로 인해 두려움과 무기력에 사로잡힌 상태였지만, 지금 생각해 보면 두려움과 무기력에 사로잡혀있었다지만, 한편으로는 보험사와의 합의금이라는 명분이 있어서이지 않을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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