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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리쓱 Oct 07. 2023

인생 첫 경험 4중 추돌사고

5화.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

- 이 이야기는 실패로 버무려진 30대 백수의 밑바닥을 탈출하기 위한 잔잔한 이야기입니다.

- 인스타그램 : @develop_hada


 채용확정이 난 이후 어느 정도 기간이 남아있었다. 그 사이에 오랫동안 지내오던 친구들과의 모임이 있었는데 이번에도 여행을 가게 되었다. 난 무기력과 번아웃이 와서 집 밖에 잘 나가지 않았지만, 이 친구들은 고등학교 때부터 꾸준히 봐온 친구들이기에 거부감이 없었다. 그리고 이 모임에서 돈을 매달 회비를 냈기에 안 가면 나만 손해인 상황이라 억울해서라도 가게 되었다.


 그렇게 1박 2일간의 짧은 여행이었지만 여전히 친구들은 재미있었다. 그리고 내 상황에 대해서도 이해하고 있었기에 걱정 아닌 걱정을 해주기도 하였다. 그렇게 이번 채용확정 소식을 친구들한테 전하니 다 "일단 가서 해봐라. 네가 아무리 알아보고 뭘 하든 직접 하는 건 다르다. 그리고 하다가 정 아니면 그만 두면 되니까. 일단 경험해 봐라. 그때도 안 늦다."이런 말들을 했다.


나도 그 말들을 들으면서 "아 그렇지. 네 말이 맞지. 나도 일 해봐야지. 더 이상 이렇게 있을 순 없잖아."의 대답을 계속했다. 하지만 속으로는 간을 야무지게 본 미식가가 있었고 인간관계에 대한 두려움과 시도 때도 없이 찾아오는 무기력과 번아웃이 날 밑으로 끌어내렸다.


 여행을 마치고 집으로 돌아오던 길에 우리는 인원수가 제법 되었기에 차를 2대에 나눠서 타고 가고 있었다. 어차피 다 같은 동네로 가기 때문에 2대가 앞뒤로 나란히 국도를 밟고 가고 있었다. 중간에 휴게소도 들러서 각자 개인정비를 하고 아메리카노도 한잔씩 사서 먹으면서 차에서 노래를 듣고 풍경을 보면서 아메리카노를 음미하고 있었다.


그런데 갑자기 앞에서 차가 급정거를 하였고 우리는 다행히 운전자친구가 적정안전거리 확보를 하여서 잘 정거할 수 있었고 우리 뒤에 친구도 맞춰서 잘 정거하였다. 그래서 아무 문제 없이 그냥 아메리카노를 먹고 있었다. 그러다 뒤에서 쿵! 하는 소리가 들리더니 운전자친구가 "야 뒤에서 사고 났나 보.." 이 말을 하는 순간 우리 차에서도 쿵! 거리면서 아메리카노가 뒷좌석 문에 쏟아지고 옆에 보니 중앙에 앉아 있던 친구는 몸이 이미 앞으로 나가있었다.


 그러고 나서 마치 미리 짠 듯이 친구들과 나는 목과 허리를 붙잡으면서 차문을 열어 내렸고 뜨거운 햇볕에 표정을 찡그리며 "아... 뭐고 누가 박았노"하면서 주변 상황을 파악하기 위해 두 리번 두리번거렸다.


4중 추돌사고였다. 내가 탑승한 차가 3번째 있었고, 4번째가 우리 친구차였다. 그리고 사고 낸 차는 물론 5번째 차이고 2번째, 1번째 차량도 충격이 가해졌는지 다 우리가 내린 모습과 같은 모습으로 내려서 인상을 찌푸리곤 했다. 그리고 우리의 앞의 차 즉, 2번째 차량 차주분께서는 나이가 지긋한 60대 아저씨셨는데 다짜고짜 우리 운전자친구에게 노발대발하였다. 그래서 우리들은 앞의 차 상태가 어떤지 보러 갔는데 영화 <베테랑>의 유아인이 생각이 났다. "어이가 없네 이 아재" 보니까 차 뒤쪽이 '콩'한 수준으로 문콕 수준이었다. 그래놓고 우리에게 노발대발하길래 "어르신 저희가 아니고요. 맨 뒤의 차량이 사고 낸 겁니다. 저희 차 상태 한번 보세요."라는 말씀을 드렸다. 그러고 나서 어르신이 뒤로 가시면서 저희 차를 보는데 그 이후 더 이상 아무 말씀 없으셨다.


그렇게 우리가 3번째였고, 친구차가 4번째였는데 그 4번째 친구 차는 더 심각했다. 사고 낸 차량이 5번째였으니 충격이 고스란히 왔고 4번째 차량에 타고 있던 친구들은 상태가 다 안 좋았다. 그래서 사고 낸 차량 차주한테 가서 얘기해 보니 '휴대폰 보다가 못 봤다고' 다 자기 잘못이라고 인정했다. 그래서 5중 추돌사고 차주는 한 마디로 X 됐다. 피해를 본 차량은 4대고 4대에서 내린 사람은 17명이었다. 이 생각이 든 건 한참 후에였다.


 일단 크게 다친 친구들은 없었기에 차 시동은 다 끄고 갓길로 다 빠졌다. 국도여서 여전히 옆 차선에서는 차들이 다 지나가고 있어서 2차 사고 발생 우려가 있기 때문이다. 그렇게 기다리면서 견인차무리, 경찰, 각종 보험사 사람들이 와서 국도 한복판에는 모임의 장이 펼쳐졌다.


 경찰이 와서 블랙박스영상과 사고원인을 파악하였고, 아까 말한 대로 5번째 차주가 100:0 과실이었기 때문에 일은 빠르게 처리되었다. 하지만 다른 지역에서 발생한 사고였기에 차가 다 손상되어서 렌터카를 대여받아 집을 가게 되었는데, 차주 친구들이 가장 손해를 봐서 미안한 마음이 들었다.


그렇게 각자 허리와 목, 어깨, 등이 아프다면서 렌터카를 타고 집에 왔고 그다음 날부터 각자 병원으로 출근하기 시작했다.


채용확정친구들과 여행이라는 좋은 일이지만 그 사이 사고라는 안 좋은 일이 생긴 걸 보니 무언가 김첨지의 운수 좋은 날이 생각났다.


"설렁탕을 사다 놓았는데 왜 먹지를 못하니 괴상하게도 오늘은 운수가 좋더니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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