기록은 현장에서 시작된다.
사회복지사 현장에서 일한 지 곧 20년이 다 되어간다.
20대 중반 대학을 졸업하기도 전에 사회복지사라는 직업을 달고 시작한 복지현장 중 쪽방에서 일한 지는 곧 십 년이 된다. 십 년이면 강산도 변하다더니, 이곳 사람들에게 참 많은 변화가 있었다.
내가 처음 이곳, 양동 쪽방마을에 왔을 땐, 작은 동네에 500명이 넘는 사람이 살고 있었다. 사건사고도 많고 탈도 많고, 웃음도 많은, 복잡하고도 정신이 없는 동네였다.
입사한 지 몇 달 되지 않은 날, 충격은 나에게 곧 찾아왔다.
60대 중후반쯤 되는 어르신이었던 것으로 기억한다. 대장암으로 항암치료를 받으면서도 이야기를 하는 것을 좋아하시고 웃음이 많으신 분이었다. 어느 날과 마찬가지로 안부를 확인하기 위하여 좁디좁은 쪽방 안으로 들어갔다. 어제 방문했을 때와 별반 다르지 않았다. 도란도란 옛날이야기, 사는 이야기 등. 하고 싶은 이야기를 한다. 그저 그렇게 말동무가 되어주었다.
"내일 또 올게요."
어르신은 웃으며 고개를 끄덕였다.
다음날부터 나는 그 어르신의 이야기를 다시는 들을 수 없게 되었다.
어르신은 그날 밤, 혼자 방 안에서 돌아가셨다. 어둠이 깔리는 시간쯤, 갑자기 사망을 하셨다는 이야기를 주변사람들을 통해 들었다. 병원도 아니었고, 누군가 옆에 있던 순간도 아니었다. 늘 그래왔듯, 그 방 안에서였다.
누군가에도 도움을 요청하지도 살려달라고 애원하지도 않으셨다. 그분이 원했던 것은 그저 이야기를 나누는 일이었던 것 같다. 그게 전부였던 사람의 삶이 그렇게 갑자기 사라질 수 있다는 사실을 받아들이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렸다.
그날 이후, 나는 현장에서 마주치는 것에 대한 애틋함이 생겼던 것 같다. 쉽게 사라질 수 있는 사람들, 쉽게 지나쳐질 수 있는 하루, 그리고 아무 일 없던 것처럼 흘러가 버리는 만남들에 대해서.
그래서 나는 사라지기 쉬운 이야기들을, 가능한 한 기록으로 남기려 한다. 그리고 그들을 판단하지도 않고, 연민으로 소비하지도 않고 싶다.
그것이 내가 할 수 있는 최소한의 책임이라고 생각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