떠나기 전의 목소리, 그들의 진짜 이야기
사회복지사로 일하며 종종 듣게 되는 말이 있다. "그 사람들, 뭐가 바뀌겠어요?" 익숙한 체념이다. 익숙하지만, 나는 그 말에 익숙해지고 싶지 않다. 나는 쪽방에서 수년을 살아온 이들과 마주했고, 그들이 이주를 앞두고 하는 말을 들었다.
“이제는 기대도 돼. 입주하면, 지금보다는 더 즐거울 거 같아.”
"이번 겨울엔 조금 덜 춥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도 해."
"아파트 들어가면 별이랑 같이 들어갈 수 있을까?"
그 말들이 내게는 오히려 더 크게 들린다. 그동안 너무 오랫동안, 기대하지 않는 삶을 살아온 사람들이기 때문이다. 기대는 쉬운 일이 아니다. 실망이 익숙한 사람일수록, 희망은 오히려 더 조심스럽다. 나는 그 기대를 가까이서 지켜봤다. 어떤 날은 기대가 용기가 되기도 했고, 어떤 날은 그 기대가 무너질까봐 두려운 날도 있었다. 그래서 나는 자주 스스로에게 되묻는다. "정말 이들에게 기대해도 된다고 말해도 되는 걸까?"
그리고 마침내, 나는 '예'라고 답하고 싶어졌다.
“죽지 않고, 버티는 거. 그게 내 인생이었어.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어.”
이 말은 단순한 고백이 아니었다. 그 어떤 프로그램보다 강한 생존의 언어였다. 그렇기에 이주라는 변화는,
단지 주소 이전이 아니라 삶에 대한 태도의 전환으로 이어질 수 있다고 나는 믿는다.
쪽방은 좁고 불안정한 공간이지만, 그 안에도 일상은 있었다. 고단한 몸을 눕히는 자리가 있었고, 문을 열면 반겨주는 강아지가 있었고, 가끔은 이웃과 나누는 반찬 하나가 있었다.
"공장에서 일하고, 막노동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그냥 앉아서 멍때리고 있는 거야.“
"살면서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었지만, 그거야 뭐 그때뿐이지.“
나는 이 기록을 통해 말하고 싶다. 쪽방 주민은 단지 주거취약계층이 아니다. 그들은 우리가 사는 세상의 가장자리에 있지만, 결코 사회 바깥의 존재가 아니다. 그들은 '이 사회의 그냥, 일부'다.
우리가 그들을 다르게 부르지 않기를, 동정도 배제도 아닌 존중과 연결의 언어로 기억하기를 바란다. 양동 이야기는 재개발로 사라진 양동쪽방사람들의 이야기다. 이 이야기에는 그들이 가진 "기대"가 담겨 있다. 작고 소박한 기대. 그러나 그 기대는 삶을 다시 꾸려갈 힘이 될 수 있다.
나는 그 기대가 꺾이지 않기를 바란다. 그 기대 위에 또 하루가 쌓이기를 바란다. 그리고 그 하루하루가, 이주 후의 삶을 천천히 바꿔가기를 바란다. 이 책을 덮은 이후, 그들의 삶이 어떤 방향으로 흘러갈지 나도 아직 모른다. 그저 이렇게 조용히, 그들의 다음 이야기를 기다려보고 싶을 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