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 이야기 02] 그거야 뭐, 그때뿐이지

by 진형

전라도 목포가 고향이야. 목포에서 섬으로 좀 들어가야 하는 곳에 살았어. 섬에서 살다가 목포에 방 얻어놓고 학교 다녔지.


그때는 형들하고 같이 살았어. 중학교까지 다녔는데 가정이 좀 어려워졌어. 형님들은 다 서울로 떠나고 나하고 동생하고 학교 다니다가 가족이 힘들어진 거야. 중학교 삼 학년까지 다니다가 납부금을 못 내서 관뒀어.


집에 한 1년 있다가 형이랑 형수가 추석 때 내려와서 날 김포로 데리고 갔어. 형이 이력서를 써주고 어느 회사에 무조건 내고 오라고 하더라고.


그래서 일을 시작하게 됐는데 뭐 하는 곳인지 아무것도 몰랐어. 그냥 시키면 따라서했지. 거기서 쇠 가공하는 일을 했었어. '처음 해봐서 잘 모르겠다, ' 이런 얘기도 안 했고 이쪽으로 오라고 하면 가고, 시키는 대로 일했어.


김포에서 한 10년 일하다가 회사가 남동공단으로 이사 갔어. 그래도 김포에 있을 때는 체육관을 다녔었어. 동네 돌아다녀 보니깐 합기도 체육관이 있더라고. 일 일찍 끝나면 체육관 가고, 늦게 끝나면 못 가고. 그렇게 꾸준히 다니다가 남동공단으로 이사 가는 바람에 그만뒀지.


남동공단에서 4, 5년 일하다가 IMF가 터졌어. 구조조정을 한다고 해서 잘렸어.


사람이 400명 정도 있던 회사였는데 60명밖에 안 남았더라.


잘린 다음 여기저기 이력서 넣고 했는데 연락이 안 와.


그냥 기다리다가 고물상을 다녔어.

나중에는 자동차 회사에도 잠깐 있었고, 거기도 2년 다니다가 나와서 노가다 다니고 그랬지. 이후에는 여기저기 떠돌아다니는 생활을 해야 했고.


살면서 좋아하게 된 사람도 있기야 했겠지만, 그거야 뭐 그때뿐이지.


언제 어디로 가버릴지 아무도 모르잖아. 마음속에 둬봐야 갑자기 떠나면 그만이지. 외로울 때도 있었지만, 그럴 땐 그냥 앉아서 멍 때리고 있는 거야. 그런 생각해 봐야 나아지는 것도 없고. 또 가족들 친구들 명절 때 만나면 다행인데 고향 내려가서 또 못 만날 수도 있는 거잖아.


내 인생에 행복한 순간...


그런 건 없어. 사람이 언제 갈지, 그거는 아무도 모르는 거야. 앞으로는 좀 넓은 데로만 이사할 수 있으면 좋겠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