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야기 03]그저 조용하고 평범한 삶을 꿈꿉니다.

by 진형


저는 전라북도 완주에서 태어났습니다. 작은 시골 마을이었어요. 어릴 때는 놀이터 같은 것도 없었으니 친구들과 논밭을 뛰어다니며 놀곤 했습니다. 가끔은 장난치다 물에 빠지기도 하고, 유리병에 베여 다치기도 했지요. 그래도 그 시절은 참 좋았습니다. 힘들어도 그게 힘든 줄도 모르고 그저 그렇게 살아갔으니까요.


하지만 어른이 되고 나니, 세상은 생각보다 훨씬 더 버겁고 험난하더군요. 더 나은 삶을 찾아 도시로 올라왔습니다. 꿈이 많았어요. 열심히 일해서 돈을 모으고, 나만의 작은 가게라도 열어보고 싶었습니다. 장사도 해보고 싶었고, 안정된 생활을 하고 싶었어요. 하지만 현실은 생각처럼 쉽게 풀리지 않았습니다. 공장에서 일하고, 막노동도 하고, 할 수 있는 건 다 해봤지만, 돈을 모으기는커녕 하루 벌어 하루 살아가는 게 전부였습니다.


그렇게 아등바등 살다 보니 몸이 먼저 망가지기 시작했습니다. 허리가 아프고, 조금만 무리해도 금세 지쳐버렸어요. 병원을 다녀도 큰 차도가 없었고, 이제는 하루하루를 그저 견디는 게 목표가 되었습니다. 예전에는 ‘내일은 더 나아질 거야’라는 작은 희망이라도 있었는데, 요즘은 그런 생각조차 하기 어렵습니다.


제 하루는 단순합니다. 아침에 일어나 잠깐 일을 나가고, 점심을 먹고, 병원을 다녀오고, 그러다 보면 하루가 저물어요. 특별한 일도, 설레는 일도 없는 하루하루입니다. 그래도 이곳에서 도움을 주시는 분들이 있어 얼마나 감사한지 모릅니다. 따뜻한 밥 한 끼를 챙겨 주시고, 필요한 물건들을 건네주실 때면, 아직 세상이 저를 완전히 외면한 것은 아니구나 하는 생각이 듭니다.


지금 제게 거창한 꿈이 있는 건 아닙니다. 돈을 많이 벌고 싶다는 것도, 대단한 걸 이루고 싶다는 것도 아닙니다. 그저 몸이 덜 아팠으면 좋겠습니다. 다시 일을 할 수 있다면 좋겠습니다. 그리고 언젠가 조용한 시골로 내려가 남은 인생을 편안하게 보내고 싶어요. 복잡한 도시에서 치이며 사는 게 아니라, 작은 마당이 있는 집에서, 마음 편히 하루를 시작하고 마무리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곧 이곳에 새 아파트가 들어선다고 합니다. 저도 그곳으로 가게 되겠지요. 나라에서 마련해 준 집이라 감사하지만, 기대보다는 걱정이 더 큽니다. 새로운 곳에서 또다시 적응해야 한다는 게 쉽지만은 않을 것 같거든요. 그래도 지금보다는 따뜻하겠지요. 한겨울이면 방 안에서도 한기가 가득했는데, 이번 겨울엔 조금 덜 춥겠다는 생각에 마음이 놓이기도 합니다.


삶의 가치가 무엇인지 묻는다면, 예전에는 돈을 벌어야 의미 있는 삶을 살 수 있다고 생각했어요. 하지만 이제는 생각이 조금 달라졌습니다. 하루하루를 무사히 살아가는 것, 그리고 작은 것이라도 감사하며 사는 것. 그게 어쩌면 제게 가장 큰 의미가 아닐까 싶습니다.


저는 그저 평범하게 살고 싶습니다. 아프지 않고, 사람들과 따뜻한 인사를 나누고, 먹고 싶은 걸 먹고, 일하고, 쉬고… 남들처럼 그렇게 살아가고 싶을 뿐입니다. 그런 소박한 삶이, 왜 이렇게 어려운 걸까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