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양동이야기 04] 버터 낸 삶, 금주

by 진형

나는 참, 불행하게 살았어. 아버지가 내가 열 살 때 돌아가셨거든. 그때부터 우리 집은 힘들어졌지. 어머니는 머리에 과일이고 다니면서 여섯 남매를 키우셨어. 어린 나이에 본 어머니의 모습은, 그냥 힘든 얼굴뿐이었어. 웃는 얼굴이 기억이 안 나.


그때부터였을 거야. 아버지는 없고, 어머니는 고생만 하고, 그러니 나도 빨리 커야겠다고 생각했어. 열 살이 조금 넘자마자 나도 돈 벌러 나갔어. 중국집에서 배달을 시작했지. 그 나이에 사회생활을 한다는 게 뭔지도 모르고, 그냥 먹고살아야 하니까. 자전거 타고 철가방에 사기그릇 담아 들고 다니며 배달을 했어.


무거웠어.

힘들었어.


그러다 오토바이 사고가 났어. 허벅지가 부러졌지. 병원에 누워 있으면서도 '이러다 굶어 죽겠구나' 싶었어. 병원에서 나온 후엔 식당에서 주방장 일을 했어. 그런데 다리가 너무 아파서 결국 그만뒀어. 일도 못 하고, 돈도 없고... 그래서 서울로 올라왔지. 노가다라도 해야 살 거 같아서.


노가다는 진짜 힘들었어. 하루 벌어 하루 먹고사는 게 당연한 줄 알았어. 겨울이면 일이 없어서 방세도 못 내고, 집주인이 나가라고 하면 어디 갈 데도 없고. 그러다 어떻게든 일 나가서 한 번에 밀린 방세 내고, 그렇게 버텼어. 그게 내 삶이었어.


이제는 밖에 나가기도 힘들어. 발이 아파서 제대로 걸을 수도 없어. 그래서 그냥 방 안에서 TV나 보고 밥 먹고, 그렇게 하루를 보내.


예전에는 술을 많이 마셨어.


밤낮없이.

정신없이.


그러다 어느 날, TV 앞에서 그냥 쓰러졌어. 새벽에 깼는데, 그대로 바닥에 엎어져 있더라고. 그날, 생각했어. ‘이러다 죽겠다.’ 그다음 날부터 술을 끊었어. 작년 7월이었어. 그때 이후로 한 잔도 안 마셨어. 술을 끊고 나니까 속도 편하고, 밥도 더 잘 넘어가. 아침에 일어나도 술 냄새 안 나고. 그게, 참 기분 좋더라. 그게 내 인생에서 제일 잘한 일이야.


여기서도 별일 다 겪었지. 한 번은 자고 일어났는데 지갑이 없어졌어. 방문을 잠그고 잤는데도 윗옷이랑 바지가 없어진 거야. 밖에 나가보니까 현관 앞에 버려져 있더라고. 지갑도, 신분증도 사라졌지. 신분증 다시 만들려고 주민센터 왔다 갔다 하는 게 참 힘들었어. 내가 가진 게 별로 없는데, 그것마저 없어지니 참 허무하더라.


그래도 나 혼자 사는 건 아니야. 동네 사람들이 나를 도와줬어. 그러니까 나도 뭔가 해봐야겠다는 생각이 들었지. 그래서 작년부터 구세군 냄비 자원봉사를 시작했어. 나도 누군가한테 도움이 될 수 있을까 싶어서. 앞으로도 계속할 거야. 나도 받은 만큼 베풀면서 살고 싶어. 건강이 제일 중요해.

더 살찌면 안 돼.


이제는 기대도 돼.

입주하면, 지금보다는 더 즐거울 거 같아.

그래도 가끔은 걱정돼.

이 동네 사람들, 틈만 나면 죽는다는 얘기를 해. 나도 이제 나이가 있으니까, 그런 생각이 들기도 하고.

그래도 뭐, 하루하루 살아가는 거지.


죽지 않고, 버티는 거. 그게 내 인생이었어.

그리고 지금도 그렇게 살고 있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