코드포코리아, 팩트체크넷, 공익데이터실험실 등
디지털 기술을 활용해 더 많고, 더 나으며, 일상의 민주주의를 만들겠다는 사회적 협동조합 빠띠의 2020년 한 해도 저물어 갑니다. 빠띠를 시작하던 무렵 “정치란 선출직을 뽑는 과정에만 활용되는 것이 아니며, 일상 속에서부터 민주주의가 시작되어야 한다. 민주주의는 다양한 영역에서 필요한 신뢰와 협력의 기반 중 하나이며, 따라서 민주주의 플랫폼에는 다양한 디테일이 필요하다”는 빠띠의 이야기에 낯설어 하는 분들이 많았지만, 2020년에 빠띠와 함께 한 파트너 분들은 OOO(공론장,커뮤니티,캠페인,데이터 등등)을 하고 싶으니 빠띠와 함께 OOO을 해 보고 싶다고 이야길 먼저 꺼내십니다. 2020년을 시작하면서 공개했던 빠띠의 항해지도에 담은데로 디테일한 민주주의를 실현하기 위한 방법론과 플랫폼을 만들기 위해 커뮤니티, 캠페인, 공론장, 타운홀, 데이터를 중심으로 빠띠는 정신없이 한해를 보냈습니다.
돌이켜보면 올해 빠띠는 서울의 작은 도서관, 사회적 경제, 서울 및 경기도 이외에도 여러 지역의 구와 시와 함께 시민이 참여, 협력, 주도하는 공론장을 설계하고 운영하는 일을 함께 했습니다. 크고 작은 토론회를 비롯하여, 총회, 더 나가 주민자치박람회도 더 즐겁고 민주적으로 운영할 수 있도록 함께 했고, 70년이 된 휴전협정을 종전협정으로 바꾸자는 캠페인, 청소년 기후행동 주도의 캠페인, 사회적 경제 기본법 제정을 촉구하는 캠페인을 비롯하여 시민사회단체나 시민들의 다양한 주장을 전달하는 캠페인을 함께 하였습니다. 성평등정책을 만드는 시민들의 워킹그룹, 청년기획자들이 자유롭게 활동할 수 있는 워킹그룹 등 커뮤니티를 기반으로 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할 수 있는 거버넌스를 만드는 사업도 꾸준히 진행해 왔습니다. 이 모든 활동들이 우리 사회를 더 많이, 더 나은, 그리고 일상적으로 민주적으로 만드는 중요하고 디테일한 일들입니다.
플랫폼 또한 한 해의 내부 테스트를 거쳐서 기존의 그룹스가 아카이브, 의사결정, 워킹그룹, 거버넌스에 최적화한 카누로 탈바꿈합니다. 올해 처음 선보인 믹스도 쉽고 빠르고 필요한만큼의 공론장 솔루션으로서 파트너들에게 제공되어 왔고, 내년엔 본격적으로 서비스화 하게 됩니다. 타운홀도 완전히 다른 디자인을 입어 한국의 정서에 맞는 실시간 토론 및 모임 플랫폼으로 곧 공개되며, 누구나 쉽게 바로 온라인 캠페인을 시작할 수 있도록 만든 캠페인즈도 꾸준히 활용되고 개선되고 있습니다.
이렇게 바투게 시민이 주도하거나 협력하는 플랫폼의 뼈대 안에 공론장, 커뮤니티, 캠페인, 타운홀 등을 운영하면서 동시에 다양한 상황 속에서 신뢰와 협력의 기반으로 작동하는 여러 디지털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들어 왔습니다. 올해 초에 보여드렸던 항해지도를 거의 따라온 것 같습니다. 이 많은 일들을 하기 위해 그 사이에 빠띠의 크루도 20명으로 늘었습니다.
동시에 디지털 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히는 작업도 함께 진행을 했니다. 신뢰와 협력의 기술 기반을 만들거나, 민주적인 사회의 핵심 기반인 시민의 디지털 기술 주권과 모두에게 열린 기술이란 개념을 실현하기 위해 빠띠가 예전부터 관심을 두어 왔던 일들이 코로나19라는 위중한 상황 속에서 급작스럽게 진행이 되었습니다. 가장 먼저는 공적마스크 재고 데이터 개방과 공적마스크 앱 개발에 주도적으로 참여한 일입니다.
2월말에서 3월초 사이 코로나19 대유행이 시작되던 시점에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였습니다. 그 직전에 빠띠의 데이터팀은 카드뉴스나 홈페이지에서 텍스트로 공개되던 정보를 긁어서 코로나맵 서비스를 제공하던 팀들에 연락해 정부가 직접적으로 코로나19 관련 데이터를 공공 데이터로 공개해 달라는 요청을 코로나19공공데이터 공동대응을 만들어 요청하고 있었습니다. 요청 중에 마스크를 비롯한 보호구가 품귀현상이 발생시에 정부가 만약 직접 배급하게 된다면 배급처 정보와 재고 정보도 API로 제공해 줄 것을, 그렇게 제공하게 되면 여러 시민 개발자들이나 기업이 해당 데이터를 활용해 다양한 형식의 앱을 만들어서, 정부가 직접 개발하는 것보다 훨씬 더 빠르고 효과적으로 시민들에게 정보가 전달될 것이란 점도 담아서 요청을 하였습니다. 방역 당국의 선제적인 조치들을 칭찬하고 혜택만 보는 시민이 아니라, 방역 상황을 극복하는데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참여할 수 있도록 정부가 환경을 제공하는 것이 바람직하다는 취지를 담아서요.
그때 마침 마스크 품귀 현상이 발생하게 되고 긴급하게 마스크 배급이 시작되었습니다. 그리고 그 사이에 코로나19공공데이터 공동대응이 제안한 방식으로 데이터를 개방하고 민간이 앱을 개발하는 방식이 정부에서 진지하게 검토되었고, 한국정보화진흥원과 과기부, 건강보험심사평가원과 복지부 등이 공적마스크 재고데이터를 개방하는 작업에 저희가 함께 참여하게 됩니다. 이후 빠띠를 비롯한 코로나19공공데이터 공동대응은 API의 설계와 테스트와 피드백에 참여하고, 실제로 개발을 진행할 개발자들을 인터넷 커뮤니티를 통해서 모으고, 바로 개발에 착수할 수 있도록 가이드와 필요한 여러 지원들을 연결하는 작업을 5일 가량에 걸쳐서 진행하였습니다. 그 후 공적 마스크 제도가 시작된지 일주일이 안되어 시중의 마스크 재고 정보를 담은 앱들이 쏟아져 나옵니다. ( 이 모든 과정은 코드포코리아 위키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
불과 2-3일 사이에 정부와 함께 공적 마스크 재고 데이터를 제공하는 API를 만들고, 이를 활용하는데 필요한 가이드를 만들고, 200명이 넘는 시민 개발자(시빅해커)들이 각자의 앱을 만들도록 지원하는 일을 하면서 많은 것을 느꼈습니다. 기술을 가진 시민들의 중요성, 정부는 환경과 문제, 자원을 제공하고 시민이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서는 방식의 민관협력의 가능성, 특히 판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제 해결에 나설 수 있도록 환경을 만드는 것이 어떻게 정부와 시민간의 신뢰를 높이고 효과적으로 문제를 해결할 수 있는가를 보았습니다. 공공 데이터와 기술이 열려 있을 때 얼마나 유용한지도 보았구요. 이는 시민의 디지털 기술 주권을 보장하고 모두가 활용 가능한 데이터를 확장하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또 다른 지평이기도 합니다.
코로나19공공데이터공동대응은 이후 코드포코리아라는 이름으로 한국 사회를 위해 기술을 활용하려는 시민 개발자(시빅해커)들의 네트워크로 발전 중이며, 또 다른 프로젝트들을 준비 중입니다.
FtO Anywhere 2020-1 #공중보건 : 한국 “전 국민이 해커톤을 하듯이 코로나19 대응하기 위해 협업하다”
디지털 민주주의를 논의할 때마다 빠지지 않는 우려사항들이 있습니다. 모욕과 욕설을 비롯한 인신공격과 신상공개, 부정확한 정보의 유통이나 나쁜 의도로 만든 조작된 정보, 단순 투표와 다수결 혹은 다수의 댓글로 결정을 내리는 형식적인 민주주의 등입니다. 디지털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 시민들의 신뢰가 필요함에도, 이러한 우려사항들은 쉽게 디지털 민주주의를 신뢰할 수 없도록 만들고는 합니다. 빠띠는 민주주의에는 신뢰와 협력의 기반이 필수적이며, 신뢰와 협력의 기반을 지탱하는 기술들이 더 많이 연구되고 개발되어야 한다고 주장해 왔습니다. 정확한 정보가 제공되고, 개인이 안전하게 의견을 낼 수 있으며, 의견들은 합리적인 숙의 과정을 거쳐서 다수의 의견과 소수의 의견이 명확하게 파악될 수 있도록 돕는 기반 기술들은 앞으로도 많은 지원과 연구가 필요한 민주주의의 또다른 지평입니다.
디지털 민주주의의 또 다른 지평을 넓히기 위해 빠띠는 한국방송기자연합회, 피디협회, 기자협회와 함께 방송통신위원회의 인터넷 신뢰도 기반 형성 사업에 참여해서 전문가와 시민이 함께 허위조작정보를 검증하는 '팩트체크넷'을 지난 11월에 오픈하였습니다. 저널리즘에 입각한 사실 검증에 익숙한 기자들과 팩트체킹의 중요성을 공감하는 시민들이 팀을 이루어 인터넷 상에 떠도는 루머 중 주제를 택해 사실 관계를 확인해서 판단하는 플랫폼이란게 특징입니다. 또한 사실을 검증하는 과정이 플랫폼 상에서 공개되어 팩트체커가 아닌 시민들도 댓글로 의견을 개진할 수 있습니다. 내년엔 더욱 더 많은 시민들이 전문가로서, 시민팩트체커로서, 혹은 또 다른 역할로서 함께 팩트체킹을 해 나가는 플랫폼으로 발전시켜 나가며 크라우드소싱 방식의 팩트체킹 플랫폼으로서 한국에 자리잡는 것을 목표로 하고 있습니다.
팩트체크 플랫폼은 신뢰와 협력의 기반으로서 더 나은 민주주의 또 다른 핵심이라고 빠띠는 여깁니다. 신뢰를 증진하고 협력의 바탕이 되는 기술들은 앞서 밝혔듯이 여전히 턱없이 부족합니다. 지금 우리가 가진 기술 상태에서는 댓글수, 투표수로 중요한 사회적 의사결정을 하기에는 대표성을 비롯해 신뢰나 안전이 부족합니다. 또한 많은 개인들이 인터넷 상에 의견을 표출하는 것이 안전하지 못하다고 느끼고 있습니다. 이는 더욱 더 소수의 목소리가 증폭되게 만들고, 증폭된 주장은 침묵하는 다수로부터 신뢰받지 못하는 상황으로 이어질 것입니다. 디지털 민주주의가 발전하기 위해선 신뢰와 협력 기반을 만드는 여러 다양한 기술들이 연구되고 발전되어야만 합니다.
빠띠는 올해 서울시로부터 색다른 공유기업 인증을 받았습니다. 바로 데이터 공유기업인데요. 데이터를 공공재를 생산하고 공유하는 기업으로서 빠띠는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문제를 설정하고 데이터를 생성하거나 활용 재생산하는 공익데이터 실험실을 운용하였습니다. 보통 정부가 가진 데이터를 시민들이 들여다보거나 활용할 수 있도록 제공한 경우가 공공데이터입니다만, 정부의 데이터를 넘어서서 공공의 자금이 들여 만들어진 후 공개된 데이터나 민간에서 만든 데이터임에도 공공을 위해 제공되고 있는 데이터들을 묶어 공익데이터란 개념들로 확장하는 흐름이 있습니다. 데이터를 중심으로 한 사회에서 누구나 접근 가능한 데이터가 늘어나는 것은, 프랜차이즈 커피숍보다는 공원이 늘어나는 것이나, 앞서 설명드린 코로나19 공공데이터처럼 사회 문제 해결에 시민들이 나설 수 있는 기반이 된다거나, 혹은 데이터가 있어야만 시작할 수 있는 사업을 누구나 시작할 수 있도록 허들을 낮춰주는 것과 같습니다. 디지털 전환에서 데이터를 비롯한 디지털 공공재가 중요한 까닭이 여기에 있습니다.
또한 직접 기술을 활용해 없는 데이터를 만들어 내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고, 또 다른 데이터를 재생산하는 역할을 가진 시민들이 늘어나는 것이 앞으로의 디지털 사회가 더 민주적으로 자리잡는데 어쩌면 가장 중요한 기반이 됩니다. 판데믹과 같은 상황에서 더 많은 주체들이 문제 해결에 나서는 것을 비롯해서, 플랫폼 사업자의 독점 상황을 개선하거나 투명하지 않은 정부의 의사결정에 대응하는데 시민들이 나서기 위해선 기술과 데이터에 대한 역량이 그 어느 때보다 필요한 시대가 되었습니다. 결국 민주주의는 국민을 위해서는 국민의, 국민에 의한 시스템을 만들어야만 작동합니다. 이를 시민의 디지털 기술 주권 혹은 데이터 주권이라고 부르며, 해외에서는 제도적으로 이를 뒷받침하기 위한 시도들이 이어져 왔습니다. 디지털 사회의 근간인 디지털 민주주의의 근간에는 이와 같은 디지털 주권을 보장하는 근간을 제도적으로 만드는 작업이 필수적이며, 이 또한 디지털 민주주의 또다른 지평입니다.
이에 기반해서 빠띠는 올해 시민들과 함께 문제를 설정하고, 제공되고 있는 데이터를 활용하거나, 없으면 정보 공개를 통해 요청하거나, 직접 만들어 내고. 이후 해당 데이터를 다시 공공재로 제공하는 프로젝트를 시도하게 되었습니다. 장애를 가진 아동들도 부모님과 함께 즐길 수 있는 놀이터 정보를 정리하거나, 내가 버린 쓰레기가 어디어디를 거쳐서 어떻게 처리되는지를 데이터로 확인하고, 코로나19 상황에서 무상급식이 필요한 이웃들이 어떻게 서비스를 이용하고 있는지 확인하거나, 지난 10년간의 스토킹 범죄에 대한 인식을 조사한다거나 하는 일들을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진행하였습니다. 이를 위해 여러 전문가들을 협력가로 모셔서 교육과 컨설팅을 병행하였구요. 또한 이외에도 시민들이나 시민사회단체가 주도적으로 다뤄온 데이터 프로젝트를 정해서 모으고 공개하기도 하였습니다. 이는 모두 빠띠가 만든 데이터퍼블릭에서 확인할 수 있습니다.
디지털 기술을 적극적으로 활용해 더 많이, 더 나은, 일상의 민주주의를 확대하자는 생각으로 설립하였기에, 기본적으로 시민 주도로 혹은 시민과 협력하는 플랫폼을 만드는데 기획운영컨설팅을 하거나, 다양한 영역에서 신뢰와 협력을 증진시키는 여러 민주주의 플랫폼을 만드는 일을 빠띠는 해 왔습니다. 여기에 더해 올해는 인터넷 상에 신뢰와 협력을 위한 기반 기술을 만드는 일, 시민의 디지털 기술 주권을 확대하고 실제로 시민들이 주도적으로 활동하는 영역을 넓히는 일들도 함께 했습니다. 이 모든 일들로도 우리가 맞이하게 될 디지털 사회에 더 많이, 더 나은, 일상의 디지털 민주주의가 자리잡기엔 충분하지 않다는 생각이 듭니다. 코로나19로 인해 비대면 산업을 육성하고 인공지능 산업을 확장하는데 사회적 자원과 역량이 집중되고 있습니다. 그러나 국민 모두가 행복한 디지털 사회로 전환하기 위해서, 디지털 민주주의와 디지털 공공재 그리고 그 기반에 놓일 시민의 디지털 주권을 확대하는 것이 필수적이란 인식이 확산되고 여기에도 사회적 자원과 역량이 늘어날 수있을까요?
2021년에도 빠띠는 디지털 민주주의의 지평을 넓히고, 그 안의 디테일들이 살아 숨쉬도록 노력하겠습니다. 올 한해 함께 해 주셔서 감사합니다.
2020122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