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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시스 Jun 29. 2017

peace builder와 5가지 플랫폼

저는 매일 아침 컴퓨터 앞에 앉으면 하는 일이 있습니다. 우선 저에게 주어진 시간이 1년 뿐이라고 가정합니다. 그리고 내가 되고 싶은 정체성을 적어 놓은 버킷리스트를 열고, 한번 더 내가 되고 싶은 정체성에 더 가까워지도록 다듬고, 내가 가진 자원과 역량, 시간의 범위 내에서 할 수 있는 만큼만 담기도록 다듬습니다.


이 목록에는 일치되고 정직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몸과 마음의 건강. 가족과 소박하고 검소한 삶을 살아가는데 필요한 것들. 알고 싶고 익히고 싶은 것들이 들어 있습니다. 그리고 그 마지막으로 내게 삶을 준 이 세상 속에서 어떤 사람이 되어 어떤 일들을 할지가 담겨 있습니다.


오랜 기간동안 다듬어온 이 목록에 2017년 지금 이 시점엔 peace builder란 단어가 들어 있습니다. 평화와 빌더입니다. 스스로의 평화로부터 가까운 사람들과의 평화, 그리고 세상과의 평화를 더 많은 사람들이 누리게 되길 바라고, 그럼으로써 세상이 더 평화로운 곳이 되도록 기여하는 것이 저의 욕심입니다. 그 일에 빌더라는 정체성으로 도전하려고 합니다. 기술을 가진 사람들을 조직하고 서비스와 플랫폼을 만들어내어 적절한 자리에 세우고 지속 가능하도록 붓돋는 작업. 지금은 인터넷과 IT라는 기술을 주로 활용하지만, 더 많은 것들을 배워서 세상을 더 평화롭게 만드는데 활용하고 싶어 합니다. 대문자가 아닌 소문자인 이유는 수많은 피스빌더 중의 나도 한명이란 것을 잊지 않기 위해서입니다.


그리고 세상에 평화가 가득하도록 제가 구체적으로 하고 싶다고 정리한 세부항목은 5가지 플랫폼입니다. 메이커들을 위한 삶의 기반, 미디어, 컬렉티브, 민주주의, 그리고 다시 삶입니다. 그리고 이 각각은 현재 제가 진행하고 있는 일들, 혹은 앞으로 하려는 일들과 연결됩니다. 슬로워크, 빠띠, 우주당, 라이프퀘스트 등입니다.


가장 첫번째가 메이커들을 위한 삶의 기반입니다. UFOfactory였고, 지금은 슬로워크입니다. 사회의 혁신이든, 소셜 임팩트든, 세상을 평화롭게 만들든, 더 재밌게 만들든 모두 사람들이 하는 일입니다. 그 일들이 지속되려면 가장 먼저 그 일을 하는 사람들의 삶이 보장되어야 합니다. 금수저가 아닌 저에게도 이 기반은 필요합니다. 라이트 형제가 자전거 가게를 운영하면서 비행기를 만들었지요. 슬로워크의 미션은 사실 이보다는 더 포괄적입니다만, 가장 기본적인 기능은 "세상을 변화시키려는 사람들의 삶의 기반"이 되는 것입니다. 기본 소득 논의에서 이슈가 되는 어느 정도가 삶의 기반으로 적절한가에 대해서도 각자 팀이 자율적으로 정의하면 목표가 정해지는 구조입니다. 평화의 여정에 이 자립의 과정은 가장 기본이 됩니다.


두번째는 미디어입니다. 특히 주목하는 것은 개인 미디어입니다. Me이면서 Media입니다. 슬로워크가 하는 일들 중 상당수가 브랜드를 만들고 홍보물과 웹사이트를 만드는 일입니다. 이 일이 가지는 의미를 저는 자신의 정체성을 정의하고 세상에 목소리를 내는 수단을 갖게 하는 것으로 봅니다. 서로 존중하기 위해선 서로 이해하려는 노력이 필요하고, 서로 이해하려면 서로에 대해 알아야 합니다. 누군가 나에 대해 알기 위해선 나를 알릴 수 있는 수단이 필요합니다. 인터넷이 보급되면서 이 수단이 모두에게 주어졌습니다. 이 힘을 모두가 가질 수 있도록 만드는게 하고 싶은 일 중에 하나입니다. 아주 오래전에 다음 블로거뉴스와 다음뷰를 만들때에도 같은 마음이었습니다.


세번째는 컬렉티브입니다. 커뮤니티라는 말이 더 익숙합니다만, 굳이 컬렉티브라는 단어를 사용하는 까닭은 앞서 언급한 자립과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있는 모양을 설명하는데 더 적합하다고 생각하기 때문입니다. 서로 다른 목소리가 만나서 부딪히고 새로운 답을 만들어내고, 적절한 도움을 서로 주고 받는 곳. 우리가 일하는 조직, 관심사가 비슷한 사람들과의 모임, 더 나아가 우리 사회가 더 민주적인 관계를 맺도록 돕는 기반 플랫폼과 가이드를 빠띠를 통해서 만들고 있습니다.


네번째는 정치입니다. 정치를 통해서 우리가 바꾸는 것은 우리가 살고 있는 세상을 규정하고 있는 여러 시스템을 관리하고 운영하는 방식입니다. 그 시스템은 법률이기도 하고, 행정이기도 합니다. 이 시스템들이 더 많은 사람들을 위해 작동하도록 만들려면, 더 많은 사람들이 직접 참여해서 개선할 수 있도록 프로세스를 만드는게 더 낫다고 생각합니다. 예전과 달리 지금 시대에는 인터넷의 힘을 활용해 시민들이 더 직접 더 자주 우리 사회의 시스템의 개선 과정에 참여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지금은 우주당으로 이 도전을 하고 있습니다.


다섯번째는 다시 삶입니다. 메이커들뿐만 아니라 더 많은 사람들이 생존의 수단으로써의 일뿐만 아니라, 자신다움을 표현하고 세상에 기여하는 수단으로서의 일을 하는 기회(덕업일치)를 갖는 것. 더 나아가 노동하지 않고 놀 권리를 갖게 되는 것. 이를 돕기 위해 기술을 활용해 플랫폼을 만든다면 어떤 서비스가 될까요? 롤플레잉 게임에서 캐릭터를 성장시키듯이 우리가 이 세상을 도전과 모험으로 바라보고 자신을 성장시키는 인생 게임을 만들어 볼 수도 있지 않을까요. 앞의 네가지를 마무리하고 어서 도전해 보고 싶은 과제입니다.


저에게는 이 다섯가지가 한 사람이 평화에 도달하는 과정이자 세상이 평화로워지는 과정이라고 생각합니다. 삶의 기반을 통해 자립하고, 자신의 목소리를 세상에 낼 수단을 갖게 되고, 서로 목소리를 가진 사람들이 모여 협업하고, 세상을 이루는 시스템들을 정치 참여를 통해 변화시키고, 그 환경 속에서 다시 각자의 개성에 맞는 삶을 즐기는 것. 이런 삶이 평화로운 삶이고, 이런 세상이 저에겐 평화로운 세상이라고 저는 생각합니다.


제가 이 일을 잘 할 수 있을까요? 글쎄 그건 좀 다른 문제인 것 같습니다만, 하고 싶은 일이 할 수 있는 일보다 더 중요한 저이기에 19년째 여러 가지 일을 하며 꾸역 꾸역 도전하고 있습니다. 앞으로도 아마 그럴 것 같아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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