화성과 별자리

카시오페아 별자리, 닻별

by 낮에 뜨는 별

1. 전에는 밤하늘에 밝게 떠있는 별들은 다 인공위성인 줄 알았다. 그러다 천문대를 가서 직접 별 하나하나의 위치, 다른 별과의 거리를 보고서야 맨눈으로 보이는 별이 무엇인지 확신을 갖고 말할 수 있게 되었다. 알아야 보인다. 그것이 별이든 사람이든.



2. 언젠가 신문기사에 <화성>이 가장 밝게 빛나는 날이라고 해서 밤하늘의 별을 찾으려고 보니, 어디가 북쪽인지 남쪽인지 알 수가 없었다. 아파트 안내도를 보니 방위표가 나와있어서 남 쪽 방향을 향해 선 다음, 두 팔 벌려 동쪽과 서쪽을 찾아 밤하늘에서 별의 위치를 찾아 헤맸다. 사실 별자리 앱을 이용하면 편한데, 온전히 내 힘으로 별과 만나고 싶었다.



3. 처음 화성과 만난 날, 이게 진짜 일까? 싶었다. 이후 별에 관심이 많은 아이 덕에 천문대를 가서 설명을 듣고 나서야 그 별이 진짜 화성인 것을 알게 되었다. 그리고 같은 시간 서쪽하늘에 있는 별 두 개가 목성과 토성이라는 것도.

이후부터 밤하늘을 계속 관찰하게 되었다. 가끔 숨 막힐듯한 답답함에 집을 나오면, 뚜벅뚜벅 걸어가는 내 곁에 있어준 것은 저 붉은 별 화성이었다. 요즘은 달이 늦게 뜨는 계절이기 때문에 그 흔한 달도 보이지 않을 때가 많은데 밝게 빛나는 별, 하나가 나를 위로해준다.



4. 옛날 사람들은 어떻게 밤에 방향을 알았을까? 가을철에는 카시오페아 별자리, 우리가 잘 알고 있는 W 모양의 별을 보고 북쪽을 찾았다고 한다. 우리말로는 닻 모양과 닮았다고 닻별이라고 했다고. 카시오페아 별자리는 어떻게 보면 꼭 의자가 뒤집어진 모양이다. 그걸 보고 옛날 그리스 사람들은 상상의 나래를 펼쳤다.



5. 그리스 로마 신화의 카시오페아는 팔불출 엄마였다. 자신의 딸 안드로메다 공주가 너무 예쁘다고, 바다의 요정들보다 예쁘다고 자랑하다가 포세이돈이 화가 나서 에티오피아의 선박을 자꾸 공격하자 왕은 자기 딸을 괴물 고래에게 바치기로 한다. 마침 메두사의 목을 베고 돌아오던 페르세우스 왕자는 공주를 구했다. 포세이돈은 그녀를 벌하기 위해 죽고 나서 별자리로 만든 다음, 의자 위에 거꾸로 매달리는 형벌을 내렸다고 한다. 바다로 쉬러 내려오지 못하게 해서 북쪽을 빙빙 돌게 만들었다고.



6. 가을철 밤하늘 별자리를 가족 별자리라고 한다. 이 이야기의 주인공들이 모두 밤하늘에 있기 때문이다. 그런데 우리나라의 심청이야기도 그렇고, 이 이야기도 그렇고. 왜 딸들은 그렇게 희생의 제물이 돼야 했을까. 그리고 그녀들을 구원한 것은 왜 왕자여야 했을까. 딸들은 언제쯤 스스로 삶을 개척하는 것이 용납될까?



7. 매일매일 <인형의 집>에서 인형으로 살지 않겠다고 저항하고 있는 나에게 밤하늘의 별들은 말해준다. 알면 보이는 새로운 세상들, 알기 때문에 더 이상 전과 같을 순 없다고, 그리고 너 자신을 소중하게 대해야 할 것을 잊지 말라고 한다. 정말. 전엔 보이지 않았다. 저 밝게 빛나는 별이 낮에도 떠있고, 인간이 그토록 가고 싶어 하는 화성이라는 것을 몰랐으니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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