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요하지 않다는 것
1. 보통의 것
모두가 연인에게 사랑을 표현하는 날, 연인이 삶의 구원자가 아니라 삶을 나락으로 떨어뜨리는 존재인 누군가는 평범한 사랑이 왜 이렇게 힘든가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가족에 대한 고마움과 사랑을 표현하는 명절, 가족이 삶의 안식처가 아니라 집이 지옥인 누군가는 가족들끼리 함께하는 그 평범한 밥 한 끼가 왜 이렇게 힘든가 눈물을 흘린다.
모두가 고마웠던 선생님을 향해 편지를 쓰고, 옛 학교에 대한 그리움을 나눌 때 누군가는 지우고 싶었던 기억이 떠올라 쿵쾅거리는 가슴을 붙잡는다.
모두가 자신이 낳은 자녀에 대한 애정과 사랑이 듬뿍 담긴 사진과 글을 남길 때, 나의 깊은 어두움까지 시간과 장소를 불문하고 가면을 벗겨대는 내 아이를 향한 분노가 치솟아 오를 때면, 한 없이 우울해진다.
보통의 것을 마음껏 누릴 수 있는 것이
얼마나 행복하고 감사한 일인가.
2. 모든 사랑은 기적이다.
자녀가 부모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일
학생이 교사를 존경하고 사랑하는 일
부모가 자녀를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
교사가 학생을 존중하고 사랑하는 일
부부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일
직장동료가 서로를 귀하게 여기고 사랑하는 일
가까운 벗이기에 예를 갖추고 사랑하는 일
아름다운 자연에 예를 갖추고 사랑하는 일
비인간인 어떤 존재의 목소리를 듣고 사랑하는 일
당연하다 생각되는 것들이 당연하지 않음을 아는 것
어떤 이는 그 보통의 평범한 것들을 마음껏 누릴 수 없어서 눈물을 참느라 턱이 아프고,
어떤 이는 그 보통의 평범한 것들이 너무나 귀해서 피로를 잊는다.
3. 한국이 싫어서 오랜 시간 거칠게 저항하던 녀석들이 학교 밖에서 방황하다 우리 센터에 온다. 센터로 그중 한 녀석의 보호자님께 전화가 왔다. 나에게 밥을 사고 싶다고.
아이를 데리고 병원에 가주는 선생님은 내가 처음이라고, 아프면 약을 주고, 배가 고프면 먹을 것을 주는 한국의 선생님은 원래 그렇게 친절하냐고 물었다. 교육이 아니라 돌봄이 필요한 곳에서, 어떤 멋진 교육 프로그램이 아니라 보통의 사람이 누려야 할 것을 통해 마음의 빗장이 열린다.
보통의 것들이 괴로워서 울음을 참느라 갈비뼈가 아픈 날들을 경험한 사람과 그렇지 않은 사람. 보통의 평범한 것들을 공기처럼 자연스럽게 호흡할 수 있는 사람. 그 무수한 경계 위에 비가 내린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