1. 착한 딸의 꿈

제1장. 궤도 이탈

by 호기

"너는 참 착하다."


어릴 적 자주 들었던 말이다. 떼를 쓰지 않고, 말을 잘 듣고, 엄마가 원하는 대로 행동하는 아이.

그것이 나였다.


연년생 오빠는 달랐다. 오빠는 자신이 좋아하는 것이 확실했다. 책을 읽고, 이야기를 쓰고, 그림을 그렸다. 좋아하는 만화책은 전 권을 모았고, 관심 있는 것에는 끝까지 파고들었다.


오빠의 확고한 개성은 때로 집안을 시끄럽게 만들었다. 나는 그 틈에서 조용히 지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는 중요하지 않았다.


엄마가 좋아하는 것이 곧 내가 좋아하는 것이 되었고, 엄마의 목표가 나의 목표가 되었다.

어린 시절부터 난 자연스럽게 내 마음의 문을 닫아버렸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무엇을 하고 싶은지는 점점 희미해져 갔다.



막내 고모는 약대를 나와 약사가 되었다.

막내 고모와 할머니는 시골 외각에서 함께 작은 약국을 운영했다. 하얀 가운을 입고 처방전을 보는 고모의 모습을 엄마는 유독 부러워했다.


"네가 약사가 되면 얼마나 좋을까."


중학생 때쯤 엄마가 처음 그 말을 꺼냈다.

엄마의 말에는 기대가 담겨 있었다. 아니, 어쩌면 엄마 자신이 이루지 못한 꿈이 투영되어 있었는지도 모른다.


청소년기를 지나며 나는 엄마의 마음을 달래주는 역할을 자연스럽게 맡게 되었다.

엄마가 시댁에 대한 서운함을 털어놓을 때, 나는 묵묵히 들어주었다. 그러면서 동시에 약사가 된 고모를 보며, 나 또한 그녀처럼 약사가 되어 엄마를 기쁘게 해 드려야겠다고 생각했다.


나는 과학과 수학을 좋아했다.

구몬 학습을 싫어하던 오빠와 달리, 나는 문제 푸는 것이 재미있었다. 아버지를 닮은 이과 성향이었다. 엄마에게는 그것이 희망처럼 보였을 것이다.


하지만 나에게는 다른 즐거움도 있었다. 책에서 만나는 잔잔한 감동, 영화와 드라마 속 인물들의 서사를 거니는 시간들. 작은 방 한 칸에서 나는 어디로든 여행을 떠날 수 있었다.


"너무 빠져들지 마라."


엄마는 가볍게 말했다. 강압적이지 않았다. 다만 이렇게 덧붙였다.


"네가 좋아하는 건 나중에 언제든 할 수 있어. 하지만 약사가 되는 건 지금 아니면 안 돼."


그 말은 논리적으로 들렸다. 나는 고개를 끄덕였다.

지금 돌아보면, 그때 나는 내 꿈을 포기한 것이 아니었다. 애초에 내 꿈이 무엇인지 물어본 적이 없었다. 엄마의 기대가 곧 나의 목표가 되는 것이 자연스러웠다.


착한 딸은 원래 그런 것이라고 믿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