다시 출근 그리고 첫 촬영

오늘도 의전 사진을 찍는다 (5)

by 다시

십자인대와 연골 수술 후 2달간 휴직을 했습니다. 그리고 지난해 가을 경 복직을 하고 다시 일을 하고 있습니다. 여전히 다리는 불편하지만 그럭저럭 일을 하고 있습니다. 출근을 하고 나니 바빠서 머릿속에 떠오르는 생각들을 풀어내기가 쉽지 않네요.


복직 후 한 달 동안은 내근을 했습니다. 회사 내부에서 일어나는 회의와 행사들을 촬영하며 조심조심 움직였습니다. 회사의 장소들은 익숙하기 때문에 동선이나 상황에 적응하기가 어렵지 않았습니다.


한 달 동안 다친 다리를 조심하며 촬영을 해보니 자신감도 생기는 듯했습니다.


그리고 드디어 한 달이 지나고 첫 외부 행사 촬영을 나섰습니다.


긴장이 됐습니다. 그렇게 어려운 촬영도 아니었고, 십자인대를 다치기 전에 자주 가봤던 행사였기 때문에 큰 어려움도 없었습니다.


아니... 없다고 생각했습니다.


그러나 첫 촬영은 그야말로 멘붕이었습니다.


카메라가 낯설지도 않았고 조작이 어색하지도 않았습니다. 내근을 하며 한 달 동안 그래도 촬영을 했으니 카메라는 손에 익었습니다. 그런데 문제는 다리였습니다. 여전히 다리가 문제였습니다.


익숙하지 않은 외부 촬영에서 다친 다리가 제대로 힘을 받쳐주지 못하니 카메라를 들고 있는 상체에 힘이 들어가지 않았습니다.


좁은 공간에서 원하는 구도로 사진을 찍으려는 다리를 굽히거나 몸을 비틀어야 하는데 제 다리는 그것을 허용하지 않았습니다.


마치... 고장 난 삼각대를 놓고 사진을 찍는 기분이었습니다.


제가 촬영해야 하는 대표님이나 임직원들은 자유롭게 움직이는 상황에서 재빠르게 뛰어다니며 적절한 포즈와 표정을 잡아야 하는 것이

의전 사진을 찍는 제 역할입니다.


그러나 제 다리는 재빠를 수가 없었습니다.

겨우 걸을 수 있을 뿐이었습니다.

놓칠 수밖에 없는 컷이 많았습니다.


어찌어찌 촬영을 마치고 사무실로 돌아온 저는 그대로 책상 위에 엎드렸습니다.


내 마음은 다치기 전 상태를 기억하며 100m를 전력질주하고 있는데 다리는 출발선에서 꼼짝도 하지 않는 기분... 마치 누군가 내 다리를 붙잡고 놓아주지 않는 기분이었습니다.


몸 따로, 마음 따로라 마음은 급한데 몸이 따라주지를 않으니 불안했습니다.


팀장님께 이런 상황을 말씀드리자 너무 조급해하지 말라며, 다리가 다치지 않게 재활에 더 신경을 쓰라며 격려해 주십니다. 정말 감사했습니다. 하지만 당장 한 사람의 몫을 해내야 한다는 압박감에 저는 자꾸만 초조해졌습니다.


그리고 결국 퇴근 후 혼자 방에 틀어박혀 눈물을 흘렸습니다.


마치 무능한 사람이 된 것 같은, 쓸모없는 사람이 된 것 같은 기분이었습니다.


조급해봤자 해결될 것이 없는데, 재활에 더 힘쓰고 회복을 우선순위에 둬야 한다는 것을 알면서도

눈물이 터질 만큼 멘탈은 약해져 있었습니다.


회사에, 동료들에게 미안해하지 말고 지금은 제 몸만 신경 써야 할 때임에도 불구하고

이런 자책과 불안이 드는 것은 나의 완벽주의인가 싶습니다.


내일은 오늘보다 조금 더 편안한 마음으로 카메라를 들 수 있기를 바라며 마음을 다독여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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