2015년까지 총 45개국 200여 개 도시를 다녀왔네요.
2003년 잘 다니던 회사를 그만두고 배낭 메고 1년간 무작정 떠났던 여행, 회사 일이 자연스럽게 자정 넘어 끝나던 시절이라 일에 대한 스트레스가 심했던 시기였습니다. 서른이 되도록 결혼을 안 했으면 그때는 꼭 세상 구경을 가리라던 스무 살의 막연한 계획이 문득 떠 올랐고, 회사를 계속 다니는 1년과 퇴직금을 받아 다른 길을 찾아보는 1년, 그리고 원래 하고 싶던 꿈을 이루는 1년에 대해 곰곰이 생각해 보았고, '때'를 놓치면 '돈'이 있어도 할 수 없는 일이 있겠다는 결론을 내렸습니다. 혹자는 로또에 당첨이 되었거나 뭔가 큰 잘못을 저지르지 않고서야 남들 평생 가고 싶어 하는 직장을 그리 무모하게 그만두고 아무 목적 없이 떠날 수 있느냐고 묻기도 했습니다. 회사는 휴직을 하는 게 어떠냐고 물어도 왔지만, 왠지 미련을 두고 떠나면 세상을 제대로 맞딱뜨리기 어려울 것 같다는 생각과, 생각의 폭이 좁아질 것 같다는 생각에 여지를 두지 않고 떠났습니다. 언제 돌아올지, 또는 아주 안 돌아 올 수도 있다는 생각에 마지막을 준비하는 사람처럼 살림살이를 모두 정리했습니다. 차도 팔고, 심지어 통장정리까지 모두 끝내고 정말 필요한 몇 가지를 남기려 보니 박스 두어 개가 전부더군요. 물론 가장 미련이 남는 건 뭐니 뭐니 해도 가족... 특히 부모님.. 나이 서른 넘은 말만 한 처녀가 어딜 가겠다는 거냐고 붙잡으시던 부모님.. 하지만 내 인생을 걸고 설득하는 나에게... 아버지의 마지막 말씀은...
'네가 부럽다. 인생 한 번 사는 거라면.. 후회 없이 살아야지...'
한때 젊은 날 아버지도 그런 꿈을 꾸어 보신 적이 있었고 지금은 해외가 아니라 국내 여행조차 마음처럼 다니지 못하시는 현실에서 딸은 그런 후회가 없기를 바라시는 마지막 말씀이셨습니다. 20대 청춘을 바쳐 일해서 모은 돈과 퇴직금까지 모두 바리바리 챙겨서 1년 동안의 세계일주에 올인하다시피 했습니다. 영어라곤 땡큐, 하와유, 예스, 노 밖에 모르던 내가 20여 kg 배낭에 컴퓨터 하나 달랑 들고 출국하던 날부터 1년 후 다시 공항에 돌아오는 날까지... 내 머릿속에 지침이 되었던 단 한마디...'나는 네가 부럽다.' 던 아버지 말씀... 아프고 힘들고 괴롭고 외로워도... 그 한마디는 날 버티게 해 주는 힘이 되었습니다. 당신이 그토록 아쉬워하는.... 아니 어쩌면 그런 꿈을 꾸는 모든 사람들에게 미안한 생각과 떳떳해지고 싶은 마음에.. 그 시간을 견뎌낸 것 같아요. 훗날.. 지나간 시간을 돌이켜 보며 일생에 내가 가장 잘 한 선택을 꼽으라면 바로 이 결정이라고 말할 것 같습니다. 그렇게 1년간 유럽과 북미지역을 돌고 한국으로 돌아왔습니다. 세상은 바뀐 게 없고, 세상을 보는 나의 눈이 바뀌었다는 건 두말할 나위 없었죠.
그렇게 3년 정도가 지난 뒤, 전에 다니던 회사에서 '싱가포르'에서 일할 사람을 찾는다며 연락이 왔습니다. 물론 온라인 마케팅 경험자로써의 자격이 필요했지만, 한편으론 1년간의 세계일주가 해외에서 혼자 살아남을 수 있다는 믿음이 저에게 선뜻 그 자리를 맡기셨다는 생각이 듭니다. 그렇게 동남아 9개국의 담당자가 되면서 싱가포르에 살던 7년간 출장을 포함한 아시아지역 여행을 다니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다시 한국으로 돌아오는 길에 히말라야 안나푸르나 트래킹을 하고, 남미와 중미 등을 여행하게 되었습니다.
여행을 가는 것도, 일을 하는 것도, 노는 것도 저에겐 삶의 여정일 뿐입니다.
이곳에서 여행 얘기를 토대로 사람 사는 이야기들을 풀어 보려고 합니다.
기존에 다녔던 여행에 대한 이야기들은 네이버 블로그에서도 2004년부터 소개되고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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