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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바람내음 Aug 11. 2017

34.카트만두에서의 마지막 날

<포카라 공항>

안나푸르나와 포카라를 등지고 다시 카트만두로 향한다. 발길이 잘 떨어지지가 않지만 그래도 또 가야 할 곳이 있으니까. 

포카라 공항은 비교적 깨끗한 편이지만 그래도 시설들을 보면 아직 우리나라 80년대 수준이다. 그래도 분위기는 카트만두 공항 국내선 청사보다 났다.

저 큰 바늘이 있는 저울은 어디에 쓰는 물건인고 보니 부치는 짐 무게 재는 용이다. 저울만 봤을 땐, 비행기에 몸무게 제한이 있어 몸무게를 재는 줄 알고 살짝 긴장했었다. 어릴 적 쌀집에 가면 비슷한 저울이 있었던 것 같기도 하고.

저벅저벅 걸어서 소형 비행기에 오른다. 

가면서도 괜스레 뒤돌아 봐지는 포카라 공항과 히말라야 산자락.


<카트만두에 있는 한국식당 '축제'>

카트만두에서 한국 사람들에겐 잘 알려진 한국 식당 '축제'. 네팔리 갈리안(Kalyan)씨가 운영하는 한국 식당이다. 촘촘히 들어서 있는 상점들 사이에서 '축제'를 찾는 건 그리 어려운 일은 아니었다. 2층에 있는 태극기가 금방 눈에 띄기 때문. 사장님 갈리안 씨는 한국에서 일하신 적이 있어서 기본적인 한국말 소통이 가능하다.

보통 외국에 나오면 한국 사람이 하는 한국식당은 많지만, 외국인이 한국식당을 하는 경우는 많지 않다. 김치에 밑반찬에 부침개에 김치찌개까지. 밖에서 먹는 한국음식만큼 마음 든든하게 해 주는 것이 있으랴? 식사를 마치고 있으려니 ABC에서 동행했던 신선생님도 다시 만났다. 여기가 한국인들이 모이는 아지트가 맞군.

이런저런 이야기를 하다 보니 나와 동갑인 걸 알게 됐다. 친구가 된 갈리안 씨.

혹시 네팔에서 도움이 필요하다면 연락해 보셔도 된다. 포카라 가는 내국 항공편 티켓 예약, 카트만두 숙소 예약, 포터나 가이드도 소개받을 수 있다. 


<네팔에서 만난 친구들>

카트만두에 처음 도착했던 날. H의 소개로 만나게 됐던 산제이, 그와 함께 같이 나왔던 친구 마니쉬와 만나기로 했다. 호텔을 알아봐 준 것도 그렇고, 거기서 소개받은 포터 덕분에 여행도 무사히 마쳤으니 저녁이라도 대접해야겠다는 마음에. 산제이는 회사 일 때문에 다시 들어가 봐야 한다고 했고, 대신 다른 친구 라즈가 왔다. 마지막 날이니 내가 보지 못한 카트만두를 보여주겠다는 그들과 함께 이동했다.

정확한 위치는 모르겠지만 카트만두에서 엘리베이터가 있는 건물은 처음. 그 건물 루프탑엔 이런 멋진 레스토랑이 있었다. 여기도 사람 사는 곳이니까 이런 곳이 없을 리 없지. 여행자가 찾기엔 좀 어려운 장소인 건 틀림없다.  

책에는 나와 있지 않은 의외의 장소다. 밤에는 루프탑 바가 되는 모양이다. 

꽤 그럴싸 해 보이는 빌라촌

그리고 그들이 날 위해 시켜 준 모모와 딸밧요리.

이렇게 깔끔하게, 먹음직스럽게 나온 네팔 음식은 처음이다.  이 곳에 오지 않았더라면 네팔의 한쪽 면만 보고 갈 뻔했군.

식사를 마치고 차를 타고 어딘가로 이동 중. 어딜 가는지도 모르고 너무 잘 따라다닌다. 어딘가 특별한 행사에 다녀오는 걸까? 전통옷을 곱게 차려입은 여인들. 

누군가를 따라다니게 되면 하나 문제점이 있다. 구경을 가긴 했는데 그곳이 어딘지를 알 수가 없다. 물론 어딜 간다고 얘길 해 주긴 했지만 지역이름을 한 번 듣고 이해하긴 어렵다. 나중에 인터넷으로 찾아보니 카트만두 서쪽 언덕에 있는 스와얌부나트 불교 사원이다. 원숭이가 워낙 많아 원숭이 사원이라고도 부른다. 

이 사원이 유명한 이유는 유네스코에 세계문화유산으로 등록된 곳이라는 점도 있지만, 카트만두 시내 전경을 가장 잘 볼 수 있기 때문이기도 하다. 정말 빽빽하구나.

원숭이 한 번 만져 보려다 어찌나 사납게 굴던지. 그래서 휴대폰을 손에서 놓쳤고, 유리가 나가더니 화면이 켜지지가 않는다. 여행의 끝 마무리 답군. 페러글라이딩에서도 ABC 등반을 하면서도 한 번도 떨어트린 적 없는 휴대폰인데 말이지. 다행히 다음날 떠나는 일정이다.

동갑이라며 친구가 되어버린 그들. 하지만 그들은 각자 사업을 하는 CEO 분들이시고, 여행이 아니었더라면 농담하고 같이 돌아다니긴 어려웠을 거다. 내가 저녁을 먹자고 초대를 한 것인데, 그들이 식사도 사고 차로 관광까지 시켜줬다. 그들의 비즈니스 이야기, 그들이 보는 한국 기업과 문화 이야기 등, 정말 유익한 시간들이었다. 혹시 언젠가 한국이나 또 다른 곳에서 만나길 기약해 본다. 

네팔에서 만난 모든 사람들에게 감사한 마음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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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삶이란 오르고 내리는 히말라야 같은 것이다 by 바람내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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