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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지니아빠 May 05. 2021

원수 같은 에어프라이어

흔한 김 씨 같은 남편 주부, 김남주

기대 반, 걱정 반. 고무장갑을 끼고 수세미를 들었다. 과연 지워질까? 수세미로 박박 문질렀지만, 역시나.


에어프라이어 기름받이에 기름때가 지워지지 않는다. 어젯밤에 뜨거운 물에 담가뒀는데 소용이 없다. 아침부터 이게 뭐람.


촘촘한 스테인리스 바스켓에 깨알 같은 기름때 어쩜 좋을까. 슬슬 짜증이 밀려온다. 수세미질을 할수록 분노 게이지가 차오른다. 에라 모르겠다 던져 버릴까.


비장의 무기를 꺼낸다. 철수세미. 기름때 그냥 밀어 버리자. 스크래치가 중요한 게 아니야. 기름때를 지워야지. 그건 나중에 생각하자고. 벅벅. 쓱쓱.


역시 철수세미다. 기름때 조금씩 지워진다. 그래, 좋아! 신명 나게 팔을 움직인다. 알 수 없는 쾌감까지. 뭐야, 내가 이런 일에 감정이 오락가락하다니. 주부가 다 됐네, 다 됐어... 좋은 거... 겠지?!


하, 젠장. 육두문자가 튀어나온다. 소리를 지르고 싶다. 철수세미 쇳가루 때문에 싱크대가 지저분해졌다. 철수세미 너 이 자식. 쓰레기통으로 들어 가버려. 싱크대 청소까지 당첨이다.


휴일 아침 상쾌하네. 기름때 지우는 운동을 해서 좋다. 싱크대 청소까지, 최고의 아침 운동을 선물 받은 기분이다. 신명 나네. 응?! 원수 같은 에어프라이어.


기름받이에 철수세미가 지나간 자리에 스크래치가 내 마음에 남는 것 같다. 여기저기 너저분하게 흩어져 있는 쇳가루가 내 마음 같다. 어쩌겠어. 빨리 치우자. 아들이 밥 찾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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