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지니아빠 Mar 07. 2023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

육아하며 배우다.



며칠 전에, 지인 가족과 카페에 들렀다. 카페 마당에는 잔디가 깔려 있고, 대형 새장도 있었다. 마침, 날씨도 좋아서 아이들이 뛰어놀기에는 안성맞춤이었다. 그래서 먼저, 내부로 들어가서 자리를 잡았다. 카페 마당으로 나갈 수 있는 별도의 출입구 쪽에 독립된 자리에 앉았다. 아이들이 들락날락하면서,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되지는 않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먹을 간식거리를 주문하고 나니까, 아이들은 마당으로 나가서 놀고 싶다고 아우성이었다. 그래서 아이들에게 조심해야 되는 부분은 미리 일러주었다. 어떤 일이 생기면, 즉시 이 자리로 오겠다고 확답을 받고 마당으로 나갔다. 덕분에, 지인과 오랜만에 담소를 나누기 시작했다.


몇 분쯤 흘렀을까, 아이들은 내부로 들어와서 빵과 음료를 맛있게 먹었다. 노는 게 얼마나 신이 났는지, 다 먹지는 않고 약간의 허기만 달래고 또다시 뛰어나갔다. 다행히, 별도의 출입문이 있는 곳이라서 다른 손님에게 폐가 되지 않았던 것 같다. 아이들이 놀기에 좋은 카페인데, 혹시 노키즈존이 되는 건 아니겠지? 불안한 마음에 흘깃흘깃 창문 너머로 마당을 바라봤다. 


아이와 함께 공공장소에 가면, 늘 마음을 졸인다. 혹시나 남들에게 피해를 줄 것 같아서 그렇다. 특히, 카페에 가면 더 조심하게 되는 것 같다. 사람들이 카페에 간다는 건, 커피 한 잔과 쉼을 얻고 싶기 때문이다. 또,  지인들과 고민이나, 즐거웠던 이야기를 나누는 공간이기도 하다. 쉼과 즐거움 그리고 마음을 달래는 곳이 카페다. 그래서, 그들을 방해하는 것 같아서 마음이 조마조마하다. 사장님에게 카페는 생업의 현장이다. 방문한 손님의 아이가 소란을 일으키면 다른 손님에게 방해가 되고, 난감하지 않겠나. 그래서 카페 사장님과 방문한 이들에게 폐를 끼치면 안 된다는 생각에서 아이들이 소란을 일으키지 않게 하려고 조심 또 조심한다. 그래서 평소에 아이를 잘 가르쳐 왔고, 아이가 잘 이해하고 있어서 공공장소에서는 조심하는 습관이 길러져 있었다. 그동안 특별히 아무런 문제가 없었기 때문에, 별일 없을 것 같았다. 


“아이들이 다칠 수 있으니까 조심히 놀게 해 주세요.”


사장님이 아이들과 함께 들어왔다. 밖에서 어떤 일이 있었는지 몰랐기 때문에, 그저 안내 차원에서 말씀하시는 것이라 생각했다. 또, 지인과 진지한 이야기를 하고 있었기 때문에, 나는 퉁명스럽게 “네~다 알려줘서 괜찮아요.” 말했다. 그렇게 몇 시간 더 있다가 지인과 헤어졌다. 


집에 돌아와서, 아들에게 혹시 카페 마당에서 무슨 일 없었냐고 물었다. 솔직한 아들은, 수영장 얼음 판에 올라가서 놀았다는 게 아닌가! 아뿔싸. 아들에게 자초지종을 들었다. 다른 아이들이 얼음 위에서 놀고 있길래, 괜찮은 줄 알았단다. 자기도 해보고 싶어서 얼음 위로 올라갔다는 게 아닌가? 그 모습을 본 사장님께서 얼른 아이들을 챙겨주셨던 것이다. 이런. 얼굴이 홍당무처럼 붉어졌다. 사장님께 큰 실수를 했구나. 우리 아이가 그릴 리 없다고 생각해서, “다 알려줘서 괜찮아요.” 퉁명스럽게 말을 내뱉고 말았다. 사장님 마음이 상하지는 않았을까. 경솔했다. 다행히 아직 영업시간이었다. 카페로 전화를 걸어서, 진심으로 사과했다. 사장님은 괜찮다고 전화를 줘서 감사하다며 웃었다. 이제야, 마음이 놓인다. 다음에 방문하게 되면, 아이와 함께 다시 한번 사과를 해야 할 것 같다. 사장님 얼굴 붉히지 않고 넘어가 주셔서 감사합니다.


평소에 크게 문제가 없는 아이라고 해서, 우리 아이가 그럴 리 없다며 안심할 것이 아니다. 

우리 아이가 그럴 수 있다. 

매거진의 이전글 자유다!!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