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재수를 고민하는 수험생 그리고 학부모께 드리는 글

재수 라이프 번외편 2

by 레타
재수를 고민하는 수험생 그리고 학부모께 드리는 글


2020년도 수능이 끝났고 수시 합격자 발표도 끝났다.

2차전, 정시가 앞두고 있다. 사실 정시는 2차전이라기보다는 패자부활전에 가깝다.

수시 대 정시의 비율이 80 대 20에 육박하기 때문에.


정시 시즌이 왔다는 건,

본격적으로 고3 학생들이 재수를 생각해본 때가 왔다는 걸 의미한다.

필자는 현역 때 정시를 쓰지 않았다.

어차피 당시의 성적으로는 원하던 학교를 갈 수 없다는 걸 알았기 때문.

흔히 말하는, ‘빵꾸’를 노리기도 부족한 성적이었다.


그래서 재수를 결심했다.

부모님께선 이 뜻을 알아주셨고,

필자는 재수학원 선행반으로 향했다.

사실 나와 같은 케이스는 극히 드물다.


수험생은 1년이라는 시간적 비용을,

부모님은 경제적 비용을 고려해야 하기 때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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주변에서 말한다.

‘그깟 1년, 어릴 때는 별거 아니다. 인생은 길다.’

말은 쉽다. 본인이 닥친 상황이 아니니까.

이제 막 고등학교를 졸업한 열아홉이란 나이에,

1년을 투자해야 할 ‘재수’라는 상황에 들이닥치면 앞이 깜깜해진다.

필자도 그랬기 때문에.


부모님도 마찬가지다.

독학재수라는, 특이한 경우가 아닌 이상 엄청난 경제적 비용을 부담하기 때문에.

실제 두 자녀의 재수 시절을 서포트 해준,

필자의 어머니 피셜에 따르면 일반 재수학원은 보통 천만 원이 넘는 비용을 필요로 한다.


기숙학원은 말이 달라진다.

한 달에 250~350만 원의 비용이 든다고 한다.

재수 기간을 아홉 달이라 잡으면 약 3,000만 원의 비용이 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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필자는 ‘인생에서 스무 살을 지워버리자!’라는 각오로 임했다.

부모님은 이런 필자를 어찌 믿었는지, 흔쾌히 재수 비용을 투자해주시기로 했다.

결과적으로 비약적인 성적 상승을 이뤄냈고,

대학 합격 발표 후, 재수학원의 마케팅 수단이 되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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자랑은 아니지만.. 이런 경우는 ‘십중일이’라고 보면 된다.

재수를 해서 성적이 상승하는 경우는,

냉정히 말해서 많이 없다.


대부분의 학생들이 현역 때와 비슷하거나 낮은 수능 성적을 받는다.

필자의 재수 시절 때도 그랬고,

대입 컨설턴트로 일할 때도 그랬다.

왜 그런지는 모르겠지만, 아무튼 그렇다.


누군가 반문한다.

‘재수학원들은 재수만 하면 다 잘 될 거라고 하던데요?’

재수학원은 당연히 ‘잘 된 케이스’만 홍보에 이용하니까,

그리고 통계의 함정을 이용해 홍보하니까,

재수를 하면 다들 좋은 대학을 간다고 이야기한다.


그래서,

진짜, 모든 걸 걸 수 있는 사람만 재수를 하길 추천한다.

학부모님들도 자녀가 재수를 하겠다는 이야기를 하면,

심사숙고를 하고 결정하길 바란다.


그리고,

이왕 재수를 할거면 일반 재수학원을 보내길 추천한다.

학원이란 강제성이 부여되어야

‘그나마’ 공부를 하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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ps. 통계를 보는데, 재수학원 관련 키워드로 유입되신 분들이 많더라고요. 그래서 그분들께 조금이라도 도움이 되고자 하는 마음에 2~3편 정도로 재수와 재수학원 프리뷰 형식의 글을 써 보려고 합니다. 글을 쓰는데 굉장히 우울해지네요. ‘재수’라는 단어가 함의하고 있는 우울함이 저에게도 전파되는 느낌입니다... ㅠㅠ 구체적으로 궁금하신 게 있으면 댓글 남겨주시거나 journalist_reta@naver.com으로 연락 주시면 최대한의 도움을 드리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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