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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Jun 01. 2022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의 리테일 2

<산업에 대한 스터디>

위 그림은 이전 글 "위기에 빠진 레거시 리테일"https://brunch.co.kr/@retailhistorian/66에서 언급했던 리테일의 연표이다. 지금 우리는 시장의 희소성이 거의 사라진 상태(모바일에서 전환 비용없이 이동 가능한 다양한 쇼핑 앱 구동)에서 구매자와 공급자가 직접 만나는 새로운 국면의 리테일을 경험하고 있다. 여기에 구매자의 수가 줄어들고, 구매력까지 감소하는 산업적 위기에 처한 상황이다. 


여기에서는 이전 글에서 다루었던 위기에 대해 보강하여 두 번째 이야기를 기술하려고 한다. 


리테일의 성장에 치명적인 영향을 미치는 인구 감소 외에도 변수는 많다.

현재 우리가 처한 시대적 상황과 사회적 변화를 요약해보면 이렇다.


- 반려동물은 증가, 인구는 감소 : 인간의 개체 수는 줄어드는데 반려동물의 개체수는 늘어나는 현상


- 늙어가는 것에 저항하는 사람들 : 50대 청년, 60대 청년.

전 지구적으로 인간의 개체 수는 감소하며, 남아 있는 인간들은 갈수록 고령화되지만, 육체의 나이와 정신의 나이는 일치하지 않을 것이다.


- 공간 제약 해소라는 혁신 : 일하는 공간의 변화, 차박(전기차로 인해 더욱 확장될 공간으로서의 차)


- 갓생, 루틴 : 뽐내는 SNS에서 루틴의 SNS로, 공부하는 사람들.


- 가장 인기 있는 콘텐츠 = 돈 버는 이야기


- 생산 및 유통방식의 변화 : 리쇼어링(중국이 만들어 낸 저물가 구조가 앞으로도 유지될 수 있을까?), 더불어 Stock 개념의 변화까지 나타남


- (위 항목들에 비해 장기적 관점에서)에너지의 전환 : 석유에서 전기로 (석유 패권은 소멸하고, 전기 패권 등장할 것). 특히 전기차, 자율주행이 가져올 변화는 혁명적 변화를 이끌어낼 것이다.


위에 열거한 항목들에 대해서는 대체로 이견이 없겠으나, 여기서 한 발 더 나아가 전망을 구체화하고, 어떻게 대응할 것인가의 문제로 들어가면 상당한 의견 차이가 발생할 것이다.

전망과 대응은 난망한 일이지만, 무리가 되더라도 한발 더 들어가 본다.


1) MZ세대의 각성

청년들은 ‘시간’을 통제하기 위해 다양한 활동을 추구할 것이 분명한데 이미 ‘긱 이코노미’라는 현상으로 구체화된 것처럼 직업은 하나가 아니라 여러 개로 분화될 것이다. 그리고 그들이 일하는 공간도 고정된 사무실 개념에서 벗어날 것이다.

취미 더욱 다양하고 깊게 분화 것이고, 학습도 세대를 초월하여 지속적으로 확장할 것이다.

한편, 생산수단을 아직 갖지 못한 육체적으로 청년인 세대(이른바 MZ세대)의 소외감은 깊어지고 있는데, 청년들은 이를 극복하기 위해 강도 높게 학습하고, 자기 계발 노력을 경주하고 있다. 이전에 비해 지적, 육체적 능력이 우수한 세대가 ‘각성’한 이상, 앙시앙 레짐의 타파는 어느 임계점에 도달하여 급격하게 진행될 가능성이 높다.


새로운 세대의 혁신을 향한 노력이 공존과 상생, 착하고 선한 사람들의 영향력 확대로 나타나면서 대체로 온건한 방식으로 전개되기를 희망하지만,

일부 기성세대의 반발이 폭력적인 형태로 나타나는 현상이나 페미니즘을 둘러싼 일단의 과격한 논쟁은 우려스러운 일이다. 양극단에서 발생한 에너지가 기형적으로 커지는 현상이 팬데믹으로 인해 가속화될 가능성도 높다.


2) 가족을 지탱하는 기둥은?

지금까지 결혼과 출산에 의해 형성된 가족의 기능과 역할은 주로 인간이 성인이 되기 전까지의 양육과 보육, 교육에 집중되었으며, 노인 부양이 짐처럼 얹어 있는 구조였다.

인간의 역사에서 양육과 보육 측면에서 “가족”보다 좋은 조직 구조는 없었으니 아마도 해당 기능은 유지될 것이다. 인간의 진보를 위해서라면 앞으로의 사회적 합의가 이 기능을 강화하는 방향으로 이루어지는 것이 온당하다.

하지만, 가족 구성의 전제가 되는 결혼과 출산이 문제가 된다. 결혼과 출산이 유지되려면 청년 세대의 경제적 자립이 원활하게 이루어져야 하며, 무엇보다 여성의 사회적 역할에 대한 근본적 개선이 필연적이다.

이전까지 청년, 여성에 대한 논의는 당위성의 문제였지만, 앞으로는 인류의 생존이라는 본원적 문제로 다루어질 것이다. 인구 감소와 노령화는 단순한 사회 문제가 아니라 한 국가, 나아가 인류의 소멸을 초래할 수 있는 심대한 문제이기 때문이다.


양육, 보육, 교육, 청년의 자립, 결혼과 출산, 동거와 협력, 노인 부양으로 이어지는 인간의 생애는 사회적 합의에 의공공의 힘을 기반으로 안정화될 가능성이 높다.


공공의 힘에 의해 각 단계에 노정된 위험이 실질적으로 해소되기 시작하면 사람들의 삶의 양태, 생활 방식은 어떻게 변화할까?

물론 고도의 통제력을 가진 큰 정부가 공공의 힘을 막강하게 발휘하는 세계로 변화한다는 생각은 아직은 ‘상상’의 영역있다. 다만, 날이 갈수록 거리가 가까워지고 있을 뿐이다.

영화 블레이드 러너, 터미네이터, 매트릭스, 아바타 등 미래를 다룬 영화들이 언제부터인가 현실적으로 느껴지는 것은 그만큼 우리가 이미 미래에 훨씬 가깝게 다가서고 있다는 반증이기도 하다.


정치는 아마도 경쟁과 분쟁을 먹이로 몸집을 키우지 않을까?


큰 정부의 수립, 그리고 각 국 큰 정부 간에 벌어지는 경쟁과 협력의 문제는 여기서 논하기에 너무 큰 문제이지만 관심을 가져야 할 대목이다. 우리는 지정학적 긴장이 첨예한 지역에 살고 있기 때문이다. 게다가 협력보다는 경쟁으로, 나아가 분쟁이 될 가능성이 높기 때문이다.

여전히 진행 중인 팬데믹은 국가적 위기, 공공의 문제, 공공의 위기에 어떻게 대응할 것인지에 대한 사회적 합의를 이끌어냈다. 결국 공익을 대변할 큰 정부의 역할이 대두될 것이다. 우리나라처럼 인구 감소와 같은 생존의 문제를 내포한 국가들은 더욱 강한 경향성을 가질 것이다.

세계적 현상과 한국의 정치상황이 다르게 전개된 현상은 기이한 일이지만, 레거시의 반발력이 혁신의 힘을 언제까지 억누를 수 있을지를 생각해보면 결국 시간의 문제가 될 것이다.


그렇다면, 큰 정부들에 의해 인류 역사에서 처음으로 팍스 글로벌의 세계가 펼쳐질 수 있을까? (팍스 로마나, 팍스 아메리카나와 같은 국지적 팍스에 대비되는) 아니면, 원자재, 에너지, 식량을 놓고 국가 단위의 경쟁이 더 치열하게 벌어지면서 훨씬 심각한 분쟁이 발생하게 될까?


이 문제에 대한 전망은 전혀 다른 방면에서 단초를 찾아볼 수 있다. 바로 에너지의 전환이다.

석유에서 전기로 에너지의 전환이 이루어지면서 글로벌 정세는 전혀 다른 국면으로 변화할 수 있다. 지정학적 긴장의 가장 큰 요인이었던 석유 패권이 전기 패권으로 이동하면 중동에 몰려 있는 군사적 긴장은 다른 지역으로 이동할 것이다. 전기를 생산하기 위한 기초 에너지 역시 한정적이므로 희소성으로 촉발된 분쟁은 다양한 형태로 분출될 것이 분명하다. 중동의 분쟁이 아시아로 옮겨올 가능성은 이미 현실화되고 있다.


4) 자산에 대한 관념의 변화

자산은 한정적인 반면, 화폐는 무한 확대되면서 발생 자산버블유형 자산 확보를 위한 치열한 경쟁으로 비화될 것이다.

기존에 자산으로 여겨지던 것(귀금속, 부동산 등) 뿐만 아니라 자산의 종류가 확대되겠지만, 아마도 예술과 취향의 영역에 집중될 가능성이 높다. 인간이 인지하는 ‘가치’는 늘 희소성에 비례하는 경향이 강하다.

공간의 제약과 시간의 한계에서 해방된 사람들이 급격하게 증가함에 따라 취미, 취향에 대한 탐미적 접근은 더욱 강화될 것이다.


5) 끝맺음

테일의 역사를 살펴보며 미래를 가늠해보려는 시도가 여기까지 왔다. 역사와 미래라니... 이렇게 무거운 주제로 스터디를 해보니 눈은 떴으나 이제부터 시작이라는 자성을 하게 된다. 회고적 고찰(retrospective)에 한계가 있는 만큼 미래에 대한 섣부른 예상은 위험하다. 자기 확신은 늘 위험하다.


- 구가 감소하는 나라

- 늙어가는 사람들, 하지만 늙음을 거부하는 사람들이 과반을 차지하는 나라.

- 그 어느 때보다 지적, 문화적으로 우수한 세대가 아재 막 각성하여 깨어나고 있는 나라.

- 국제적 분쟁의 중심축이 이동하는 지정학적 위기에 처한 나라.


그 어느 것도 우호적이지 않은 작금의 상황을 돌이켜 보면 과거 우리나라의 리테일이 혁신하던 시기 역시 위기의 복판에 있었음을 상기하게 된다. IMF의 위기에 할인점이, 리먼사태 이후 이커머스의 본격적인 성장이 진행된 과거 사례를 복기해보면 리테일의 또 다른 혁신이 임박해있음을 짐작하게 된다.


그리고 그 혁신은 아마도

- 보다 진화된 디지털 리테일과

- 근거리 공간을 장악한 리테일

- 진지한 취미와 취향에 대응하는 리테일이 주도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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