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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머큐리 Nov 06. 2021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의 리테일

인구가 줄어드는 나라의 소매업이 성장할 수 있을까?


소매업의 온라인 전이(Shift) 과정에서 나타나는 큰 폭의 성장률은 착시를 불러일으킨다. 한국의 소매업은 5개년 간 3% 성장했는데, 이 중 e-커머스는 25% 성장했다. (2015~2020년)



표에 보이는 숫자 중 막대그래프의 가장 위에 있는 숫자들은 연도별 소매판매액 전체를 의미하며, 선형 그래프는 전체 소매 판매액 중 온라인 쇼핑 거래액의 비중을 의미한다. 특히 2020년 팬데믹을 기점으로 온라인 쇼핑의 점유율은 최대 43%로 큰 폭 상승했다. 하지만 온라인 쇼핑이 지난 시기 보여줬던 가파른 성장세(5개년 CAGR 25%)를 앞으로도 계속 이어갈 수 있을까?

소매업 전체의 성장은 3%에 머물고 있다는 점에 주목해야 한다. 또한 인구 감소가 본격화되었다. 구조적으로 인구가 감소하는 나라의 소매업이 성장한다고 전망하기는 어렵다.

온라인 쇼핑이라고 해서 예외가 될 수는 없다.

지난 시기 이커머스의 성장은 오프라인의 파이를 가져온 결과일 수도 있다.


물론 변수는 있다.

① 통일이 되거나,

이민자를 포용적으로 수용하거나,

③ 지역 경제의 활성화에 힘입어 인구가 분산되면서 출산율이 반등하는 등 구조적 변화의 가능성이 아주 없는 것은 아니다. 희박할 뿐이다. (희박하지만, 우리 모두 진지하게 고민해야 할 주제이기도 하다).

④ 인구감소와 관계없이, 관광객이 크게 늘어나는 상황을 상정할 수도 있는데 최근 K-Culture 열풍에 기대어 생각해보면 열거한 사항 중 가능성이 가장 높을 것이다.


본론으로 들어가자. 화두는 "인구감소 구간에서 리테일 플레이어가 어떻게 성장 혹은 생존할 수 있는가?"이다.


지난 시기, 한국의 소매업 시장을 조망해보면 백화점 3사, 할인점 3사, 홈쇼핑 3사, 편의점 3사, 이런 식으로 3강 구도가 형성되기까지 치열한 경쟁이 지속되었고, 안정화되면 다시 군소 플레이어들이 작은 틈새시장을  파고들어 분화되는 구조로 전개되었다. 이러한 공식(경쟁을 거치며 성장하고, 늘어난 파이를 나누면서 분화하지만, 파이는 오히려 커지는 과정)e커머스에도 적용되어 유사한 흐름을 보일 것으로 예상했다.


하지만 문제가 다. 인구 감소가 본격화된 것이다. 인구가 늘어나거나, 유지되는 것이 아니라 감소하기 시작한 것이다. 이는 Q_quantity의 증가를 기대할 수 없다는 치명적인 문제를 야기한다. 온라인 쇼핑의 성장은 분명 판을 바꾸는 지각변동 수준의 혁신이지만, 줄어드는 파이 안에서의 확장에 불과한 것이다. Q가 늘어나는 구간과 Q가 늘어나지 않는 구간은 전혀 다른 관점의 전략으로 대응해야 한다.


인구는 감소하지만,
영역과 차원이 무한 확장하는 구간에서
소매업은 어떤 변화를 마주할까?


그런데, 인구수(數)라는 물리적 조건의 Q는 줄어드는 반면, 기술 발전이 초래한 Q는 무한하게 확장할 것으로 보인다. (아직 완전히 정의되지 않을 만큼 무한한) 메타버스로 영역과 차원이 확장되었으며, 기술의 발전은 사람들에게 충분한 시간을 확보해주었다. 이제, 직장인들은 출근하는 시간과 비용을 세이브하여 자신의 세계에 재투자할 수 있게 되었다. 즉 인식의 영역은 무한하게 확장하고, 시간 비용은 크게 줄었다. 한편, 거대한 변수로 작용한 팬데믹이 휩쓸고 간 뒤 사람들의 생활양식은 환골탈태 수준의 변화를 빠르게 수용하면서 소매업의 변화를 요구하고 있다.


이러한 상황은 지난 소매업의 근현대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충격적인 변화이다. 산업혁명 이후 지금까지의 소매업은 양적 성장을 전제로 설계된 것이기 때문이다.

앞으로의 소매업은 더욱 잘게 쪼개질 가능성이 높다.  플레이어들이 양적 성장이 아니라 질적 성장에 주목하게 될 것이다.


P(Price) × Q(Quantity) - C(Cost)


어떤 플레이어가 지속적인 성장을 이루어낼 것인지, 그리고 어떤 플레이어가 살아남을지를 조망해보려면 기본 구조부터 시작해야 할 것이다. 흔히들 비즈니스의 핵심으로 "비싸게, 많이 팔고, 비용은 줄이는 것"을 꼽는다. 특히, 경쟁에서 승리하는 조건은 Q를 안정적으로 확보는 것이었다. 그런데 Q의 영역에 가늠하기 어려울 정도의 큰 변화가 찾아왔다. 인구 감소와 기술 발전이라는 변수가 작용했기 때문이다.

인구가 줄어든다는 말은 곧 많이 팔 수 있는 대상이 줄어든다는 것을 의미한다. 한편 영역의 무한한 확장 가능성을 염두에 두면 점유율을 늘려서 "규모의 경제"를 확보하는 전략이 무용지물이 될 가능성이 높다.


Appendix : 가까운 과거의 소매업


1. 되돌려 보기


지난 일을 돌이켜보자. 약 30년 전이다. 우리나라는 90년대 초반, 대규모 유통이 비약적으로 성장하는 과정을 거쳤다. 세계 시장을 잠식한 월마트에 비하면 시기적으로 늦었지만 1990년대 할인점이라는 포맷(format)의 혁신이 가져온 거대한 불길은 한국 소매업 시장에 활활 타올랐다. 이마트(1993년 창동점)를 필두로 대형마트(할인점)가 득세했는데 10년 만에 16조 규모로 성장하면서 백화점이 차지한 왕좌를 빼앗기도 했다. (2003년 할인점 매출이 백화점 매출을 추월 : 백화점 14조, 할인점 16조). 프랑스의 까르푸(1996년)와 미국의 월마트(1998년), 영국의 테스코(1999년 삼성 홈플러스와 합작) 등 글로벌 강자가 한국에 연이어 진출하면서 치열한 접전이 벌어졌지만 할인점 업계는 지속하여 성장했다.

혁신의 불길이 타오르고, 새로운 시장에서 격전이 벌어진 이후는 어떻게 되었을까? 산불이 휩쓸고 지나간 자리에는 할인점 3사가 선두의 깃발을 꽂았으며, 기존의 고목들은 극히 일부만 살아남았다(백화점 3사). 또한 새로운 포맷들이 틈을 노리며 분화, 발전하기도 했다. 홈쇼핑, 면세점, 편의점, 가전 양판, 아웃렛, 그리고 온라인 쇼핑의 새싹들이 싹을 틔웠다.

이야기는 이어진다. 소매업의 고도화를 이루어내며 시장을 평정한 할인점들은 성장을 이어가기 위해 SSM(대형 슈퍼마켓)으로 진출했고 확장은 순조롭게 이어지는 듯했다. 하지만 더 이상의 성장은 결과는 실패였다. 정책이 가로막았고, 할인점 기업들은 30조 규모의 안팎에서 치킨게임을 시작했다. 중국이나 베트남으로 진출하는 전략도 나왔지만 결과는 대규모 손실과 철수였다.


이러한 과정을 요약하면 혁신, 성장, 수렴,  정체, 분화로 이어지는 양태이다.


2000년대 초반은 할인점의 시대였다. 뒤를 이어 2010~2012년 홈쇼핑이 두 자릿수 성장, 2015~18년 편의점이 두 자릿수 성장하는 등 포맷의 혁신에 이루어졌으며, 예외 없이 업태 내 격전이 벌어졌다. 대형마트 3사,  홈쇼핑 7사, 편의점 3사의 경쟁은 지금도 이어지고 있다. 또한 이러한 과정은 성장의 정체와 분화로 이어졌다는 점도 동일했다.


2. 현재


이후 다시 한번 혁신의 불길이 발화한 시점은 아이폰 이후 스마트폰의 보급이 본격적으로 이루어진 2007년이다. 19세기에 거리의 상점들이 그랬고, 20세기에 백화점 업계가 반신반의했던 것처럼, 21세기의 유통공룡들도 혁신의 맹아가 싹을 틔워 결국 꽃을 피울 것이라는 사실을 믿지 않거나 과소평가했다. 결과는? 지금 보다시피 소매업의 판은 온라인 쇼핑으로 갈아 끼워진 상태이다. 지각변동은 원복 되지 않을 것이다. 이번 혁신은 산불로 끝나지 않았다. 인터파크(1995년), 옥션(1998년), 지마켓(2000년), 11번가(2008년), 쿠팡(2010년), 티몬(2010년) 등. 불과 10년 전만 하더라도, 지각변동을 예상하기는 쉽지 않았다.

<업체별 창립 연도>

1995년에 시작한 창업 러시는 2010년대에 들어서 마무리가 된다. 그 과정에서 오프라인 소매업과 대별되는 통신판매(온라인, 홈쇼핑, T커머스), 특히 온라인 쇼핑은 비약적으로 성장했으며 내부의 경쟁 결과도 어느 정도 정리되어 순위가 매겨졌다.


온라인 쇼핑 역시 성장이 멈춘 후의 모습은 <혁신 → 성장 → 수렴정체 → 분화>라는 오프라인 리테일의 양태와 비슷할 것이다. 그런데 우리는 쿠팡과 네이버, 이베이, SSG 등 메이저급 플레이어들이 각축전을 벌이고 있는 와중에도, 다양한 버티컬이 e커머스의 광활한 무대에서 활약하는 모습을 바라보고 있다. 배달의 민족은 이미 공룡이 되었으며, 마켓 컬리, 정육각, 오늘회, 무신사, 에이블리, 오늘의 집, 당근 마켓, 야놀자 등을 보라. 경이롭지 않은가? "분화"라는 측면에서 리테일의 역사를 돌이켜 볼 때 가장 다채롭고 화려할 것이다.

네이버, 쿠팡, 그리고 이베이를 품은 SSG까지. 3강이 정해졌으나 압도적 우위를 차지하는 플레이어는 아직 나오지 않았을뿐더러, 기타 플레이어의 거래액 규모가 오히려 큰 상황이다. "분화"의 현상은 카테고리를 더욱 깊게 파고들 것이다. 식품(컬리 등)에서 패션(무신사 등), 뷰티(화해 등) 리빙(오늘의 집 등)으로 파고들며, 중고거래라는 새로운 영역을 발굴하는가 하면, 최근에는 명품으로 옮겨갔다. 다음은 어디로 분화될까? 예상하기 어렵지만, 전자제품(음향, 기타 생활)과 자동차, 홈임플루브먼트 등 비어있는 영역은 아직 많다.


3. 가까운 미래

이커머스는 앞으로 더욱 다양한 분야로 분화될 것이다. 이는 주류에 대한 열등감이 없기 때문이다. 인간의 문명은 늘 주변부의 자극에 의해 발전하곤 했는데, 중심부에 대해 열등감을 가진 주변부가 아닌 대등한 지위를 가졌다고 생각하는 주변부로부터 에너지를 공급받곤 했다.

과거 백화점, 할인점 등 업태별 주류들은 확고한 위상을 가졌다. 백화점 3사, 할인점 3사가 아닌 업태의 중소업체들은 늘 열등감을 가졌다. 그것이 바로 성장을 제한했다. 일종의 자기 검열이 된 것이다.

하지만 이커머스에서 새롭게 등장하는 버티컬들을 보라. 그들은 열등감이 아니라 오히려 차별성에 근거한 자신감으로 무장하고 있다. 그들은 문명의 중심부에 강한 자극과 에너지를 공급하는 자신만만한 주변부이다. 이들은 무한한 가상세계에서 진화를 멈추지 않을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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