브런치 등단 합격 소식을 접한 지 일주일이 지났다.
등단 신청 때 작성했던 글들을 발행하고 나니 후속 글을 어떻게 이어가야 하나 막막해졌다.
사실은 이것저것 공부하면서 쓰고 싶은 글도 많았고, 남겨두고 싶은 글들도 많았는데,
막상 합격 통보를 받고 나니 작가로서의 아이덴티티를 가져야 한다는 부담감이 날 짓눌렀다.
후보로 올려둔 글들은 이런 글들이다.
"오브제의 독백" 시리즈.. 사물의 관점에서 헤어짐과 버려짐의 순간 속에서 느껴지는 페이소스를 풀어낸 글 모음인데, 왠지 은퇴 설계라는 이름에 부합하는 것 같아 보인다.
인생에서 1막을 마치고 2막을 준비하는 시간을 보내면서 지금까지와는 다른 시선으로 사물들을 바라보면서 묘하게 내 삶 주변의 소모품들이 눈에 들어왔다.
그리고 은퇴 준비를 위한 투자 공부를 하다 보니 채권에 대해서 좀 깊게 스터디를 하게 되었는데, 꽤나 재미있는 금융 상품이었다. 그리고 채권의 탄생 배경과 거래 관행을 알면 알 수도록 단순한 금웅 상품이 아니라 신뢰를 기반으로 시간을 산다는 인문학적 배경이 깊게 배어 있음을 알 수 있었다.
모든 것을 자본으로 치환하는 인간의 경제생활 가운데 유구한 역사를 지닌 채권은 시간을 돈으로 환산해서 거래하는 상품이다. 시간의 가치는 빌리는 사람의 신뢰도가 결정적인 역할을 하는 것이다.
이렇게 "오브제의 독백', '채권 인문학" 두 권의 책을 시리즈로 내려고 하니,, 벌써부터 숨이 막혀 오고 짓눌림이 느껴진다. 책 소개는 어떻게 해야 할지, 대상 타깃 선정은 어떻게 하고, 키워드는 어떻게 써야 할까. 그리고 나의 정체성과는 어떻게 연결 지을까.
처음부터 이렇게 무겁게 출발해야 하는 것인가?
"엄마의 유산"이라는 책을 남기신 지담님의 시리즈도 한 번 도전해 보고 싶은 분야다.
20대를 갓 넘어서 이제야 투표권을 가지게 된 아이들에게 AI로 대표되는 이 변혁기를 어떻게 살아햐 하는지,, 여전히 변함없을 청춘의 열정과 함께 변화하는 AI 세상에서 살아남기 위한 마음가짐들을 이야기해주고 싶기도 하다.
막상 이렇게 글을 남기니 속이 후련하기도 하고, 그냥 될 대로 되라는 마음이다.
그리고 브런치에서 하나 글 발행에 어려운 점이 "글쓰기", "저장", "발행"의 과정이 나눠져 있다는 것이다.
그리고 "발행"이라는 어감이 주는 무게감이 여태 나를 후속 글을 못 쓰도록 막아두었던 것이다.
이제 한번 천천히 부담 없는 발걸음으로 브런치의 세상에 다가서려 한다.
요즘 즐겨보는 유튜버 중에 "콜드쉽"이라는 스트리트 피아니스트가 있다. 주로 스트릿 피아노가 흔한 일본을 배경으로 활동하시는데, 유튜버 내용은 심플하다.. 그냥 스트릿피아노를 찾아 나서는 과정, 그리고 피아노 치는 모습. 가끔씩 신청곡을 받기도 하는데, 그 과정에서 관객들의 반응을 짧게 10분 이내로 보여주는 영상들이다. 왠지 볼 때마다 저렇게 살아가는 젊은이의 에너지와 열정에서 힘을 받게 된다.
나의 브런치를 대하는 마음도 콜드쉽 같은 마음이어야 할 텐데, 여기에 나를 옭아매는 게 나이란 거다..
뭔가 어느 정도 세월의 힘을 견뎌낸 노련함과 능숙함이 있어야 하지 않을까 싶지만, 왠걸 브런치에서의 나는 초보가 아닌가..
나이 불문하고 초보는 초보답게 살아야 한다.
그냥 부딪혀 보는 거다. 이 글처럼 말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