일본에서의 대학생활(2)
2011년 3월
눈물겨웠던 1년의 대학생활을 마무리하고 봄 방학을 맞이했다.
한국으로 돌아가 일주일쯤 지났을까, 같은 학교 언니에게 갑자기 연락이 왔다.
야, 빨리 NHK 틀어봐!! 빨리!!
카페에 있던 나는 영문도 모른 채, 뭔가 큰일이 낫구나 싶어, 인터넷으로 뉴스를 검색했다.
네이버 메인 화면은 초토화가 되어버린 일본으로 도배가 되어 있었고, 방학 전에 집을 구해 들어갔던 나는, 몰려오는 쓰나미에 부질없이 쓸려가 버리는 많은 집들을 보며, 과연 우리 집은 무사할까 하는 걱정도 잠시, 일본 센다이 쪽에 남아있던 친구들이 어떻게 되었을까 불안함에 전화를 여러수십 통을 했으나, 일본 내의 전파상황이 좋지 않아서 인지 연락이 통 닿지 않았다.(결국 3-4일 이후에나 연락이 닿았고, 친구들은 전부 무사했으나 피난을 가 있던 상태였다)
그렇게 대지진을 간접적으로 경험하고, 학교로 부터 개학을 한 달 뒤로 연기한다는 소식을 듣고, 내가 할 수 있는 거라고는, 일본에서의 우리 집이 무너졌는지 아닌지도 확인하지 못한 채, 그저 3개월로 연장되어버린 기나긴 방학을 불안 불안한 마음으로 버틸 뿐이었다.
같은 유학생 동기들은 전부 하나같이 패닉에 빠졌다.
여진과 같은 문제도 있었지만, 방사능이라는 2차 피해도 감수를 해야 할 판이었기 때문에...
방학 동안 서로 연락을 주고받았었는데,
그중에서는 휴학을 하는 친구들도 많았고, 풍족한 집안 아이들은 다른 나라 대학으로 진로를 바꾸기도 했으며, 나처럼 그냥 눈을 질끈 감고 다시 일본으로 돌아가는 아이들도 많았다.
그렇게 이상하리만치 기나긴 방학이 지나가고, 개학일을 일주일도 채 안 남긴 시점에 일본으로 귀환을 했다.
집으로 도착했으나 외관상으로는 아무 문제가 없어 보였는데,
열쇠로 문을 열고 들어가니, 분명 깨끗하게 청소를 다 하고 나갔던 집인데, 캐비닛의 문들이 모두 다 열려있고 책상 위에 올려놓았던 물건들이 모두 바닥에 떨어져 있어 마치 도둑이 들었나 착각이 들 정도였다.
정리를 끝내고 한숨을 돌리고 있을 때, 갑자기 커튼이 흔들리더니 마치 우리 집이 거대한 배가 된 마냥 양옆으로 흔들리기 시작했고, 그것이 내가 경험한 첫 동일본 대지진의 여진이었다.
여진이라고 하기엔 꽤나 컸다, 진도 5에 책상에서 연필이 굴러 떨어질 정도의 흔들림이었고, 그것이 생애 첫 지진이었던 나에게는 큰 공포로 다가왔다.
티브이에서 본 대로 책상 밑으로 피신해서 같은 동네에 살고 있던 유학생 동기 언니에게 전화를 하자 언니도 울며불며 전화를 받았고, 그렇게 잠잠해질 때까지 우리는 그렇게 전화기를 움켜쥐고 책상 밑에 숨어 있었다.
몇 달이 지나고, 눈에 보이지 않는 방사능 피해가 무섭기도 했지만,
피부에 와 닿게 무서웠던 것은 방학을 1달 연장했기에 진도를 따라잡기 위해 주말에도 수업을 나가야 한다는 사실... 전공 수업을 본격적으로 시작했던 그때는 정말 지옥 같은 매일의 시작이었다.
한 달에 한 번씩 오던 지진보다도 과제와 수업이 더 무서웠다.
하지만 인간은 적응의 동물, 그렇게 1년이 지나자,
나는 그렇게 가끔 흔들리는 일본땅에 적응하여, 마음의 여유가 생겼고, 엔화가 점점 안정되며 나의 주머니 사정도 점차 나아졌고 그렇게 잃었던 안정을 되찾은 것 같다.
그래도 졸업을 하고 일을 시작하면서 완전히 숨통이 트였고, 나는 사회인이 되고 나서 돈을 펑펑 쓰며 그 한을 다 풀었었다.
다시 하라고 하면 못할 나의 짠내 나던 일본 유학생활...
지진과 엔고(円高)를 뺀다면 1년 정도는 다시 할 의향이 있다 ㅋㅋ