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You can make anything
by writing

C.S.Lewis

by 노마드탕 Nov 17. 2021

클럽하우스에서 만나요

클럽 하우스에서 만난 소중한 인연들

클럽 하우스라는 플랫폼이 일시적으로 유행처럼 번지던 시기가 있었다.

그때 나는 영국에서 두 번째인가 세 번째 록다운 중으로(너무 록다운이 잦았어서 몇 번째 록다운이었는지도 기억이 가물가물하다)

인생에서 가장 사회적 교류가 없던 시기였다.


매일 재택근무하고, 남편 말고는 얘기할 사람 하나 없는 나날들을 보내고 있었다.

그러다가 이 클럽 하우스라는 음성 대화형 플랫폼을 알게 되었고 호기심과 권태감을 계기로 가입하게 되었다.


이 플랫폼은 특이하게도 아무런 메시지도 보낼 수 없고, 사진을 올릴 수도 없으며 오로지 대화로만 소통이 가능했다(지금은 여러 기능이 추가가 되어서 음성 대화 말고도 다른 메신저처럼 이용이 가능하다). 처음에는 이런 플랫폼이 처음이라 낯설어서 그냥 사람들이 이야기하는 내용을 들으면서 라디오 같은 기능으로 사용을 하다가 점차 참견하고 싶은 마음에 스피커로 올라가기 시작하면서 말을 틔였다.


처음에는 외국에서 생활하는 한국인 방으로 들어가 얘기를 했는데,

동질감에 너무 편하게 계속 얘기를 하다 보니 4-5시간 정도는 기본으로 떠들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그러다 어떤 다른 방에 실수로 들어가게 되었는데, (영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한국인들과 한국어를 배우고 싶어 하는 외국인들이 한데 뒤섞여서 이야기를 하는 방이었다) 그 방이 너무 재미있어서 결국에는 일어나서 잠자기 직전까지 거의 하루도 빼놓지 않고 2-3달 정도를 그 방에서만 머무르게 되었다.


국적들은 정말 다양했다. 한국, 모로코, 프랑스, 이탈리아, 영국, 미국, 키르기스탄, 일본 등등 정기적인 멤버들은 50명 정도 있었고, 나는 그 모두와 시도 때도 없이 대화했다.

거의 대부분의 사람들은 록다운으로 지쳐있었고, 나와 같이 소통에 목마른 사람들이었다.

그렇게 코로나라는 비상사태, 또 한국어와 한국 문화라는 공통된 주제를 가지고 우리는 계속 대화했고 서로를 알아가며 그렇게 거의 두세 달간 어떨 때는 이야기를 하다가 같이 잠들기도 하고, 웃고 떠들고 울며 우리는 친해졌다.


외부와 철저히 단절되어서 생활하던 나에게 작은 소통의 창이 주어진 것 같아

그걸 놓지 않으려고 화장실 가는 시간을 제외하고는 계속 로그인하고 있는 나를 발견했다.

하지만 어느 순간부터 공통된 대화 주제가 점차 줄어들다 보니 자주 보던 사람들이 하나둘 떠나가기 시작했고,

나도 그 어느 순간부턴가 들어가지 않게 되면서부터 점차 클럽 하우스를 멀리 하게 되었다.

(아쉬웠지만 남편조차도 나를 심각한 클럽하우스 중독자로 보고 있던 상황이었어서 그만두길 잘했다는 생각이 든다.)


그래도 다행히 50명 전부와 연락이 끊어진 게 아니고,

그중에서도 나이대가 비슷하고 관심사가 일치했던 8명 정도와는 정말 친한 친구로 남게 되었다.

비록 뿔뿔이 흩어져있고  이상 5시간씩 이야기를 하지는 않지만, 생각날 때마다 전화하고 매주 바보 같은 주제로 이야기를 하곤 한다.

그 중에서도 영국에서 사는 친구들과는 정기적으로 만나고 있다:)

다들 너무 좋은 사람들.

어떻게 흘러갈지 모르는 인생, 연락이 끊어지거나 다시 못 보게 되는 날이 올 수도 있지만

함께 나눴던 대화들, 서로를 향한 좋은 감정들 만큼은 나의 기억 속에 남아 있을 거 같다.


매거진의 이전글 외로워서 이직하고 싶어요
작품 선택
키워드 선택 0 / 3 0
댓글여부
afliean
브런치는 최신 브라우저에 최적화 되어있습니다. IE chrome safari