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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듬 Jun 01. 2024

글 쓰기 싫을 땐 글 쓰기

새로운 배움을 시작하면서 해야 할 일이 생겼다. 이제는 매주 글을 써야만 한다. 나와의 약속 수준을 넘어 쓰지 않으면 안 된다는 책임감이 생긴 것이다. 그렇지만 역시 일이 되면 싫다. 내가 하고 싶을 때만 할 수 있는 게 아니라는 걸 알아버리게 되는 순간 좋았던 일도 지겹고, 짜증 나고, 싫어지기 마련이니까. 


'글 쓰기 싫다'를 검색하다가 (종종 나와 비슷한 사람들을 보며 위안을 받는다) 상단에 내 글이 뜨는 걸 발견했다. 그리고 그 글을 타고 들어와 또 글 쓰기 싫다는 글을 쓰고 있다. 이렇게나 글을 쓰기 싫어하면서 글을 쓰고 있다니, 인간은 모순 그 자체다. 


이렇게 쓰고 싶은 글만 쓴다면 좋을 텐데 그럴 수는 없겠지. 사실 이 글도 쓰다 보니까 별로 재미가 없다. 아마 읽는 사람도 비슷한 생각을 할 것이다. (읽는 사람이 있다면..)


단순하거나 안정적인 일을 택하고 싶다는 생각을 하면서도 결국 늘 마음이 끌리는 곳에 가있다. 이것도 사람의 타고난 성향에 따른 것이리라. 그렇다면 나는 나를 부정하고 싶지는 않다. 


이 일의 결말이 어디로 향할지는 모르겠다. 나는 무엇으로 밥을 벌어먹고 살까. 안정적으로 월급을 타고 싶다가도, 리스크를 감수하고 싶기도 하고. 잘 모르겠다. 일단 푼돈이라도 벌면 좋으련만. 아무튼 하나 깨달은 게 있다. 나처럼 변덕이 심한 사람은 굶어 죽기 딱 좋다는 거다. 그래도 비빌 언덕이 없어지면 나도 1인분은 하고 살려나. 


여전히 나는 마음대로 살고 있다. 그렇지만 미래에 대비해서 착실히 돈도 모으고 있고, 나름 뭔가를 열심히 하고 있다. 단지 돈을 못 벌고 있을 뿐. 아, 그게 제일 심각한 문제인가. 그래도 넉넉하진 않아도 등 따시고 배부르게 살고 있으니 잘 버티고 있는 거 아닐까. 극한의 상황이 온다면 어떻게 될지 모르겠다.


단순히 현재를 과거에 힘들게 산 것에 대한 보상으로 여길까 한다. 물론 그런 보상이 당연한 건 아님을 알고 있지만 그래도 버티고 견뎌 살아남았으니 이런 날들도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해 보면 고비가 참 많았는데 말이다. 


이제 슬슬 해야 할 일을 하러 가야겠다. 하고 싶은 것 중 하기 싫은 게 바로 이런 거겠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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