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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해듬 Sep 24. 2023

스마트폰 미니멀리즘

중독에서 벗어나기

큰 마음먹고 구입했던 아이폰 13 pro max


나는 아날로그 시대와 디지털 시대에 걸쳐 성장한 9n년대생이다. 이제는 공중전화와 피처폰을 거쳐 스마트폰으로 넘어오게 된 때가 아득하게 느껴질 정도지만, 불편함 속에 낭만이 있던 시절을 여전히 기억한다.


스마트폰이 우리의 일상에 도입된 이후, 삶은 정말 편리해졌다. 여기서 더 발전할 수 있을까 싶은 의문이 무색해질 만큼 기술은 나날이 진화했고 전화나 문자는 물론 인터넷, 은행업무, 배달 등과 같은 우리 삶에 밀접한 행위들까지 전부 스마트폰 하나만으로 간단히 해결할 수 있는 편리한 세상이 됐다. 그러나 흔히 겪는 '중독'이라는 부작용을 피해 가기란 그만큼 어려운 일이 되어버렸다.


현대의 스마트폰은 개인의 편의를 넘어 더 많은 수익을 창출할 수 있는 도구로 사용되고 있다. 사용자가 더 많은 시간을 할애할수록 더 많은 광고를 내걸 수 있게 되고, 이에 따라 더 큰 이득을 벌어들이게 된다. 사용자는 꼭 필요한 기능만 사용하려다가도 불현듯 등장하는 웹사이트 광고에 쉽게 현혹된다. 새로운 유행과 멋진 아이템, 도움이 될 것 같은 정보들이 전부 손바닥 안에 있다. 조금 심심해질 차에는 유튜브나 인스타그램으로 간단히 도파민 할당량을 충족시킬 수도 있다.


나는 사실 어릴 때부터 인터넷과 게임에 중독되어 있었다. 집에 오면 곧장 컴퓨터를 켰고, 잠이 들 때까지 끄지 않았다. 이런 중독에서 또 다른 중독으로 넘어가는 것은 그다지 어려운 일이 아니었다. 경각심에 sns를 끊어봐도 새롭고 매력적인 컨텐츠는 어디서나 끝없이 등장했다. 하루종일 쓸데없는 것들을 검색하거나 인터넷 쇼핑을 하며 마치 이보다 중요한 일은 없다는 듯 미친 듯이 나의 시간을 쏟아붓곤 했다.


사실 내가 옷에 파묻히게 된 일의 8할은 스마트폰이 기여했다고 해도 과언이 아닐듯하다. 심심하면 터치 몇 번으로 옷구경을 하고, 언제 어디서나 최저가를 찾아 헤맬 수 있었으니까. 그렇게 나는 과도한 정보의 홍수 속에서 중심을 잡지 못한 채 원치도 않는 맥시멀한 삶을 살게 되었다.


스마트폰 중독에 관한 다양한 책과 다큐멘터리에서 공통적으로 하는 이야기는 의도적으로 사용 시간을 제한해야 한다는 것이다. 수많은 기업들은 사용자를 끌어들일 수 있도록 고도화된 인력과 자본을 투입한다. 그렇기에 개인의 의지만으로 스마트폰을 끊는다는 것은 생각만큼 쉽지 않다. 나는 우선 스크린타임을 켰다. 심할 때는 하루에 10시간 이상 핸드폰을 봤다는 통계가 나왔다. 스스로 아무리 줄여보려고 노력해도 사용시간을 5시간 이상 넘기는 일이 다반사였다.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어 알람을 설정했다. 중독 증세가 심하다 보니 넉넉히 하루 4시간을 사용시간으로 정했다. 별 거 안 했다고 생각했는데도 금방 4시간을 가득 채웠다. 스마트폰을 제한하며 깨달은 점은 그렇게 중요하지 않은 일에 상당한 시간을 쓴다는 것이었다. 기껏해야 검색이나 카카오톡, 아이쇼핑을 하는 게 다였다. 그 안에는 유행에 뒤처지고 싶지 않다는 마음, 사람들과의 관계에서 조급해하는 마음까지 들어있었다.


어떤 연락을 놓칠까 봐 두려웠고, 흐름에서 동떨어질까 봐 두려웠다. 다들 발 빠르게 새 소식을 접하는데 나만 그러지 못할까 봐 아닌 척 내심 걱정했다. 그런 마음들은 스마트폰과 함께 전부 내려놓아야 했다. 모든 것을 내려놓자,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았다. 마음이 가벼워졌다.


중독 증세에서 조금씩 벗어나자 4시간도 과하다는 생각이 들었다. 제한 시간을 1시간으로 줄여보기로 했다. 이제는 알람을 맞춰놓는 대신 스크린타임을 홈화면에 띄워놓고 수시로 체크한다.  시간은 쏜살같이 지나간다. 화면을 켜놓은  잠시라도 방심하면  시간을 초과하게 된다. 그러나 조금의 예외를 두더라도  시간 이상은 사용하지 않고 있다. 필수적인 앱들만 사용하면 충분히 활용 가능한 시간이다.


시간을 줄여나가다 보니 문득 핸드폰을 바꿔야겠다는 생각이 들었다. 불편함에 못 이겨 서랍 속에 고이 넣어두었던 아이폰 se를 꺼냈다. 원래 쓰던 핸드폰에 비하면 한참 못 미치는 성능을 가지고 있고 지원되지 않는 기능도 많아 불편함을 감수해야 하지만, 그 덕에 스마트폰에 대한 집착이 줄어들었다. 무게도 훨씬 가벼워 편하게 들고 다닐 수 있다. 사실 전화기의 핵심 기능은 통화와 문자이기 때문에 그 기능만 잘 된다면 충분하다. (그렇다고 피처폰을 사용할 수는 없겠지만.)


전에는 시간이 참 더디게 흐른다고 느꼈는데, 사실은 매우 빠르게 흐르고 있었다는 사실을 깨달았다. 그런 아까운 시간을 여태 낭비해 왔다는 것에 새삼 충격을 받았다. 시간의 소중함을 전혀 체감하지 못했던 내게는 새로운 발견이었다.


이제는 브런치나 블로그에 글을 쓸 때도 핸드폰 대신 노트북을 사용한다. 덕분에 딴짓을 할 확률이 현저히 낮아졌다. 전에는 컴퓨터 좀 그만 하라는 잔소리를 들었던 것 같은데, 이제는 차라리 컴퓨터를 해야 한다고 느껴질 만큼 시대가 변한 듯하다.


나는 앞으로 스마트폰 대신 책과 펜을 쥐고 내가 할 수 있는 것들을 더 많이 해나가고 싶다. 다시 중독되지 않도록, 다시 중독된다 하더라도 쉽게 벗어날 수 있도록 이 습관을 오래도록 유지하려 한다. 때로는 연어처럼, 사람에겐 강물을 거슬러 오르는 힘이 필요할지도 모르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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