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대의 언어'展 DDP뮤지엄에서 10월 10일까지 전시
오픈일이 조금 지났지만, 전시품 중에 타자기가 있다는 소식에 전시장을 찾아가 담당자를 만났다. 시대적 가치를 함께 했던 다양한 소통의 매체들이 많았지만, 필자가 타자기 덕후이기에 타자기 중심으로 취재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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https://www.ohmynews.com/NWS_Web/View/at_pg.aspx?CNTN_CD=A0003149872
동대문디자인플라자(DDP) 디자인전시관 3층으로 걸어 올라가면 'DDP뮤지엄 둘레길 갤러리'가 나타난다. 마치 우주선의 내부 같은 유리벽 안쪽 공간에는 커다란 테이블이 있고, 그 위에 있는 형형색색 다양한 오브제들이 눈길을 끈다. 관객들은 자연스럽게 발길을 갤러리 안쪽으로 향한다.
서울디자인재단에서는 7월 14일부터 둘레길 갤러리에서 <시대의 언어>展을 개최했다. 이번 전시는 타자기, 라디오, 텔레비전, 전화기 등과 같이 근, 현대 생활 기기들을 통해 각 시대별로 기술의 발달이 인간의 소통과 관계에 기여한 매체들을 조망하는 특별한 기획으로 준비된 전시다. 이번 전시에 출품된 다양한 기기들은 20세기 초부터 스마트폰이 등장하기 전까지 우리의 일상생활과 밀접했던 디자인 제품들을 통해 단순한 기술 발전의 흐름이 아닌, 각 기기마다 깃든 당대의 감성과 사고방식·생활방식을 엿볼 수 있는 것들로 재단이 보유한 130점의 소장품들로 구성되었다고 한다.
타자기와 같이 문자로 인간의 소통과 관계를 확장시켜 온 매체부터 전화기, 라디오처럼 음성 정보를 통해 우리의 일상에서 소통했던 매체뿐 아니라 기술이 발달하며 TV와 같이 영상으로 대중의 소통을 연결해 온 다양한 근, 현대 디자인 제품으로 전시되어 있다. 전시품들은 이미 퇴역한 군인처럼 그 쓰임을 다한 기기들이 대부분이어서 작동은 어려워 보였다. 전시품의 안전을 위해 일부의 기기들은 투명한 케이스 안에 있는 상태로 관람을 해야 하는 것도 있었다. TV나 라디오의 경우는 일부 작동이 가능한 것은 실제 작동되고 있는 상태를 관람할 수 있었다면 관람자들의 더 많은 관심이 쏟아졌을 것 같다. 그렇다고 눈으로 보기만 하는 전시는 아니었다. 관람객을 위해 두 벌식 한글 타자기 한 대가 체험용으로 마련이 되어있었다.
전체 전시품 중에 타자기는 총 11점이 나왔다. 1900년 초부터 1930년 대에 생산된 스탠더드형 타자기와 1950~60년대를 대표하는 포터블 타자기를 거쳐 1970년대 생산된 전동 볼 타자기까지 계보가 이어진다. 다만 수동타자기와 전동 볼 타자기 사이에 있는 전동 타자기는 아쉽게도 없었지만, 한 자리에서 이렇게 다양한 타자기를 만날 수 있는 것도 관람객들에게는 재미있는 경험이 될 것이다.
타자기는 아메리카, 유럽, 아시아 등 생각보다 많은 국가에서 생산되었는데, 전시에는 미국과 이탈리아에서 생산된 타자기가 주를 이루었다. 전시된 타자기의 기종은 Hammond typewriter, Royal Model10, Royal KHT, Royal Futura800, Smith Corona standard, Remington 30, Remington Noiseress, Oliver Typewriter, Olivetti Lettera22, Olivetti Valentine, IBM Selectric2 Ball typewriter까지 모두 한 시대를 풍미했던 인기 기종들이 많다.
전시된 타자기 중 'Royal Model10'은 최근 코베이 옥션의 타자기 기획 경매에서 출품되어 꽤 많은 투찰을 받기도 했다. (기사참조) Royal Model 10은 1913년부터 30년대 중반까지 생산된 스탠더드급 타자기로 당시 작가나 저널리스트들이 애용했던 로열의 대표 타자기이다. Model 10 버전은 직립형 디자인과 타자기의 양쪽 측면에 유리 패널이 있어서 타이핑 메커니즘을 볼 수 있도록 설계된 것으로, 당시에는 혁신적인 요소로 평가받은 타자기이다.
Royal타자기는 'Royal Model10'으로 당대 Underwood 타자기의 경쟁사였고, Underwood는 처음에 Remington에 잉크리본을 납품하던 업체 중 하나였으나, Remington이 잉크리본을 자체 생산하겠다고 하자. Underwood Model NO1 타자기를 자체 생산하기 시작하면서 Remington의 경쟁사가 되었다. 하지만 Underwood는 결국 급변하는 시대의 흐름에 뒤쳐지면서, 1959년 이탈리아 Olivetti에 합병이 된다. 이렇게 타자기 제조사들은 당시 치열한 경쟁 구도 속에서 서로 먹고 먹히던 관계였고, 그 역사의 중심에 있던 타자기들이 한 자리에 전시되어 있는 것이다. 이런 역사적 배경을 알고 전시를 본다면 타자기에 대한 이해와 관심이 더욱 높아질 것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