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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레뜨로핏 Rettrofit Dec 04. 2024

EP 9. 에피톤프로젝트  뮤직비디오 출연 후기

달콤 씁쓸했던 Take7


철학이나, 심리학에는 문외한이지만 이 말은 어디에선가 들어보았던 말이다. 멋진 말이라고 생각하여 이 말의 의미를 곱씹으며 영향을 받았지만, 누가 이런 말을 했는지 궁금해하지는 않았다. 알고 보니 이 말은 '알프레드 아들러'라는 심리학자의 저서 『인생의 의미의 심리학』을 인용하여 아들러의 심리학을 이해하기 쉽도록 쓴 일본의 철학자 '기시미 이치로'의 책 제목이다. 책의 제목대로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은 무엇이든 당장 행동으로 옮기는 실행의 중요성을 강조하는 의미가 담겨 있다. 내가 인스타그램에 타자기 계정을 만들어서 기록을 시작한 것도 이 말의 영향으로 그냥 시작한 것이었다. 이번 에피소드와 다음 에피소드는 인스타그램 계정을 운영하던 덕분에 생각지도 못했던 일이 생겼는데, 그 이야기를 담아보려고 한다.




그냥 기록하기 시작했다

 앞으로 어떤 일이 일어날 지에 대해서는 전혀 생각하지 않았다. 그저 내 취미활동에 대한 기록을 위해 시작했을 뿐이었다. 아주 소수의 사람들이 즐기는 소소한 취미생활의 단면을 내 나름대로 조금씩 인스타그램에 기록하기 시작했다. 시작 당시 SNS 중에서는 인스타그램이 가장 핫 Hot했다. 페이스북 계정도 있었지만, 페이스북은 실명과 개인정보 많이 노출되기도 하고 팔로워 중 많은 사람들이 같은 직장 동료들도 많아서 이런 소소한 개인의 취미활동을 노출하기가 꺼려져서 처음에는 인스타그램으로만 한정시켰다. 나중에 유튜브 채널과 블로그로 더 확장도 되지만, 시작은 그랬다. 직장 업무 상 SNS 홍보업무가 있었기 때문에, 관련 강의를 들은 것이 시작할 때 도움이 되었다. 처음부터 타자기수집가 레뜨로핏의 계정은 아니었다. 처음은 '아빠 혼자 은밀하게 즐기는 방구석 취미활동의 기록'으로 시작했다. 그러다가 당근마켓에서 우연히 타자기를 구입하게 되면서 그때부터 구매하는 타자기를 인스타그램에 하나하나 소개하며 올리기 시작했다. 타자기 수집을 시작한 지 거의 1년이 지났을 때인 21년 8월 경에 계정명을 레뜨로핏 rettro_fit으로 변경하여 본격적으로 타자기 수집가의 정체성으로 SNS활동을 이어 간다. 그러면서 수집하는 타자기만큼 인스타그램 팔로워도 늘어가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 인스타그램의 프로필을 보면 "협업문의는 DM으로"라는 문구를 가끔 본다. 초보일 때는 저 문구가 무얼 의미하는지 몰랐다. SNS가 재미있는 것이 요즘은 일면식도 없는 상대와 연락처를 몰라도 소통을 할 수 있다는 것이다. 내가 좋아하는 연예인이나 셀럽에게 DM으로 메시지를 보내어 개인적인 소통이 가능하기 때문이다. 물론 그 계정이 셀럽이 직접 운영하지 않는 계정일 수도 있고, 그런 셀럽에게 하루에 들어오는 협업문의 DM이 얼마나 될지 상상할 수 없지만, 보내나 마나 '읽씹' 아니 읽지 조차 않을지도 모른다. 여하튼, 그것이 SNS의 장점이자 단점이라고 생각한다. 잘 활용한다면 온라인에서 새로운 관계를 더욱 확장해 갈 수도 있으나, 잘못하면 요즘은 사기도 많이 당한다고 하니 소통도 잘 가려해야 하는 어려운 세상이다. 그러니 SNS를 한다 해도 DM으로 소통을 할 일은 거의 없는 것 같다. DM으로 오는 메시지들은 거의 뻔하다. 나도 팔로우를 했으니, 당신도 나의 팔로워가 되어 함께 성장하자는 팔로우 동맹 맺기 DM이 아니면, 상위 1%가 어떻게 부를 축적하는지 내가 알려 주겠다는 명의도용 계정들의 메시지 같은 것들이 다반사였다. 심지어는 해외에서 재미교표 출신의 젊은 미군 여성으로 위장한 피싱 계정이 DM을 보내와서 열어 보지도 않고 차단과, 삭제를 해 버리는 경우도 많았다. 이러다 보니 사실 DM으로 소통을 해 오는 사람들에게는 의심과 경계가 우선이었다. 필자가 팔로워가 엄청 많은 인플루언서도 아니고 굳이 나에게 DM으로 연락을 줄 사람은 없다고 생각했다.    





타자기 치는 사람 구해요

  그러던 2022년 5월의 어느 날. 한 통의 DM 메시지가 온다. 앞에서 언급했던 유형의 DM과는 달랐다. 타자기를 바로 언급하기에 답을 했더니,  바로 뮤직비디오 프로덕션 조감독이라며 자신의 신분을 소개하면서 용건을 말한다. 타자기 치는 모습을 촬영을 해야 하는데, 그것도 페이를 지급하고 촬영을 요청하는 것이었다. 페이가 얼마인지도 명확하게 언급한다. 돈을 받고 타자기 타이핑을 한다니!!! 이야기를 나누어 보니 촬영하는 곳이 집과 그리 멀지 않은 곳이었다. 아니 세상에 이런 일이?? 내가 좋아서 하는 취미생활일 뿐인데, 페이를 주면서 나를 필요로 하는 곳이 있다니!! 가슴이 두근두근거리면서 뭔가 벅차오르기 시작했다. 조감독이 언급한 페이의 금액은 그리 중요하지 않았다. 처음이라서 그랬나 싶기도 하다. 당시에는 그런 경험 자체가 없었으니, 조감독이 제시한 금액이 적은 지 많은 지, 기준도 없고, 그런 계산을 할 생각조차 하지 못했다.


그저 누군가가 타자기를 치는 나를 필요로 해 준다는 것이 더 기뻤기 때문에


돈이 많고 적음은 안중에도 없었다. "이런 날도 오는구나." 이러려고 했던 것은 아니지만, 열심히 필사하며 타자기를 연습을 한 보람이 느껴지기도 했다. 타자기를 시작한 지 1년 차 정도 되었을 때, 책을 하나 정해서 약 한 달하고도 일주일 정도 기간에 총 24회 차에 걸쳐 책 한 권을 필사한 적이 있었다. 매일 A4용지 한 페이지 이상 되는 분량을 계속 필사를 했었는데, 필사를 마칠 때쯤 되어서 A4 한 장 가득 채워서 타이핑하는데 약 40분 정도가 소요될 만큼 발전하게 된다. 필사 1일 차에 A4 한 장 가득 채워 필사하는 데 한 시간 반 정도 걸렸는데, 24일 차에 40분으로 50분을 단축시켰으니 장족의 발전이었다. 그 덕분에 한글 네 벌식 타이핑에 자신감도 많이 올라갔었다. 그리고 일 년이 지난 2년 차가 되었을 때이니 타이핑 의뢰에 대해서 자신감을 가지고 응할 수 있었던 것 같다.


인스타그램 DM으로 온 메시지 중에서


나중에 촬영장에 가서 이야기를 들어보니 처음에는 프로덕션에서 직접 타이핑을 하여 촬영하려고 했다고 한다. 그래서 이미 두 벌식 타자기도 한 대 보유하고 있었다. 하지만 막상 해 보니 쉽지 않았다고 한다. 그래서 인스타그램에서 필자를 발견하여 의뢰를 하게 되었다고 한다. 그렇게 그들은 SNS에서 자신들을 도와줄 타자기 수집가를 만나게 된 것이고, 필자는 아무것도 하지 않으면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다는 말에 영향을 받아 인스타그램에 취미생활의 기록을 하고 있다가 만나게 된 것이다. 연락을 준 조감독과 촬영일정과 장소를 협의하고 약속을 잡았다. 필자가 기록을 위해 운영하던 유튜브 채널에 올려두었던 영상의 링크를 보내주면서 레퍼런스도 확인시켜 주었다. 조감독도 맘에 들어하는 눈치였다. 그리고 마지막에 뮤직비디오가 어느 가수의 것인지 물어보았다.   


에피톤프로젝트의 뮤직비디오 촬영이라고???

  '감성장인'으로 알려진 "에피톤프로젝트"를 아시는가? 싱어송라이터 차세정의 솔로 유닛 프로젝트 그룹으로 모르시는 분은 여기를 참고하시기 바란다. 필자의 경우는 우리가 잘 아는 가수 겸 배우 '수지'가 뮤직비디오의 주인공으로 출연했던, '첫사랑'이란 곡으로 알고 있던 가수였다. 첫사랑뿐만 아니라 감성 충만한 다양한 히트곡으로 유명한 가수다.

출처. 1theK 원더케이 [MV] Epitone Project(에피톤 프로젝트) _ first love(첫사랑). 화면 캡처



"대~~~ 애박!!!" 에피톤프로젝트라니??

  



갑자기 전투력 급상승!! 이게 꿈은 아니겠지?? 잘하고 싶다는 생각이 더욱 강렬해졌다. 그날부터 에피톤프로젝트의 노래를 들으면서 노래가사들을 필사하면서 연습을 거듭했다. 사실 뮤직비디오 촬영이라고만 들었지 현장상황이 어떤지? 촬영은 어떻게 진행되는지? 내가 타자기 타이핑을 해야 한다는 것 외에는 아무것도 정보가 없었다. "혹시 촬영장에 가면 에피톤프로젝트를 만날 수 있는 건 아닐까??" 노래가사라도 미리 알려주면 연습이라도 해 갔을 텐데, 알려주지 않았던 것 앨범이 공식 발매일 전이라서 그랬던 것 같다. 나중에 기사를 찾아보니 22년 5월 24일이 에피톤프로젝트의 새 미니앨범 '기착(寄着)'의 공식 발매일이다. 뮤직비디오는 5월 21일에 촬영하여, 앨범 출시 후 5월 27일에 유튜브에 업로드된다.

촬영 가기 전에 연습으로 타이핑했던, '첫사랑' 노래가사


어떤 기종으로 가지고 갈 것인가?

 타자기를 수집한 지 2년 차였으니 당시만 해도 타자기가 꽤나 있었다. 정확히 기억은 나지 않지만, 약 30~40대는 족히 가지고 있었던 것 같다. 그중에서 주로 사용하는 네 벌식 한글타자기도 다양하게 있었는데, 뮤직비디오 촬영에 가지고 갈 타자기를 고르는 일도 신중하게 고민했다. 작동 컨디션도 좋고, 손에 잘 맞는 기종으로 선택하기 위해 계속 필사 연습을 하면서 타자기를 골랐다. 당시 필사 연습용으로 자주 사용하면서 손에 익숙했던 타자기는 마라톤 10TR, 마라톤 910 DLX,  마라톤 88TR, 마라톤 913 등이었는데, 그중에서 88TR은 활자의 타입페이스가 좀 얇아서 제외시켰다. 913이 타건감은 제일 좋은데, 타자기의 컨디션이 좋지 못해서 제외. 결국 10TR과 910 DLX 두 기종이 남았는데, 고민하다가 두 개를 다 가지고 갔다. 그리고 그 덕분에 큰 위기 모면을 할 수 있었다. 크로바타자기도 있었는데 당시에 필자는 마라톤 타자기를 더 선호했었다.     



달콤 씁쓸한 Take #7 

  드디어 촬영 당일. 막상 촬영장으로 가려고 하니 그때부터 약간 긴장이 되기 시작한다. 직장에 입사 면접 볼 때도 그리 많이 떨지 않았는데, 처음 해 보는 경험이라 그런지, 아니면 잘하고 싶어서 그런지 더 긴장이 된다. 혼자 가면 더 긴장이 될 것 같아서, 사진을 취미로 하는 친한 대학선배에게 부탁해서 함께 동행한다. 둘이 가길 잘했다. 역시 지인이 한 명 곁에 있어서 그런지 긴장은 좀 가라앉았다. 안내받은 건물의 주차장에 주차를 하고, 건물 지하에 있는 작업실로 내려갔다. 뮤직비디오 촬영스튜디오의 작업실이라 그런지 미술을 하는 예술가의 작업공간 같은 분위기가 느껴졌다. 깔끔하게 정돈된 분위기라기보다는 미대생들의 작업실 같이 편하고 자유로운 분위기였다. 연락을 줬던 조감독이 나와서 나와 일행을 맞이했다. 인사를 나누고, 촬영의 배경을 설명하였다. 직접 해 보려고 타자기까지 구매해서 시도해 보았으나, 결국 포기하였다는 이야기와 함께 그들이 가지고 있던 타자기도 보여 주었다. 이야기는 그리 길지 않았고, 본론으로 바로 들어가서 타이핑 준비를 위해 챙겨 온 두 대의 타자기를 내려놓았다. 촬영을 위해 준비된 테이블에는 친절하게도 나를 위한 아이스 아메리카노가 놓여 있었다. 주변의 조명은 끄고 탁상용 조명을 켜고 타이핑을 하는 타자기에 집중이 되도록 조명이 설정되었다. 타자기를 앞에 두고 앉은 내 어깨너머 뒤에서 기다란 망원렌즈가 클로즈업하여 활자가 올라오면 종이에 글자가 찍히는 장면만 당겨서 찍도록 세팅이 되어 있었다. 때문에 영상에는 타자기를 치는 내 손가락, 아니 손톱의 일부조차도 나오지 않는다. 출연은 오직 내 타자기만 할 뿐이었다. 드디어 타이핑할 가사를 전해 받는다. 노래 제목이 '달콤 씁쓸한'이다. 가사를 읽어봤을 때는 그리 어렵게 생각되지 않았다. 촬영 전에 잠시 노래가사를 연습할 시간을 가진다.  처음에는 마라톤 910DLX를 꺼냈다. 처음 받아 든 노래가사를 타이핑을 해 보니 생각보다 간단하지 않았다. 시작부터 겹자음 받침이 들어가는 '낡은'이란 단어가 나오고 특히 '씁쓸한'  '전부였었단걸' 같이 쌍자음 초성과 쌍자음 종성 받침이 생각보다 까다롭게 느껴졌다. 게다가 노래 한 곡을 전체 타이핑 하는 동안 두 번이나 반복되는 후렴구는 중간에 계속 가사가 비슷한 듯 달라서 계속 헷갈리게 만들었다. 그런데 문제발생. 잘 되던 타자기가 문제가 생겼다. 하지만 문제는 금방 해결되었다. 혹시나 하고 추가로 챙겨 온 마라톤 10TR이 있었기 때문이다.  바로 타자기를 바꾸었다. 자신감을 가지고 시작한 Take #1 은 어느 정도 순탄하게 타이핑을 하다가 절반 정도 쳤을까? 오타가 나면서 "컷 cut!" 촬영감독으로 보이는 분이 더 천천히 쳐도 된다고 편안하게 치라고 말씀을 해 주신다.  

촬영을 마치고 뮤직비디오가 공개된 후에 다시 집에서 타이핑했던 노래 가사 필사본


네 벌식 타자기를 쳐 보신 분이라면 이해를 하기 쉬울 것이다. 노래 가사 한 곡 전체를 오타 한 번 없이, 쉬지 않고 한  테이크에 타이핑을 완성한다는 것이 그렇게 쉬운 일은 아니었다. 더구나 당일 현장에서 처음 받은 노래 가사라서 일단 머릿속에 가사가 외워져 있지 않은 점. 노래를 들려주지도 않았고, 나 역시도 노래를 들어보자고 할 생각을 하지 못했다. 멜로디를 모르니 노래가사가 머리에서 흥얼거려지면서 빨리 인지가 되지 않는 상태로 프린트한 노래가사를 타자기 옆에 깔아 놓고 보면서 타이핑을 해야 했다. 영상을 어떻게 만들려고 하는지 의도를 정확하게 알지도 못했다. 나중에 빠르게 영상을 편집하는 것도 뮤직비디오를 보고 나서야 알았다. 당시에는 촬영감독이 괜찮으니까 천천히 타이핑해도 된다고 하는 말이 그런 의도인지 모르고, 그저 배려해 주는 말로만 생각했다. 잘하고 싶다는 욕심과 저런 배려 깊은 말에 미안해하고 싶지 않은 마음이 부딪히며 마음속으로는 긴장이 고조되고 있었다. 다시 Take #2 역시나 얼마 치치 못하고 다시 실수. "컷" NG~.  Take #3... Take #4.... 계속 실수연발. 몇 번째인지 기억이 잘 안 나지만, 자꾸 실수 때문에 마음은 더 조급해져서 인지, 시작하고 몇 자 치지도 못했는데 실수를 하는 경우도 생겼다. 타이핑에 적절한 리듬을 유지하면서 치려고 해서 인지,,, 속도에 신경은 안 써도 되는 데, 나는 그것이 숙련도가 떨어져 보이는 것으로 의식했는지 속도에 신경을 쓰다가 계속 어느 한 부분에서 집중력이 떨어지면서, 실수가 났다. 이때부터는 진짜 속도를 신경 쓰지 않고 오타 없이 천천히 끝까지 한 번 쳐 보자 싶은 생각으로 했다. 속도를 조금 더 천천히 타이핑하니까 조금 더 수월해진 느낌이다. 이 전보다는 훨씬 많은 분량을 타이핑하면서 내려갔다. 그러다 다시 또 실수. 이렇게 계속 실수하다가는 여기 촬영감독이나 조감독 등 저분들 나 때문에 퇴근 일찍 못하고 계속 여기서 기다려야 하는 거 아닌가? 하는 걱정도 엄습해 온다. 현장에 있는 모든 사람들의 시선이 괜히 나한테 집중되는 것 같고, 내 손 끝에 저들의 퇴근이 걸려있다는 생각이 부담으로 다가왔다. 다시 심호흡을 하고 잠깐의 연습시간을 가진다. Take #6에서도 꽤 많은 분량을 써 내려가다가 또 실수.  그래도 6번이나 계속 똑같은 가사를 반복해서 치다 보니 그 사이 손에 익숙해졌나 보다. 결국  Take #7 이 되어서야 성공했다. 한 번에 쉬지 않고 노래가사를 틀리지 않고 끝까지 타이핑해 냈다. 그때서야 뭔가 어깨를 누르고 있던 부담이 가셨는지,,, 마음이 한결이 편해진다.  성공은 했지만, 혹시 모르니 추가로 촬영을 한 번 더 했으면 좋겠다고 한다. "아니 이걸  다시 친다고?" 속으로는 이제 그만하고 싶었지만, 요청에 응한다. 그래도 성공을 한 번해서 마음이 가벼운 탓이었을까? 두 번째도 실수 없이 한 번에 끝냈다. 당시 타자기 카페에 올린 글을 찾아보니. 이렇게 촬영을 마치는 데 약 1시간 20분 정도 소요됐다고 쓰여 있다. 끝나고 나니 조감독이나 촬영하신 감독님이 7번이면 생각보다 일찍 끝났다며 긍정적으로 이야기를 해 주니 기분이 더 좋았다. 그렇게 모든 촬영은 마치고 같이 동행해 주었던 선배와 함께 근처에서 식사와 차를 마시며 촬영 당시 이야기를 나누고 돌아왔다. 지인이 같이 동행한 덕분에 현장에서 내가 타이핑하던 (증거) 영상을 짧게라도 건졌다. (22년에도 코로나가 끝나기 전이라 계속 마스크를 쓰고 다녀야 했던 때 다)


같이 간 지인이 찍어 준 타이핑 촬영하던 영상이다.


가장 중요한 것을 놓쳤다.

 촬영이 끝나고 5월 24일에 앨범은 예정대로 발매가 시작되었다. 나도 발매되자마자 앨범을 바로 구매하였다. 그리고 5월 27일에 드디어 뮤직비디오가 올라왔다. 뮤직비디오는 여길 눌러 보시라.

출처. INTERPARK entertainment 유튜브. 에피톤 프로젝트- 달콤 씁쓸한 타자기 노랫말 비디오


뮤직비디오가 나오기 전에 도착한 앨범을 통해 먼저 노래를 들었다. 타이틀 곡인 '달콤 씁쓸한'도 좋았지만, 나는 첫 곡으로 수록되어 있는 '자유낙하'라는 곡도 참 좋았다. 그래서 한 동안 차를 타 때마다 즐겨 듣는 고정앨범이 되었다. 뮤직비디오를 보는데, 뭔가 알 수 없는 뿌듯함과 성취감이 몰려왔다. '달콤 씁쓸한' 곡  반주에 들어있는 몽롱한 느낌의 코러스 이펙트의 소리도 그렇고, 오피셜 뮤직비디오를 봐도 레트로한 분위기를 느낄 수 있었다. 그래서 이런 타자기 노랫말 콘셉트로 뮤직비디오를 하나 더 찍은 거였구나... 하는 생각이 들었다.

영상을 보니 곡의 분위기에 맞게 마라톤 10TR의 파란색이 더 잘 어울리는 것 같았다. 영상에 내 손톱조차도 나오지는 않지만, 기분 좋았다. 뮤직비디오가 끝이 나고 마지막 장면으로 넘어간다. 어?? 그런데 없다. 엔딩크레디트가 안 보인다. 그리고 처음에 조감독과 이야기를 할 때 엔딩크레디트에 대해 언급을 하지 못했다. 페이 금액이 적더라도, 엔딩 크레디트에 타자기를 친 사람이 '레뜨로핏'이란 사실이 들어가야 하는데, 없는 것이다.  이 역시 경험의 부족이다. 경험이 있었다면 아마 페이를 언급하기도 전에 엔딩크레디트에 내 이름이 들어가냐고 물어봤을 것이다. 그래도 영상은 에피톤프로젝트의 인스타그램과 인터파크 엔터테인먼트 유튜브 채널에 계속 올려져 있으니, 두고두고 보면서 나중에 아이들에게도 이거 아빠가 타자기 친 거라고 자랑도 할 것이다. 이렇게 인스타그램 덕분에 나는 생각지도 못했던, 에피톤 프로젝트의 뮤직비디오 촬영까지 할 수 있었다. 뿐 만 아니라 그 후에도 간혹 DM으로 일면식도 없는 사람들이 타자기 판매자인 줄 알고 타자기를 구매할 수 있느냐? 는 메시지나, 타자기를 쓰다가 급히 작동에 문제가 생겨서 물어보는 사람도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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