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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이충민 Jul 29. 2020

파란색 포터를 타면 생기는 일.

급 나누기 좋아하는 우리나라에서 포터를 타면 생기는 일. 

  파란색 포터를 타는 것은 파란색 소나타를 타는 것과 뭐가 다를까요. 포터는 국산 차량 판매 순위를 보면 항상 top 5에 들 정도로 대중적인 차입니다. 실제로 도로를 주행하면 포터를 많이 볼 수 있지만 막상 주차장에 주차되어 있는 차를 생각해보면 포터가 많지는 않죠. 어쩌면 주관적인 경험이라 치부할 수도 있지만 개인적으로 포터를 몰고 다니면서 느낀 것을 돌이켜 연관시켜 보면 왜 그런지 지례짐작할 수 있습니다.


  파란색 포터, 28만 킬로, 16년 당시 중고차 구입가 500만 원. 제 차는 어디서나 볼 수 있는 날개가 약간 녹슨 파란색 포터입니다. 20대 때부터 몰던 차죠. 전 단순히 짐을 싣을 일이 많다 보니 이 차를 타게 됐습니다. 이 외에 좋은 점은 이 차를 몰고 거래처나 미팅을 가면 어른들은 열심히 산다고 좋아하기도 한다는 겁니다. 하지만 이 글을 쓰게 된 것은 이차의 긍정적인 이미지가 아니라 사람들이 포터에 보이는 편견 혹은 선입견을 말하고 싶어서입니다.

 이미지 출처 네이버 자동차 이미지

  개인적으로는 포터가 흉하게 생긴 차라 생각하지 않습니다. 동글동글하니 귀엽고 정직하게 생긴 것 같아요. 뒤에 개조해서 다니지 않는다면 생각보다 차도 크지 않고 이곳저곳 들어가기도, 좁은 곳에 주차하기도 편합니다. 하지만 어떤 사람들을 조금 다르게 생각합니다.


  한 번은 주말에 어머니 일하시는 곳에 아침에 가서 일을 도와드리고 앞에 포터를 주차하고 점심을 먹으러 조금 먼 곳으로 나왔습니다. 주차한 곳은 일하시는 건물 앞의 전용 주차장이었고 주로 학원이 있는 건물이라 주말에는 완전히 한적한 곳이고 실제 영업을 하는 곳은 1층의 문방구 등을 제외하고는 없었습니다. 그런데 전화가 와서 받으니 


어떤 사람 :  '트럭 차주세요? 여기에 트럭 주차하시면 안돼요.'

트럭 차주(나) : '아 거기 2층에 일 보러 왔다가 잠깐 나온 건데요.' 

어떤 사람 : '아니 트럭은 여기에 대시면 안돼요. 건물 뒤편에 대시거나 다른 곳에 대셔야지.'

트럭 차주(나) : '여기에 한두 번 댄 것도 아니고 2층에 일 보러 왔다가 잠깐 나온 거라니까요.'

어떤 사람 : '아니 트럭은 미관상, 아니 그리고 남의 집 영업하는데 트럭을 두시면 어떡해요.' 

트럭 차주(나) : '네? 주차장에 된 건데요? 그리고 무슨  3t 트럭이 아니라 그냥 포턴 데요. 말씀을 무슨...'

어떤 사람 : '그래도 트럭은 대시면 안돼요.'  

(여기서 폭발해서 큰소리로 왜 안되냐고 따지니까 어영부영 끊음.)


  실제로 가서 보니 트럭 빼고는 주차장에 주차가 한대도 안되어 있는 데다가 당연히 주차장은 건물하고 떨어져 있어서 가게를 가리거나 하는 일은 없었습니다. 정확히 누가 전화했는지 모르기 때문에 그냥 넘어갔지만 하루 종일 기분이 나빴던 기억이 있습니다. 


 그 외에도 자잘 자잘한 일들은 많이 있지만 하이라이트는 어제였습니다. 어제는 우리 집 아파트 지하주차장이었어요! 참고로 이 아파트에 산지 1년이 다 되어가고 있습니다. 저희 아파트 주차장 방지턱이 좀 뒤에 있는지 가끔씩 까먹고 주차하다가 방지턱에 멈춰지기 전에 벽에 박을 때가 있는데 그래도 트럭은 뒤에 고무가 달려있어서 크게 다치거나 벽이 상하진 않지만 마음은 항상 아픕니다. 하필 어제도 까먹고 벽을 치고 괜찮은지 뒤를 살피고 있었어요. 역시 크게 문제없어 보여 집에 들어가려고 하는데 한 할아버지가 지하주차장에 트럭을 대면 안된다는 겁니다. 저는 이상한 사람이 다 있구나 싶어 그냥 무시하고 가려는데 옆에 있던 와이프한테도 말하길래 무슨 말도 안 되는 말을 하냐면서 왜 안되냐고 물으니 할아버지는 '지하주차장 위에 닿을 수 있다.'라고 얘기합니다. 아파트에 살며 1년을 가깝게 주차하고 있는데 여기 주차장 규격에 맞는 차다.라고 얘기해도 '혹시라도 위에 닿을 수 있다.'만 반복합니다. 이번에도 포터 무시구나 싶어 화를 내니까 그러면 여기 말고 주차장 앞쪽에 대라는 말만 하시고 기분 나빴으면 미안하다고도 하시니 거기서 더 화를 낼 수 없어 그냥 알겠다고 하고 나왔습니다.


  몇 번 단순히 포터라는 이유로 차별을 받고는 같은 일을 당하면 화부터 나게 됩니다. 단순히 이상한 사람을 만난 거라고 생각하기엔 다른 차를 탈 때는 이런 일이 한 번도 없거든요. 심지어 다른 차는 포터보다 주차라인이 더 꽉 찹니다. 그래서 이런 일이 반복되면 가끔은 포터가 진짜 건물이나 아파트의 격을 떨어트리는 건가.라는 생각을 하게 됩니다. 사실 길에서 슈퍼카를 보면 '와~ 슈퍼카다. 저런 사람은 어떤 삶을 살까?'라고 생각하는 저도 포터를 무시하는 사람과 같은 사고방식을 가진 거겠죠. 이렇게 글을 써두는 이유는 앞으로는 그런 사람들에게 화로 대응하는 것보다 좀 더 이성적이고 차분하게 상대를 설득할 수 있는 사람이 됐으면 하는 마음입니다. 다른 분들은 이런 일에는 어떻게 대응하나요? 조곤조곤 포터가 다른 차와 크게 다르지 않은 차라는 것을 설득할 수 있는 방법이 있을까요. 



+ 글을 쓰며 네이버에 '지하주차장 트럭'을 쳐보니 지식인에 이미 같은 일이 경험한 분들이 있네요. 저와 같은 경험을 하시는 분들 모두 슬기롭게 대처 할 수 있으면 좋겠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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