얼마 전까지만 해도 이렇게 꽃에 진심일 줄은 몰랐다. 꽃을 만지고 작품을 만들고 있으면 시간 가는 줄 모르고, 마음도 풀린다. 꽃 자체도 예쁘지만, 만드는 내내 행복하고, 수업 준비를 하면서 어떤 재료를 쓸까 고민하는 순간마저 즐겁다.
생각해보면 어릴 때 미술을 해보고 싶던 적이 있었다. 다만 내가 미술에 소질이 있다고 생각한 적은 없어서 그 꿈은 정말 잠깐 생각해봤을 뿐이다. 대학생 때는 사진 찍는 것에 빠져 있었고, 스타벅스에서 알바할 때는 음료 제조하는 일에 푹 빠져 지냈다. 그러다 육아 때문에 회사를 그만두고 공방을 시작하게 됐는데, 이렇게 꽃과 함께하는 일이 좋을 줄은 정말 몰랐다.
물론 회사 다닐 때 월급보다 많을 때도 있지만, 적을 때가 훨씬 더 많다. 그래도 아이를 돌보며 일할 수 있다는 게 좋다. 그리고 늦게나마 나의 적성을 찾은 것도 마음에 든다. 그래서 그런가. 아이도 어릴 때부터 자기 적성을 찾을 수 있도록 이런저런 것들을 시켜보고 있다. 혹시 나처럼 미술에 마음이 있을지 몰라서 미술도 시켜보고 있다. 어릴 때는 미술관 도슨트 수업도 정말 많이 시켰다. 내가 꽃에 관심이 있어서 그런지 몰라도 아이의 미술에 참 진심이었다. 처음부터 기술적인것을 미술은 시키고 싶진 않아서 미술관의 많은 작품을 보게 만들었고, 그 설명을 전문가에게 듣게끔 했다.
내 머릿속에는 만들어보고 싶은 것들이 많다. 하지만 그 작품들을 놓을 데도 마땅치 않고, 재료도 쉽지 않아서 다 펼쳐 보지는 못하고 있다. 언젠가는 다 만들어 보고 싶다.
엄청난 창의성을 가지고 있는 건 아니지만, 내가 즐길 만한 정도의 창의성은 있는 게 아닌가 생각하면서 혼자 즐거워한다. 나도 아이도 각자의 방식으로 좋아하는 걸 찾아 나가면서 함께 성장하고 있는 게 참 다행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