요즘 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고 있다. 그동안 찍어둔 작품 사진을 다시 꺼내 보며, 어떤 것을 넣을지 고민하고 있다. 파일 속에 숨겨져 있던 사진들을 하나씩 클릭할 때마다, 그 작품을 만들었던 순간이 머릿속에 생생히 떠오른다. 꽃잎을 손에 쥐고, 작은 가지를 하나하나 엮던 나의 손길과 그때의 공방 분위기까지도 모두 말이다. 작품마다 한 편의 이야기가 담겨 있어, 그 순간의 공기마저 다시 느껴지는 듯하다.
어떤 작품은 밤을 새워 만들었다. 아침이 오기 전까지 작업을 마치고 싶었는데, 막상 완성된 작품을 사진으로 찍으려 하니 밤의 조명이 작품의 색을 제대로 담아내지 못했다. 결국 다시 출근해, 아침 햇살이 공방을 채울 때 사진을 찍었다. 그때의 고단함과 함께 작품을 완성하고 느꼈던 묘한 뿌듯함이 기억난다.
또 한 번은 홍콩에서 갑작스럽게 온라인 수업을 요청받았다. 꽃을 온라인으로 가능한가? 수업 방식의 차이로 고민이 깊었지만, 밤새 커리큘럼을 짜고 다음날 바로 제안을 했다. 온라인 수업을 준비하는 일이 낯설면서도 신선한 도전이었다. 그때의 긴장과 설렘이 아직도 생생하다.
하지만 올해는 조금 달랐다. 예전처럼 활기찬 날들이 줄어들었다. 공방은 조용하고, 평소 같지 않다. 주문도, 수업 요청도 뜸해졌다. 이유를 굳이 찾아보자면, 경기가 좋지 않기 때문이라 생각한다. 다른 공방들도 마찬가지라며 힘들다고들 이야기한다. 늘 북적이던 수업이 그리워질 정도다. 함께 꽃을 만지고 웃음소리가 가득했던 시간이 문득 그립다.
그동안 나는 생각했다. 혼자 작품을 만드는 것도 좋지만, 수업에서 사람들과 함께 만들어가는 시간이 더 즐겁다는 것을. 수업 중 손님들이 꽃을 만지며 이야기할 때, 그 소소한 대화 속에서 생기는 웃음과 기쁨이 나를 채워주었다. 함께한 그 시간들이 작품보다 더 큰 행복을 준 것 같다.
하지만 지금 이 조용한 시간이 꼭 나쁜 것만은 아니다. 나는 오히려 이 시간을 실력을 다듬는 기회로 삼고 싶다. 더욱 다양한 작품을 구상하고, 기존의 디자인을 다시 다듬으며 내 실력을 키워나간다. 꽃을 만지며 보내는 이 고요한 시간이 언젠가는 큰 힘이 되어 돌아올 것이라고 믿는다. 경기가 나아지고 다시 사람들이 공방을 찾는 그날까지, 나는 그 시간을 기다리며 나만의 꽃을 피워낼 것이다.
지금 나는 포트폴리오를 만들면서, 이 모든 기억들이 다시금 내게 다가왔다. 손수 만든 작품을 하나하나 보면서, 그때의 감정들이 새록새록 떠오른다. 무언가를 좋아하는 마음, 그 마음이 만들어낸 작품들은 결코 시간이 지나도 잊히지 않는다. 사람들과 함께 웃고, 꽃잎을 만지던 그 순간순간이 소중하기에, 나는 이 일을 사랑한다.
조용한 시간에도 나는 꾸준히 꽃을 만지고, 작품을 만든다. 포트폴리오를 통해 지난 시간의 흔적을 되짚으며, 앞으로의 시간도 차근차근 준비하고 있다. 언젠가 이 조용한 시간이 끝나고 다시 공방이 활기를 찾을 그날을 기다리며, 나는 오늘도 나만의 꽃을 피운다.
그리고 그 꽃이, 누군가의 마음에 닿기를 바라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