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 인생 최고의 돌멩이를 만나다

에브리씽 에브리웨어 올 앳 원스(2022)

by 리브

*2022년 후반의 글입니다.


12월입니다. 올해, 저는 무언가 하나 취미가 가지고 싶었습니다. 어떤 단어를 떠올리면 주변 사람들이 저를 연상할 만큼 진심으로 사랑하고 또 조금 미쳐서 내 삶에 깊게 영향을 주는 그런 취미 하나를 꼭 만들고자 했습니다. 이제 와 생각해 보니 시작은 참 광기였네요. 미지의 공간에서 보석 하나 찾아내듯이 기필코 나는 이제부터 무언가의 끝을 보겠다! 하는 생각으로 그렇게 영화를 하나씩 깊게 파고들기 시작했습니다.


막무가내로 시작한 이 취미 만들기 프로젝트에도 나름대로 정한 원칙 하나가 있었습니다. 그것은 ‘나만의 세계에 알고리즘을 만들어가며 차곡차곡 기억을 쌓자’는 생각이었습니다. 가지 못하는 세상을 체험하고, 마음에 들지 않는 사람을 사랑해 보고, 은연중에 혐오하던 대상들을 너그러이 이해해보려 했습니다. 유독 올해는 현실의 바람이 두려웠고 한 치 앞도 예상할 수 없었기에 스크린 앞에서는 보다 포용적인 사람이 되어보자고 결심했기 때문입니다. 그렇게 많은 삶 속에서 거닐다 보면 정말 현실 세계에서도 무엇이든 웃어넘길 수 있는 괜찮은 사람이 될 것 같았습니다.


올해가 끝나가는 이 시점, 그래서 좀 더 마음이 넓은 사람이 되었느냐고 물으신다면 잘 대답하지는 못하겠습니다. 여전히, 늘 그랬듯이 스스로에게 만족하지 못하니까요. 그래도 하나 확신할 수 있는 것은 내 존재가 무한한 공간의 점 하나 같을 때, 모든 것이 막막하고 힘겨울 때 기댈 구석이 생겼다는 사실입니다. 그리고 수많은 유니버스를 옮겨 다니며 다른 사람으로 살아보는 걸 진심으로 즐기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이제 저는 영화관이 너무나도 좋아졌고, 시간만 나면 스크린이 있는 곳으로 달려가는 열정도 가지게 되었습니다. 이 정도면 올해 초의 제 결심을 훌쩍 뛰어넘어 이제는 더 먼 곳을 바라보는 중이라고 해도 되겠습니다.



이 돌멩이가 최근 저에게 가장 큰 울림을 주었다고 하시면 믿으시겠나요? 영화를 보신 분들은 아시겠지요, 얼마나 슬픈 장면이었는지. 저는 이 장면부터 주체할 수 없이 주룩주룩 눈물을 흘렸습니다… 정말 엉엉 울고팠습니다.




두고두고 기억할 장면들입니다. 라따구리와 향수, 핫도그, 베이글, 자동차, 절벽. 모두 너무 사랑스러워요. 기발하고 대담한 연출이라고 생각합니다.






“그때 이 길을 택하지 말 걸 그랬어”

“다시 돌아간다면 저 사람과 엮이지 않을 거야”

“모든 게 망가졌어, 내 인생엔 절대 볕이 들지 않을 거야”


이런 생각을 한 번이라도 해보셨다면 감히 저는 확신하건대 이 영화에 감명받으실 거라고 생각합니다. 우리의 삶, 선택의 기로, 인간의 다정, 가족의 재결합을 이야기하는 이 영화는 모두가 사는 삶 그 자체를 다루고 있어 사람들을 저항 없이 웃다 울게 만듭니다. 마음이 와르르 무너져내리는 것 같으면서도, 하염없이 기뻐져요. 그래도 세상에는 아직 다정함이 비주류가 아니구나 싶어서요.


저는 좋아하는 것을 주변인들과 나누는 것이 습관인 사람입니다. 그래서 좋아하는 공간, 맛있는 음식, 감동받았던 일화들을 공유하며 자연스레 사람들과의 유대를 쌓고 대화와 이야기를 즐깁니다. 또한 누군가의 길라잡이 역할이 되는 것도 좋아합니다. 어떤 이가 제게 어려움을 털어놓을 때, 상황 맥락을 파악하고 현실적인 조언을 곁들여 타인이 스스로의 방향키를 쥘 수 있게 돕는 일을 자주 해왔습니다. 저는 이제야 당당해질 것 같습니다. 타인의 행복을 제 행복처럼 느끼며 사는 것이 좋다고, 당당히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제 삶의 방향이 맞다고 세상에 크게 소리쳐준 이 소중한 영화에게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남은 올해는 더 사랑합시다. 사랑할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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