멀리 온 것 같지도 않은데 벌써 짐이 가볍다. 고요하게 창백한 사막 바람이 시원하다. 그러나 해는 한동안 보지를 못했다. 걸어도 걸어도 꿈 같은 밤에서 나는 벗어날 수 없었다. 이래도 괜찮은 걸까? 시간이 얼마나 지났는지도 모르는데.... 나는 어디로 가려고 했었더라? 별들도 더이상 보이지 않는다. 불안하다. 좀 전까지만 해도 기분이 좋았었는데, 뭔가 중요한 걸 잃어버린 것 같다. 분명 출발할 때는 힘겹고 무거운 짐을 짊어지고 비틀거리며 걸었는데, 왜 지금은 텅 비었지? 왜 같은 길만 걷고 있지? 모래에 발이 빠진다. 숨쉬기가 벅차다. 이제야 기억이 난다. 나는 짐을 다 버렸다. 나를 살릴 물과 식량마저도 내가 지고 가야 할 짐이 무겁다는 이유로 버리면서 왔다. 밤만 계속되는 훨씬 더 먼 길을 선택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