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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Nov 12. 2020

[힐빌리의 노래]러스트벨트의 개천용은 어떻게 단련되었나

론 하워드 감독 넷플릭스  Hillbilly Elegy (2020)


 최근 치러진 미국 대선에서도 어김없이 주목받은 지역이 바로 ‘러스트 벨트’로 불리는 중서부와 북동부 지역의 쇠락한 주들이다. 미국 독립전쟁 이후 미국의 부와 성공을 이끈 석탄, 철강, 자동차, 기계공업의 메카였던 이곳은 21세기가 되기 전에 쇠퇴의 길로 들어섰고, 거짓말같이 퇴물이 되어간다. 경쟁력이 떨어진 제조업 공장들이 하나둘 문을 닫고, 실업자는 넘쳐나고, 집값은 폭락하면서 각종 사회문제가 넘쳐난다. 그래도 이곳은 한때 백인의 왕국이었으면, 노동자의 천국 아니었던가. 힐빌리는 이곳의 ‘백인노동하층민’을 일컫는다. 

 모든 폭풍이 완벽하게 휩쓸고 지나간 이곳 오하이오 미들타운에 사는 J.D.밴스는 완벽한 ‘실패자의 전형’이 될 운명이었다. 오래 전 겨우 13살이었던 외할머니는 임신하였고, 고향(켄터키)을 도망치듯 떠나왔다. 그래서 잘되었냐고? 이제부터 위대한 개차반의 역사가 시작된다. 폭력적인 아버지, 약물중독의 어머니, 그리고 애타는 마음의 할머니가 둘러싼 가족이라는 울타리에서 제이디이는 좌절하고, 방황하고, 쓰러진다. 조 바이든 대통령 당선자의 아버지가 그랬단다. "인생에서는 얼마나 많이 넘어졌는가가 아니라, 얼마나 빨리 일어나는가에 달려있다.“고.

J.D. 밴슨(가브리엘 바소)은 오하이오 주립대를 나와 이라크에 참전했고, 예일대 로스쿨을 나온 인물이다. ‘개천의 용’이 분명하겠지만 그의 인생은 탄탄대로가 아니었다. 예일을 다닐 때에도 장학금을 받지 못할까 쩔쩔맸고, 방학이면 인턴자리를 알아보느라 마음 편한 날이 없었다. 그는 결국 대중적 관점에서 성공하였고, 자신의 어두웠던 가족사, 고난의 성공 길을 책으로 냈다. 불과 32살에 쓴 자서전이 <힐빌리의 노래>였다. 이 책을 두고 빌 게이츠를 비롯한 수많은 미국 오피니언 리더들이 진심어린 격찬과 지지를 보내주었다. 그리고, <뷰티풀 마인드>로 아카데미를 휩쓸었던 론 하워드 감독이 영화로 만든다. 그 작품은 넷플릭스로 공개된다.


영화는 인턴자리를 구하지 못할까 안달이 난 제이디이의 모습과 ‘미들타운’의 악몽에서 시달리는 어린 제이디이의 모습이 교차되며 진행된다. 굳건한 가족 간의 유대를 보여주는 듯한 첫 장면이 지나가면서 점점 최악의 경우로 빠져드는 가족의 굴레를 보여준다. 흔히 짐작하는 모습이다. 그것은 경제적 추락과 사회안전망의 해체, 그에 따라 끝없이 가속페달을 밟는 가정폭력과 약물중독의 벗어날 수 없는 지옥이 되어버린다.


우리는 결과를 알기에 J.D.의 성공의 요인을 생각해보게 된다. 그의 성공의 진짜 이유는 무엇이었을까. 언제나 자기편이 되어주는 애인? 할머니의 응원? 필요할 때 있어준 누나? 가족의 짐에 다름없는 시한폭탄 같은 엄마의 존재? 


영화 <힐빌리의 노래>(원제:Hillbilly Elegy, 2020)에서 할머니를 연기한 글렌 클로즈와 어머니 역의 에이미 애담스의 연기는 명불허전, 오스카 대전이다. 자고로 아카데미는 역경을 딛고 일어선 불굴의 미국인에게 영광을 바쳐왔다. 

미국도 우리와 다름없다. 사회 안정망이 망가지고, 더 이상 추락할 곳이 없을 듯한 개차반 가족의 울타리에서 눈물과 의지, 그리고 가족의 사랑과 믿음으로 끝내 이겨낸 위대한 이야기가 ‘힐빌리의 노래’이다. 책을 읽든지 넷플릭스 영화를 보든지 선택지는 많다. 다행히 넷플릭스 공개 전에 극장상영도 이뤄진다. 가족의 누군가로 자신의 삶이 무지 힘들다고 느끼고 있는 사람이 분명 있을 것이다. 함께 보고, 함께 다시 일어나시길. 조 바이든의 경구처럼 말이다. “다시 일어나는 것이 중요하다!” 2020년 11월 11일 개봉/ 11월 24일 넷플릭스 공개 ⓒ박재환


[사진 = '힐빌리의 노래' 스틸/ 넷플릭스 제공]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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