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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박재환 Nov 26. 2020

[엽문 리부트2020] 영혼불멸의 중화체육영웅

 '일본 제국주의‘에 주먹 하나로 맞서 싸운 중화영웅 ’ 엽문‘을 주인공으로 한 영화가 또 한 편 개봉한다. 견자단의 <엽문> 이후 수많은 유사품이 쏟아졌다. 그중에는 왕가위 감독의 <일대종사>도 있다. 우리나라에는 <엽문 4:종극일전>과 <엽문 4: 더 파이널>라는 혼란스러운 제목으로 영화가 개봉되기도 했다. 오늘 개봉되는 영화의 제목은 <엽문 리부트 2020>(중 국원제: 宗師葉問)이다. 주인공은 두우항(杜宇航)이다. 우리나라의 ’ 태권도‘에 맞서 중국이 국제 스포츠 게임에 내세우는 ’ 우슈‘ 국가대표로 2002년 부산 아시아게임에서 은메달을 받은 운동선수 출신이다. 견자단의 ’ 엽문‘ 시리즈에도 출연하기도 했고, <엽문전전>에서 엽문을 이미 한 차례 맡았었다.      


견자단의 ‘엽문’이 대성공을 거둔 후 ‘엽문’은 적어도 ‘진진’(이소룡의 정무문 주인공)보다는 더 유명해진 인물이 되었다. 사실, 중국인(홍콩인)에게 ‘엽문’은 ‘황비홍’보다는 훨씬 덜 알려진 인물이었는데 어느 순간 황비홍을 능가하는 무도인이 되어버렸다. 이번 <엽문 리부트2020>에서는 어떤 이야기를 새로 발굴할까. 더 파헤칠 것이 있는지, 더 두들겨 팰 일본 놈이 남았는지 궁금해지긴 한다.     


 영화는 호시탐탐 대륙을 완전히 집어삼키려는 일본제국주의 야욕이 극에 달하던 시절의 중국을 배경으로 한다. (중국 남부, 홍콩 맞은편) 광둥 성의 광저우에는 일본상회가 진출하여 중국 군벌(부패경찰)에게 뇌물을 뿌리며 정보수집 중이다. 광저우 옆 동네이자, 엽문의 고향마을인 불산(佛山)에서 사건이 벌어진다. 엽문은 이때 민중의 지팡이 경찰로 애국애족하고 있을 때였다. 일본군을 누구보다도 미워하는 도끼파의 보스(왕민덕)가 반일분자를 처단하는 일이 생긴다. 엽문은 일본도 밉지만 사회정의를 위해 그를 잡아가 두지만, 일본상회 우두머리의 농간으로 경찰 일을 그만두게 된다. 이후 엽문은 마스크로 얼굴을 가리고 ‘흑협’이 되어 일본에 맞선다.    

   

 ‘엽문’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소개하는 인물 정보를 다시 한 번 복습하자면, 1893년(혹은 1899년), 광둥 성 불산에서 태어난 엽문은 12살에 진화순의 제자로 영춘권을 배우기 시작한다. 홍콩에서 신문물과 무술을 더 배운 뒤 24살에 다시 고향으로 돌아왔고, 경찰로 잠시 근무한다. 일본이 전쟁에 패하고 중국이 공산화되자 그는 1949년 말 홍콩으로 건너왔고, 1972년 죽을 때까지 홍콩에서 살았다. 그의 제자 중에는 이소룡도 있다고 한다.      

 적어도 영화가 나오기 전까지는 ‘엽문’은 ‘민족영웅’급으로 다뤄지는 인물은 아니었다. 무술실력도 전설적 고수라기보다는 동네 체육관의 노련한 코치급이었는지 모른다. 하지만 홍콩 영화계는 두툼한 무술 교본과 빛바랜 사진 속에서 ‘민족무술영웅’의 가능성을 찾아낸 것이다. 그래서 영화가 개봉될 때마다 ‘실제 엽문이 일본군과 싸웠는가’, ‘엽문의 위명을 듣고 몰려온 서양 권사들과 다투었나’, ‘엽문이 홍콩에 건너온 뒤 각 문파들과 대결을 펼쳤는가’ 같은 가십성 기사가 쏟아졌다.      


 엽문 영화의 특징은 당연히 엽문의 매력이다. 몸뚱이 하나로 일본군을 화끈하게 제압하는 강인한 남성의 이미지와 함께 아내(장영성)와 아들(엽준)에게 보여주는 너무나 스위트한 면모로 외유내강의 전범이 된 것이다. 그런데, 영화가 거듭될수록 실체가 더 파헤쳐진다. 여기서는 더 이상 파헤칠 필요는 없을 것 같고.      


그런데, 매번 일본군에 맞서 싸우는 영웅으로서 홍콩영화에서 각광을 받다가 중국에서 불편한 구석이 나타나기 시작했다. 중일전쟁 기간에 국민정부의 정보계통에서 복무했다는 사실이 알려진 것이다. 그가 경찰이었다는 사실은 잘 알려졌지만 그가 국민당 정부의 특무였다는 것이다. 그런 이유로 그가 1949년 임신한 아내를 내팽개치고 서둘러 홍콩으로 떠났다는 것이다.      


그렇게 생이별한 아내 장영성은 1960년 공산중국 불산에서 쓸쓸하게 숨을 거두었고, 큰 아들 엽준은 아버지를 도와 함께 영춘권 알리기에 힘쓴다. 헤어질 때 엄마의 배속에 있던 둘째 엽정(葉正)은 1962년 홍콩으로 건너왔는데 이미 딴 여자와 살림을 차린 아버지를 이해하지 못한다. 여하튼, 일제강점기라는 고난의 시대에 국공내전의 당사자이자 희생자가 되어버린 엽문의 이야기는 향후 좀 더 리얼하게, 인간적으로 그려질 날이 있을 것 같다.      

 ‘리얼 우슈 메달리스트’ 두우항의 액션 모습은 어떤가. 그동안 쌓아놓은 견자단의 엽문이 워낙 막강하기 때문에 웬만해선 액션 팬의 눈높이를 맞출 수 없을 듯하다. 요즘 무협영화 액션씬에서는 1대 10은 아무것도 아닌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 영화도 그런 안일한 액션 씬이 등장한다. 그래도 또 다른 ‘엽문 배우’가 펼치는 중화영웅 ‘엽문’의 매력에 빠져보시길. 2020.11.26. 개봉  ⓒ 박재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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