넷플릭스가 2020년 새해 벽두에 전격 공개한 오리지널 시리즈 <메시아>(Messiah)가 화제다. 45분 남짓 에피소드 10편이 한꺼번에 공개된 <메시아>는 전쟁의 공포가 끊이지 않는 중동 땅에 마치 ‘예수의 재림’이라도 되는 듯한 미스터리한 남자의 등장으로 세계평화가 아슬아슬해지는 국제정세를 담은 스릴러이다.
드라마는 중동의 모래바람과 함께 시작된다. 모래폭풍보다 전쟁의 공포가 더 큰 다마스쿠스 난민들의 모습을 보여준다. 그 황량한 곳에서 한 남자가 열변을 토한다. “모래바람은 물러날 것이고, IS도 사라질 것”이라고. 정말 그의 말대로 이뤄진다. 그 남자는 아무 말 없이 황야로 나선다. 수백, 수천의 사람들이 그의 뒤를 따른다. 그가 도착한 곳은 이스라엘 국경선. 언론들이 이 황당한 소동을 생중계하기 시작한다. 이 남자는 또 어느 순간, 토네이도가 휘몰아치는 미국 텍사스의 작은 마을에 나타난다. 그는 이번에도 사람들을 이끌고 워싱턴으로 간다. 그리고는 수많은 사람들이 폰과, 카메라가 지켜보는 가운데 연못(Lincoln Memorial Reflecting Pool) 위를 걸어간다. 거듭 기적을 보여주는 그는 과연 누구일까.
드라마 <메시아>의 관람 포인트는 ‘알마시히’가 전 인류가 고대해 마지않는 구세주이냐 아니면 ‘엄청난 사기꾼’이냐는 것이리라. 전쟁과 배고픔, 억압으로 고통 받는 수많은 중동의 난민들에게 영적인 말씀을 끝없이 펼치며, 가끔 믿을 수 없는 기적을 행하는 존재에게 대해서 말이다. 그가 잠시 기적을 보이고는 입을 다물고는 그윽한 눈으로 상대를 바라볼 때 그에 대한 의심을 더 커지고, 그의 배후가 궁금해지고, 그의 마지막 목적이 두려워진다.
<메시아>는 그런 의심의 탑을 차곡차곡 쌓아간다. 사막에서 갑자기 나타난 ‘알마시히’의 등장에 당장 이스라엘은 난감해진다. 게다가 곧장 미국으로 이동한다. 중동-이스라엘-미국을 가로지르며 ‘무슬림-유대교-기독교’ 사회의 총체적 대결구도가 펼쳐지는 듯하다.
첫 번째 에피소드에 이런 장면이 나온다. 알마시히의 정체에 의심을 품는 CIA 요원 에바 겔러(미셀 모나한)가 새뮤엘 헌팅턴 교수의 <문명의 충돌>을 읽고 있는 학생에게 이렇게 말한다. “헌팅턴이 예측하길 냉전세계 분쟁의 축은 문화와 종교에 있을 거라고 했고, 현재 세계정치가 정확히 그 축으로 돌아가고 있어.”라고.
잠깐 언급된 사실이지만 저 책은 지금도 여전히 세계정세를 분석하는 유효한 툴이 되고 있다. 여기서 ‘문명’이란 언어와 종교, 공동의 역사를 가진 문화적 특질의 결합체를 일컫는다.
그런 면에서 <메시아> 속 알마시히는 ‘중동의 구세주’로 출발한다. 이스라엘을 무릎 꿇리고, 미국을 징벌하는 또 다른 테러리스트가 될 것인지, 허영과 교만으로 가득한 서구인들을 정신적으로, 영적으로 회개시키는 구루가 될지가 관심거리이다.
흥미로운 미드가 다 그렇듯이 <메시아>도 무궁무진한 시즌을 품고 있다. 과연 알마시히는 진짜 메시아인가. 그렇다면 중동의 해방을 가져온 메시아인지, 세계의 평화를 이끌 메시아인지도 궁금하다. CIA 에바 겔러(미셀 모나헌)와 이스라엘 모사드 요원 아비람(토머 시슬리)의 활약은 알마시히가 펼치는 기적을 증거하는 역할에 머물지도 모른다.
대신, 복잡한 국제정세만큼 곳곳에 폭탄이 심어진다. 미국 땅에는 전통적 해결사 CIA와 백악관 매파만 득세하고 있는 것이 아니라, 미합중국 대통령 자신이 ‘영적 혼란자’로 세계정세의 축을 바꿀 자리를 차지하고 있다. 러시아에도 의문의 교수가 있고, 이스라엘과 중동에는 쇼러너가 악당을 (혹은 영웅을) 추가하기 나름일 것이다.
그럼 다시, 기적의 문제로! 죽은 자가 부활하고, 물위를 걷고, 자연재해를 컨트롤하는 것이 가능한 일일까. 단지 유리 겔라 쇼일까, 우리의 믿음이 부족한 탓일까. 그래서, <메시아>의 다음 시즌이 기다려지는 작품이다.
참, 이 작품에 대해 아랍권에서 불만을 제기하고 있다는 사실도 알아두면 좋을 듯. ‘그 지역, 그 문화에 대한’ 획일화된 시각을 다시 한 번 고착시키고 있다는 것이 불만의 주된 내용이다. (박재환 2020.1.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