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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Jan 10. 2021

삶의 정수, 25번째 사진

영화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에서 묻고 답하다.

1. 나의 특별한 경험을 써야한다면 나는 무엇을 적을 것인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2. 나에게 삶의 정수는 어떤 의미인가?
3. 나는 장차 뭐가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의미인가?
4. 내가 가장 머무르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그것은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5. 나의 모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하루 10분, 영화에서 건져 올린 질문으로 글을 쓰고 있습니다. 하루에 10분이 밀리니 질문도 쌓여갑니다. 돌이켜보면 하루에 10분은 누구에게나 있는 시간입니다. 그 10분을 남기지 못한 일주일을 돌아보니 아쉽기도 합니다. 밀린 방학숙제를 한꺼번에 하는 학생의 모습인데요. 그래도 숙제를 꾸엮꾸역 해내는 게 의미있을 것 같아 담벼락에 생각을 남겨봅니다.


<윌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영화에서 5개의 질문을 길어 올려주셨습니다. 방화인인 저, 당연히 보지 못했던 영화인데요. 선생님의 질문만 보아도 꼭 보고 싶게 만드네여. 어제 저녁 온 가족이 모여 넷플릭스에서 영화를 보았습니다. 


이미 영화를 본 아내도 좋았었는지 같이 다시 보게 되었고요. 문제는... 말많은 아이들이 이것저것 물어보고 그것 답해주느라 시간이 금방 갔네요. 


"아빠, 이건 상상이야?"

"아빠, 이건 현실이야?" 

"아빠, 이번엔 상상이지?"  


한대 쥐어박을수도 없을 정도로 귀여운 아이들인지라 참고참고 또 참고 웃으며 영화를 보았습니다.^^


인문학강사 윤지원쌤이 고른 5개의 질문


1.나의 특별한 경험을 써야한다면 나는 무엇을 적을 것인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월터는 <라이프>잡지사에서 포토에디터로 일하는 소심한 직장인입니다. 좋아하는 직장동료에게 SNS에 "좋아요" 버튼 한번 누르는게 힘들정도로 소심하죠. 다만 상상은 정말 우주밖으로 날아갑니다. 현실에 터잡지 못해 상상의 나래만 펼치고 있었습니다. 그런 월터는 정말 특별한 경험이란 게 없었을까요? 그렇지 않더라구요. 월터의 엄마는 아들의 특별한 경험을 기억하고 있었습니다. 어릴적 스케이트보드대회에 나가 상을 탄 일, 아버지를 여의고 아버지를 기억하는 <파파존스>에서 아르바이트를 한 일 등은 어린 월터에게는 특별한 경험이었을 겁니다. 그러나 월터가 기억하지 못했던 건 기록을 하지 않아서일겁니다. 기록하지 않으면 기억하지 못하니까요.


나의 특별한 경험..매일매일이 특별한 일들이라. 딱 하나 혹은 두개 혹은 열개를 적으라고 하시면 너무 어렵습니다. 하루하루의 소중하고 특별한 경험들을 하나씩 하나씩 적어보고 쌓아봅니다. 제게 그건 감사일기인데요. 지난주의 특별한 경험들을 감사일기고 담아보았습니다. 너무도 의미있는 일이 아닐 수 없습니다.


2021년 1월의 감사일기


2. 나에게 삶의 정수는 어떤 의미인가?


25번째 사진은 꼭 표지로 써 줘. 거기에 내 사진 작가 인생의 정수(The Quintessence of life)를 담았어


정수(精髓)란 "뼈 속에 있는 골수, 사물의 중심이 되는 골자 또는 요점" 을 이야기합니다.(네이버 국어사전) 그렇네요. 중심이 되는 뼈대, 그 뼈속에 있는 "골수", 가장 핵심적이고 본질적인 것이네여. 월터는 25번째 유명사진작가인 숀이 찍어 보내준 25번째 사진이 무엇인지 궁금합니다. 16년동안 한번도 보지 못했던 사진작가가 <라이프>잡지사의 폐간을 맞아 특별히 준비해 준 사진이니까요. 게다가 그 25번째 사진 현상을 월텅에게 직접 부탁을 하고 마지막으로 당부를 합니다."평소에도 그랬듯이 잘 현상해주리라 믿는다"고요.


삶의 정수, 핵심중의 핵심, 뼈속의 골수가 무엇인지 물어보는데요. 진지하게 생각해보진 못했습니다. 대신 몇일전 지인들과의 대화가 기억나 남겨봅니다.


<하루를 여는 지혜> [나는 사람책을 읽는다]에서
어떤 분야에서든 유능해지고 성공하기 위해선 세 가지가 필요하다. 타고난 천성과 공부 그리고 부단한 노력이 그것이다.   - 헨리 워드 비처


유능해지고 성공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하루를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다른 사람의 정수가 아닌 내 것으로 만들기 위해선 세가지가 필요하고 이걸 삶의 정수로 삼아봐야겠네요. 그건 바로 천성,공부,노력입니다.



3. 나는 장차 뭐가 되고 싶은가? 무엇을 하고 싶은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의미인가?


아, 나이 마흔여덟 먹은 나에게도 "장차"라는 말이 어울린 지 모르겠습니다. 장차라는 말은 어린아이에게 잘 어울립니다. 어른이 되기 직전의 청소년들, 어린이들에게 말이죠. 대신 다 커버린 어른이들에게는 5년후, 10년후의 네 모습이 어떠니?로 바꾸어 생각할 수 있을겁니다.


막연하게 무엇이 되고싶다. 되겠다. 이루겠다. 이야기 하지는 않을겁니다. 후배들과 함께 생각한 일들이 있어요. 올 한해 향후 10년을 어떻게 보낼 것인지 자료를 수집하는 1년을 만들어 보려고요. 그래서 2021.12.31. 완성된 81개의 네모를 채우려고 합니다. 



4. 내가 가장 머무르고 싶은 순간은 언제인가? 그것은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월터는 우여곡절끝에 히말라야에 있는 사진작가 숀을 찾았습니다. 숀은 16년동안 본인의 사진을 정성스럽게 인화하여 잡지<라이프>에 실어주었던 월터에게 지갑까지 선물하며 삶의 정수인 25번째 사진을 표지에 꼭 넣으라 신신당부하였습니다. 그런데 그 25번째 사진이 아무리 찾아도 없으니 월터는 어떻겠습니까? 핸드폰도 없는 구닥바리 사진작가를 찾아 그린란드로, 아이슬란드로, 이제는 히말리야로 떠났고요. 마침애 만나게 된 것입니다.

그 25번째 사진은 그냥주기 심심해서 지갑안에 넣었다고 하는데요. 아놔~~~. 어쪄죠. 아이슬란드로 숀을 찾아 허탕치고 온 월터는 신경질이 나 숀이 준 선물, 지갑을 휴지통에 집어던져버렸으니까요.


숀도, 월터도 이해가 안가는 건 아닙니다. 물론 저도 그랬을 겁니다. 엄청 화가 났을꺼니까요.


숀은 히말리야에서 눈표범을 찍으려 했습니다. 그러나 정작 눈표범이 나타나지만 숀은 카메라의 셔터를 누르지 않습니다. 25번째 사진은 25번째 사진이고 월터는 숀에게 물어봅니다. 그렇게 찍고 싶어했던 눈표범, 이렇게 힘들게 히말리야에 올라와 이제 셔터만 누르면 그 사진을 얻을 수 있을텐데 말이죠


"언제 찍으실거에여?"

"가끔 안 찍을 떄도 있어요. 정말 멋진 순간에... 나를 위해서... 이 순간을 망치고 싶지 않아서. 그냥 이 순간에 머물 뿐이죠. 바로 이순간에요"


참, 답답한 일입니다. 그럼 뭐하러 고생을 해가면서 눈바람을 맞아가며 히말리야에 왔는지 모르겠습니다. 하지만 숀의 말처럼 정말 멋진 순간엔 아주 것도 하지 못할 것 같습니다. 하나라도 더 내 눈에, 머리에, 가슴에 온 몸으로 담아보려고 한다면요. 아니 담는다는 표현보다는 그 순간과 함께 하려고 한다면 말이죠. 숀은 고구마처럼 답답한 것이 아니라 현명하고 사려깊은 것이었습니다.


하루에 하나씩 사진을 모읍니다.


가장 머무르고 싶은 순간을 물어보셨는데요. "가장"이라고 물어보니 하나를 골라야겠는데, 영어의 best of best, 최상의 순간을 골라달라고 하십니다. 하지만 아직 최상의 순간을 고를 수가 없네요. 대신에 매일매일의 순간들은 놓치지 않으려 합니다. 숀과 반대로 셔터는 누를 겁니다. 하나하나를 사진으로 기록해 두지 않으면 기억나지 않을 수 있으니까요. 아직 가장 머무르고 싶은 순간은 현재까진 오지 않았네요. 그 순간이 온다면 그즈음에 답해보겠습니다. 



5. 나의 모토는 무엇인가? 그것은 나에게 어떤 의미인가?


설마했는데 국어사전에도 모토의 뜻이 있네요. 모토(motto)란 "살아 나가거나 일을 하는 데 있어서 표어나 신조 따위로 삼는 말"을 의미한다고 하네요. 외래어가 우리말처럼 쓰고 있어서 아마도 사전에 기록된 듯 합니다.


<라이프>지의 구조조정책임자 테드는 참 밥맛 떨어지즌 캐릭터입니다. 실제 모임이나 회사, 어느 단체에 가도 이런 류의 사람들은 반드시 있습니다. 테드는 <라이프>지를 인수하는 회사의 기업구조조정책임자이니 <라이프>의 기업정신 모토를 알 리 없을 겁니다. 


반면에 하루 아침에 길바닥으로 내앉게 되는 <라이프>지의 노동자들은 망연자실할 것입니다. 잡지를 위해 엄청난 열의와 열정이 있었으니까요.<라이프>지의 노동자들은 회사의 비젼을 믿고 자신의 모든 것을 걸었으니까요. 


모토를 물어보셨는데여. 삶의 정수와도 연결되지 않을까요? 위에서 제가 뽑은 삶의 정수는 천성,공부,노력이었습니다. 삶의 모토는 이를 조금 더 구체화하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변치않는천성, 진지한공부, 중단없는노력 이 정도면 되지 않을까 싶습니다.



좋은 영화를 아이들과 함께 한 멋진 주말이었습니다. 영화를 보지 않으면 질문의 깊이도 이해하기 힘들겠습니다. 좋은 영화, 훌륭한 질문과 함께 하여 행복했습니다. 월터의 상상은 현실이 된다. 강추입니다. 삶의 정수인 25번째 사진은 영화의 제일 마지막에 소개됩니다.^^


R무비님의 영화리뷰, 명대사명장면을 옮겨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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