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by 임세환 Mar 04. 2021

나와 가족을 지킵니다.

공인중개사 공부를 권유합니다.

제게는 절친이 한명 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부터 만났으니 이제 30년이 넘는 친구입니다. 알고보니 중학교도 동창이더라고요. 지금은 이름도 없어진 <서대문중학교>입니다. 중학교때 한번도 같은 반이 된 적이 없으니 당연히 알 일이 없었습니다. 고등학교 2학년때 같은 반이 되었던 게 다입니다. 그해 1991년 학교내외부의 동아리를 같이 했었네요. 그리고 다른 대학을 다녔는데요. 가끔 집회에 나가면 스치듯 지나쳤습니다.


2000년 2월은 제가, 2001년 2월은 친구가 대학을 졸업했습니다.

친구는 외국계회사에 입사를 했습니다.

저는 감정평가사 시험공부를 했습니다. 2000년 저는 오후에 아이들을 가르치고 오전에 공인중개사 공부를 했습니다. 합격이었죠. (벌써 공인중개사 자격증을 딴 지 20년이 넘었네여)
제가 엄마아버지의 시선으로는 온전한 대학생활을 하지 못했는데요. 병아리감별사인지 감정평가사인지 시험공부를 한다고 하니 묵묵히 지켜보기만 하셨습니다. 고3때처럼 도시락을 두개 싸들고 서대문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도서관이 문 여는 새벽에 들어가고 불이 꺼질 때 나왔습니다. 지금이나 20년전이나 공부에 제일 좋은 환경은 신림동고시촌에서 "공부만" 하는 것이었는데요. 그럴 환경은 안 되었습니다.


2002년 1년을 준비한 2차 시험결과를 받은 그 날, 다시 서대문도서관으로 향했습니다. 낙방이었고요. 평균 1점차이로 떨어졌거든요. 이번에는 1,2차 시험을 같이 봐야하는데요. 영어시험도 추가되고 바뀐 법령에 문제집을 사야 할 일이 깝깝했습니다. 학원 알바 하며 모아놓은 돈도 다 떨어지고 집에 손을 빌려야 했는데요. 친구에게 전화를 했습니다.


"여보세요, 잘지내지?"

"어, 잘지내, 야 공부는 잘 되냐? 다시 공부하려니 어때?

"뭐 그렇지 뭐. 고3떄 영어공부하고 다시 공부하려니 죽겠다. 정말. 영어단어만 외워 그냥"

"훗훗, 그래 그거 기본만 넘기면 되잖아"

"나, 부탁이 있는데..."

"뭔데. 공부하다 힘들면 이야기해, 집에 가기전에 소주한잔 해도 되잖아?"

"어. 그렇긴 한데. 소주 한잔보다 나 돈 좀 빌려줘"

"어? 얼마나"

"삽십만원만 빌려줘"

"그래. 계좌번호 문자로 보내, 열공하고"

"어.고마워. 또 연락할께"


이유도 물어보지 않더라고요. 알고있겠죠. 고마운 친구 덕인지 모르겠습니다만 1,2차에 동시에 합격했습니다. 2003년이니 벌써 18년이 지났어요. 시험에 합격하고 퇴근하는 친구를 불러 소주한잔을 했어요. 그리고 그때 빌려준 삼십만원을 돌려주었습니다. 뭐하냐고 물어보지도 않고 선뜻 빌려주어서 고맙다고 했었네요. 옆에서 있어주는 것만으로도 고마운 녀석입니다.


직장생활을 하면서 한달에 두어번, 어느 때는 일주일에 한번, 그 이상도 꼭 봅니다. 같은 동네에 아직 살고 있으니 퇴근길에 만나 소주한잔, 맥주한잔하고 헤어졌어요. 그것도 18년이나 지났습니다.

제가 3년전부터 술을 안먹는데요. 그래도 이 친구는 만납니다. 저야 소주잔에 물을 채우고 친구는 소주를 마시면 그만이니까요. 사는이야기, 인생이야기, 친구들이야기가 주인공이니 소주와 물이 중요하지 않은 겁니다.


"나, 이제 몇년 있으면 회사 나가야 하는데 그때되면 뭐하지? 지방에 1년씩 번갈아 가며 살면서 아르바이트 하고 그렇게 살거야. 얼마나 좋아?"

"그렇지. 네가 하고 싶은 거 하면서 살아. 인생에 답이 어딨냐?"

"그지. 맞아. 그래도 암튼 몇년이 될 지 모르겠지만 뭘 해야 할 지 답답하기는 해, 특히 요새같이 미친듯이 부동산이며 주식이며 비트코인에 광분하는데 이걸 정상이라고 해야 하는 지 모르겠어"

"이게 정상이야? XX. 당연히 비정상이지. 미친거야. 근데 있잖아? 그건 인정해야해. 지금 내 눈앞에서 벌어지고 있는게 추측이나 상상이 아니라 현실 그 자체라는 거야. 예측이 아니라 팩트. 사실. 사실. 현실이라고"

"그래. 사실이지. 오늘도 회사근처의 순대국집이 철거를 하더라고, 지난주에는 그 옆집이 그러더니만...정말 소상공인들은 죽어나가는거야. 근데 부동산가격이나 주식이 미친듯이 뛰는게 말이 된다고 생각해?"


답답한 일입니다.

 

"예전에 2013년인에 EBS에서 다큐멘타리 5부작으로 <자본주의>를 한 적이 있어? 기억나?"

"기억나지. 내가 제일 좋아하는 게 다큐야. 요새 유투브에도 찾아보면 있을걸?"

제1부 자본주의 "돈은빚이다"

"그래. 있어. 내가 요새 그거 다시 보고 있거든. 7~8년전에 봤을때는 감흥이 없었는데..이제는 확실히 알겠더라고. 1부 제목이 <돈은빚이다>야. 그거 꼭 봐. 나야 국어교육과니까 모른다고 하지만 너는 경제학과 나왔잖아. 국가가 마구잡이로 돈을 찍어내고 있는 걸 봐야해. 그걸 사람들은 유동성이라고 하잖아. 실질소득은 감소하고 있는데 말이야. 꼭 봐. 자본주의체제 자체를 의자뺐기 놀이로 비유를 하는데. 탁월해. 즐겁게 춤을 추다가 그대로 멈춰라!! 그 노래 있잖아. 그러고는 의자를 하나 빼버려. 그럼 사람들은 그 의자를 차지하려고 전력질주하지. 그리고 또 의자를 하나 더 빼. 그리고 하나 더 뺴. 그리고 하나 더. 경쟁에서 밀려난 사람들은 패배자로 전락하고 관심도 없어. XX. 의자를 늘릴 생각을 해야지. 노래는 왜 트는거야.XX? "


"맞아. 구호로만 자본주의에 반대하다가 현실자본주의에 치이게 생겼어!"

"그 다큐에 내가 댓글을 달아놓았어. 정말 짜증이 퐉 나는데 어쩔 수가 없어. 살아남을려면 나와 내가족을 지키려면 정말 알아야 해. 그리고 의자를 걷어버리는 것 말고 의자를 더 늘리게끔 해야 하는거야"


"살아 남아야해. 특히 부동산시장에서 살아 남을려면 알아야 해. 너 집 계약해 봤잖아? 그 계약서 한번 읽어봤어? 거기에 권리와 의무에 대한 이야기가 나와. 그게 민법이야.  등기 한번 어봤어? 그게 등기법이야. 네가 재산세는 내잖아? 그게 세법이야. 네 집의 용적률, 건페율이 얼마나 되는지, 이게 주거지역인지, 상업지역인지, 제1종일반주거지역인지, 제1종전용주거지역인지 그거 알아? 그게 국토의 계획 및 이용에 관한 법률이야..임차인의 권리와 의무에 대한 규정이 임대차법이고...


그리고 있잖아. 사실 몰라도 돼. 몰라도 살아왔잖아. 앞으로도 살아갈거고. 근데 말이야. 알고는 살아야지. 전국민이 부동산박사들이라고 이야기 하는데, 신문에 재개발은 어떻고 도시정비사업은 어떻고, 재산세는 어떻고, 공시지가는 어떻고 이렇게 이야기하는데....아놔. 나는 몰라도 된다 그건 말이 안돼. 알아야해. 그 최소한의 것들이 <공인중개사>시험과목에 있어. 그거 공부해. 네가 경제학과니까 부동산학원론은 잘 알거야. 대부분이 경제학과 관련된 거니까!"


"뭔소리야! 내가 무슨 공인중개사를 한다는 거야. 말도 안돼는 소리 하고 있어?"


"야. 그걸 하라는 게 아니고. 있잖아. 너 운전면허증 있잖아? 운전면허 있다고 다 자기 차 사고 운전하는 줄 알아? 아니잖아. 그래도 언제 운전을 해야 할 지 모르니 따는 거잖아? 그지? 부동산시장에서 운전면허는 공인중개사 시험에 다 들어있어. 민법, 부동산학개론, 등기, 세법, 건축법 등 부동산공법 등등 그걸 공부하라는 거야. 어짜피 공부할 거면 데드라인이 있고 시험이 있으니 합격을 해보자는 거지."


이 친구 당황스러운가 봅니다. 고3때 공부하고 시험공부라는 것을 해 본적이 없으니 당연하죠. 술한잔 먹자고 가볍게 나온 자리에서 느닷없이 공부를 하라니 더더욱 당황스러울 겁니다. 그것도 그래고 20년 가까이 감정평가사로 일하고 있는 친구에게서 들으니 신뢰성은 있는 이야기이니 반박은 못하고요


"한번 해 볼까. 나이 오십 가까이되서 공부라니...."

"야...서경석도 한다고 하잖아. 그게 아니고.. 요새 학원들이 합격하면 페이백을 학원비 다 돌려주니까. 한번 알아봐. 다들 그럴꺼야. 학원은 학원대로 장사가 된다고 생각하겠지. 너같이 독한 놈이 있다는 건 모르고 말이야. 일단 공부해. 공부 안할거면 연락도 하지 마, 너 안 볼거니까."

"뭐야.진짜.야.... 공부 안한다고 안 본다는 게 말이 돼?"

"그러니까. 공부하라고. 올해는 술 안먹어도 되니까. 공부해라. 모르는 건 물어보고. 내가 그래도 가온센트럴부동산중개법인의 대표이사잖아? ㅎㅎ"

"아.. 그럼  나 취직시켜주는거야?"

"어...그럴까? 그러면 그거 합격하고 감정평가사 합격해서 와"

"뭐야. 이 미친놈...."


몇일이 지나서 친구에게서 카톡이 하나 왔습니다. 900,000원에 달하는 학원비를 결제했다고요. 제 진심을 알고 있어서 그럴겁니다. 오랜만에 공부라는 것을 해 보는 맛도 있을 거고요. 거뜬히 합격을 해 낼겁니다. 그리고 그 다음의 스텝에 대해서는 친구와 상의해보렵니다.




올해 들어 지인들에게 공인중개사 공부를 권유합니다. 제가 감정평가사이자 가온센트럴부동산중개법인의 대표이사라서가 아니고요. 그저 나와 내 가족을 지키기 위해서요. 부동산시장에서 사짜들의 강의말고 이론과 핵심을 알고 접근하라고요. 그 가장 기본적이고 기초적인 것들이 공인중개사 시험의 과목들입니다. 창업을 하라고 하는 게 아닙니다. 자본주의 부동산시장에서 살아남기 위한 기초체력을 키우자는 것이죠. 내가 쓰는 계약서가, 내가 내는 세금을 볼 수 있고, 주민등록등본 같은 부동산등기부등본을 보고 해석은 할 줄 알았으면 합니다.




이 글은 지인들에게 중개사 공부를 하라고 매번 이야기하기 힘들고 녹음기를 뜰 수가 없어서 글로 썼습니다.

학교선생님, 독서모임 친구들, 공부하는 학인들, 대학의 선후배들에게도 이야기를 했는데요. 이제 이 글의 링크를 주면 되겠네요


존경하는 아버지의 말씀을 마지막으로 마칩니다


"세환아. 내가 어릴 때 소 물을 멕일려고 물가에 데려갔는데 말이야. 거기까지는 잘 따라왔어. 근데 물을 먹는 건 내가 아니고 소인거야. 소가 물을 먹어야지 억지로 먹일 수가 없잖아. 살다보면 어느 누군가의 조언이 있을꺼야. 그게 책이 될 수도 있고 선생님의 말씀이 될 수도 있고 아버지인 내 이야기도 될 수 있겠지. 그런데 말이야 물을 먹는 건 소잖아? 실천하는 건 오로지 너의 몫이야. 실천하지 않는 것도 너의 몫이고 잘 생각해봐. 그리고 실천을 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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