Near Miss
어제일입니다.
땅에 떨어진 물건을 줍다가 어.... 삐긋했어요. 별일 아닌 줄 알았는데여. 그 다음부터 허리를 구부릴 수가 없었습니다. 통증은 계속 오고 앉을수도 일어날 수도 없었습니다. 결국 오후에 병원을 갔어요. 엑스레이를 찍고 물리치료를 받았습니다. 주사를 맞고 약처방을 받았어요. 그다음에 흔들리는 허리를 잡아줄 복대를 하고 사무실로 왔어요.
어느 누군가는 재채기를 하다가 허리를 삐긋하기도 했다고 합니다. 기지개를 키다가 삐긋하기도 했답니다. 원인없는 사건은 없습니다. 아무 이유도 없이 아프기도 힘들고요. 평상시의 생활습관이나 운동습관이 하나의 사건으로 분출되었을겁니다. 허리에 좋지 않게 쇼파에 기대어 앉았던 습관, 업무시간에 구부러진 자세, 운동할 떄 충분한 준비운동없이 했던 일들이 생각이 나더라고요. 무심코 했던 행동 하나하나가 만들어낸 사건이구나 싶었습니다. 잘못된 행동들이 어떤 것들이 있는지 돌아보는 계기로 삼아야겠습니다.
저희 회사에서 near miss 라고 부르는게 있는데 ㅋㅋㅋ 큰 사고는 아니고 작은 충돌? 이벤트 정도? 근데 그게 신호인거죠... 그래서 near miss가 일어나면, 아 조심하라는 거구나.. 라고 받아들이고 큰 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액션을 취하는... ㅋㅋㅋ 그런 안전 활동 ㅎㅎ
- by 패츌리님.<변화를 실천하는 사람들>
학인분 한분의 위로와 격려가 도움이 되었습니다. 이만하면 다행이고요. 큰사고를 방지하기 위해 주변을 돌아볼 수 있어서 감사합니다. 유쾌하지 않은 이벤트이지만 이 축제를 즐기지 않을수 없네여. 잘 즐길려고 합니다.
이번 이벤트를 통해서 알게 된 세가지가 있어 기억하려고 합니다. 숫자 3을 좋아하는데요. 하나말고 둘, 둘 말고 셋이면 안정적이어서요. 세가지만이라도 기억을 하고 있습니다. 그러다보면 전부를 기억할 수 있겠어요.
하나. 말은 허리에서 옵니다
허리가 아프니 말하는 것 자체가 귀찮습니다. 말이 목에서만 나오지 않았습니다. 온 몸으로 특히 허리에서 나오네요. 사람의 온전한 생각이 바깥 세게로 표출되는 중심에 허리가 있었습니다. 온 힘을 다하여 세계에 내 생각을 던지는 디딤대가 바로 허리입니다. 허리가 온전치 않으면 말이 던져지지가 않더라고요. 던져진다 하더라도 멀리 퍼지지 못하고 바로 코앞에 떨어지게 됩니다. 말은 허리에서 나옵니다.
둘. 웃음도 허리에서 옵니다.
어제밤 한밤 웃었어요. 아파죽겠는데 움직일 때마다 "으악"하고 소리를 지르면서 움직이는게 아내에게는 웃겨보였나 봅니다. 걱정하던 아내가 웃으니 저도 따라 웃는데요. 따라웃다보니 아...허리가 더 아픕니다.
그런데말이죠. 이게 멈출수가 없아요. 그런 제가 더 웃기는지 아내는 더 크게 웃고요. 저는 벽을 잡아가며 웃음을 참았습니다. 새벽 두시에 울려퍼지는 어처구니 없는 웃음이 계속되었습니다. 웃음이 허리에서 나온다는 걸 알았네요. 웃음을 멈추니 허리의 진통도 멈추게 됩니다. 온몸으로 울고 웃는구나. 그건 허리에서 나오는 구나 싶었어요.
오늘 밤에는 아내를 보지 않을 생각입니다. 설령 움직이다가 비명소리를 들어도 기척을 하지 말라고 했습니다. 또 웃어버릴까봐요. 그러면 허리가 더 아프니까요.
셋. 마음도 허리에서 옵니다.
퇴근길 대중교통을 타고 올 자신이 없었습니다. 복대를 차고 있지만 두어 발자욱만 내 디디면 으악 소리가 절로 났으니까요. 사람들 많은 지하철에서 이리 치이고 저리 치일 수가 없어서 택시를 타고 왔는데요. 퇴근시간 도로가 꽉 막혀있으니 사무실에서 최대한 시간을 벌고 늦게 출발을 했습니다. 집에 도착하니 아내도 아이들도 아빠의 조심스러운 걸음거리를 보고 걱정을 합니다.
"아빠, 많이 아파?"
"어..아빠가 아프다고 한 적이 별로 없는데 이번엔 정말 아프다. 아빠 주말동안 잘 쉬면 나을거야"
"그럼 내일 000 못가는거야?"
"어, 못갈것같아. 마음으로는 가고 싶은데 그렇게 못해서 미안해"
"어...-.-"
한껏 실망한 서재남매에게 미안했습니다. 일주일동안 기다려온 주말을 집안에만 있어야 하는데요. 주말동안 재미지게 놀려고 했던 계획도 수포로 돌아갔습니다. 억지로 시간을 내어 갈 수는 있지만 만 하루도 되지 않는 허리삐걱이 어찌 될 지 알 길이 없어서 포기했습니다. 결국 마음의 표현도 허리가 온전하지 않으면 할 수가 없네요.
바로 앞에 있는 핸드폰을 잡기가 어려웠습니다. 평상시 같으면 아무렇지 않은 일인데도 조심조심스럽더라고요. 작년 허리협착증 수술을 받았던 엄마가 얼마나 아팠을까 생각이 듭니다.
Near Miss 이벤트에 다시 한번 감사합니다. 평소의 생활습관, 운동습관을 돌이켜보고 대형사고가 일어나지 않도록 유의해보겠습니다. 떨어지는 낙엽도 조심할 나이라고 하는데요.
조심 또 조심, 건강 또 건강해 보렵니다.
그래도 아픈 건 아프네여. 주말이 편안히 지나가길 바래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