brunch

방시혁이 묻는 세가지질문에 스몰스텝으로 답하다

스몰스텝

by 임세환


2019년 올해

특별한 날을 제외하고는 뒷산을 오르고 있습니다. 이 곳 녹번동으로 이사온지 올해로 8년째이지만 산을 오른 기억은 거의 없습니다. 사실 산행이라기 보다는 가벼운 1시간정도의 북한산둘레길투어가 더 정확한 표현입니다. 출발할 때 유투브 영상 하나를 골라 이를 두어번 들으면서 오르내리면 어느새 다시 집에 도착합니다. 그 영상이 심장에 꽂히면 연이은 1시간동안의 출퇴근길에서 다시 찾아 듣고 고민하고 생각해봅니다. 얼마 전에는 #세바시#박상미 교수님 영상이 그랬고, 어제 그제는 방시혁의 서울대졸업식축사가 그랬습니다.


1.방시혁이 서울대 미학과를 간 이유는?
2.방시혁이 음악 프로듀서가 된 결정적인 순간은 무엇일까요?
3.외신에서는 방탄소년단을 유투브시대의 *** 라고 합니다.
4.방시혁은 *는 없지만 **는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5.방시혁이 생각하는 두가지 행복은 감정적 행복과 ***으로 인식되는 그것입니다.
6.알 수 없는 미래를 위해 시간을 쓸 것인가? 확실한 오늘을 위해 치열하게 싸울 것인가? 당신은 어떻습니까?7.우리들의 행복은 **에 기반하여야 합니다.
8.방시혁은 자신의 묘비에 어떤 말이 적히시기를 소망했을까요?
- 답은 아래 영상과 글에 있습니다.


2월26일 방시혁 빅히트엔터테인먼트 대표의 서울대 졸업식 축사가 있었습니다. 이 소식은 그날 저녁은 물론 그 다음날까지도 인구에 회자되었습니다. 서울대졸업식인데다가, 방탄소년단 방시혁대표가 축사이기에 대중의 관심이 높을 수밖에 없었고 실제 파장이 컸던 것은 축사내용이었습니다. 여러 온라인매체에서 연설문 전문을 알렸고 나 역시도 그 기사를 한 번 눈으로 스킵하고 넘어갔었습니다.


그러나 아래의 축사 전체영상을 보지 않았더라면 나는 그가 던진 세가지 질문을 찾지 못 할 뻔했습니다. 그냥 무심히 지나쳤을 것입니다. 사실 방탄소년단의 노래의 1도 모르는 나이기에 그 중요도와 관심은 많을 수 없었습니다. 그러나 우연치 않게 이 영상을 만났고 새삼 문자언어만으로는 표현되기 어려운 음성과 영상이 주는 힘을 느꼈습니다.



방시혁 서울대학교 졸업식 축사 영상


그가 축사를 통해 우회적으로 물어보고 있는 세가지 질문에 답하고자 합니다.


하나. 너의 삶의 원동력은 무엇이니?


여러분! 저는 꿈은 없지만 불만은 엄청 많은 사람입니다. 얼마 전에 이 표현을 찾아냈는데 이게 저를 가장 잘 설명하는 말 같습니다. 오늘의 저와 빅히트가 있기까지, 제가 걸어온 길을 되돌아보면 분명하게 떠오르는 이미지는 바로, ‘불만 많은 사람’이었습니다.

세상에는 타협이 너무 많습니다. 분명 더 잘 할 방법이 있는데도 사람들은 튀기 싫어서, 일 만드는 게 껄끄러우니까 주변 사람들에게 폐 끼치는 게 싫어서, 혹은 원래 그렇게 했으니까, 갖가지 이유로 입을 다물고 현실에 안주하는데요. 전 태생적으로 그걸 못 하겠습니다. 제 일은 물론, 직접적으로 제 일이 아닌 경우에도 최선이 아닌 상황에 대해서 불만을 제기하게 되고 그럼에도 개선이 이루어지지 않으면 불만이 분노로까지 변하게 됩니다.

- 방시혁 2.26서울대 축사 일부(이하 동일)


10대에는 빨리 어른이 되고 싶었고, 20대에는 세상을 바꾸려고 하였고, 30대에는 평범한 직장인이 되고 이제는 40중반을 넘어선 지금, 이 물음에 대한 답을 선뜻 내뱉기가 부끄러워서 몸둘바를 모르겠습니다. 꿈을 잊은지, 잃어버린 지 오래고 내가 걸어온 길을 단 한마디로 설명하기 곤란한 그저 그런 삶의 연속이어서 씁쓸합니다.


방시혁대표처럼 자신의 길을 돌아보았을 때 선뜻 떠오르는 단어 혹은 이미지가 있는 사람은 타인의 호불호에 관계없이, 그 삶의 발자취의 선악에 대한 평가와 무관하게 명료한 삶을 살아 온 것일거니다.


하지만 저는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기서 있지도 않은, 생각나지도 않은 삶의 원동력을 찾아보려고 애쓰는 것은 거짓을 이야기하는 것입니다. 없는 것을 찾을 수는 없습니다. 대신에 저는 앞으로의 내 스스로를 밀어내고자 하는 것을 찾고자 합니다.


그건 바로 “소소한 하루”입니다. 꿈을 꾸기에는 어울리지 않는 나이, 불만을 삶의 원동력을 삼기에는 이미 늦은 나이입니다. 대신에 누구에게나 있는 하루는 모두에게 평등하기에 저는 이 하루를 소소하게 채우는 것으로 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올해 30여년 가까이 벗삼아 온 오랜 친구인 술과 담배를 이별했습니다. 이 친구들과 함께하면 소소한 하루하루를 이어가기 어려워셔요.


2019년 2월 한달동안의 산마실모습 @임세환



몸과 마음의 균형을 위해 작지만 긍정적인 습관을 하나하나씩 쌓아나가는 소소한 하루를 만드는 것, 그것이 바로 앞으로의 나의 모습이 될 것입니다. 거대한 담론도 미세한 분석도 아닌 그저 고요하면서도 진중한 하루하루를 이어나가고자 합니다. 아침에 산마실을 다녀오고 잠들기전 감사일기를 적으며 내일을 기대하는 것, 바로 그것입니다.



둘. 너의 행복은 뭐야?


그는 이야기합니다. 행복이란 두가지로 즉 정서적인, 감정적으로 느끼는 행복과 이성적으로 인식되는 것으로 나눌 수 있습니다. 특히 외부적인 자극과 상황에 따른 만족에 머무는 감정적인 행복 대신에 <이성적으로 인식되는 행복>은 삶을 발전시켜나가는 데 더더욱 중요합니다.


따라서 자기만의 고유한 행복에 대해 그 정의를 정한 후 나의 행위와 실천이 어떠한지를 하나하나씩 일상을 만들어나가는 것은 행복한 일중에 으뜸이 될 것입니다.


그러나 우리는 나의 객관적인 상황에 터잡아 나를 보지 못하고 있습니다. 남들의 기대, 타인의 시선에 내 스스로의 자기중심성은 어느순간 사라져버리고 시간에, 상황에 굴종하여 어찌어찌 하루를 보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자신이 정의하지 않은 남이 만들어 놓은 행복을 추구하려고 정진하지 마십시오. 오히려 그 시간에 소소한 일상의 한 순간 한 순간들에 최선을 다하기 위해서 노력하십시오. 무엇이 진짜로 여러분을 행복하게 하는 지 고민하십시오. 선택의 순간이 왔을 때 남이 정해 준 여러 가지 기준들을 좇지 않고, 일관된 본인의 기준에 따라서 답을 찾을 수 있도록 미리 준비하십시오. 본인이 행복한 상황을 정의하고, 이를 방해하는 것들을 제거하고, 끊임 없이 이를 추구하는 과정 속에서 행복이 찾아올 겁니다. 그렇게 하다 보면, 반복은 습관이 되고, 습관은 소명이 되어 여러분의 앞길을 끌어주리라 생각합니다.


일관된 본인의 기준으로 삶을, 세상을 바라보아야 합니다. 남이 아닌 나의 세계관으로,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만들어 나가는 것입니다. 그 실천적인 것들은 무엇이 있을까요? 남들과 분명히 구별되는 나라는 사람, 나의 행복은 나의 소소한 습관으로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남의 시선이 아닌 나의 습관말이죠


제가 요즘 매일 만나는 문장이 있습니다.

그 작은 습관 하나하나를 차곡차곡 쌓아가는 것, 그것이 네가 아닌 그가 아닌 바로 나를 설명하고 나의 행복을 이야기 합니다.



셋. 너만 안녕하지 않을꺼지?


마지막으로 그는 염려의 말을 잊지 않습니다.


내 삶의 원동력과 전진, 남이 아닌 나의 행복을 위해 나는 어떻게 행복을 설정하고 점검하고 이를 확장하였는 지 말해왔기에 덧붙이는 그의 염려는 더더욱 큰 울림이 됩니다.


한 가지만 덧붙이자면, 여러분의 행복이 상식에 기반하길 바랍니다. 공공의 선에 해를 끼치고 본인의 삶을 개선하지 못하는 파괴적이고 부정적인 욕망을 이루는 것이 행복이라고 생각해서는 안됩니다. 이를 위해 여러분 바깥 세상에 대해 끊임 없는 관심을 유지하고, 자신과 주변에 대해 애정과 관용을 가져야 합니다. 그러한 관심 속에서 여러분의 삶에 제기되는 문제들, 여러분의 행복을 방해하는 요소들을 발견하게 될 것이며, 그것들을 해결하고 본인이 생각하는 상식을 구현하기 위해서 노력하게 될 것입니다. 이런 노력들은 궁극적으로 더 나은 세상을 만드는 데 기여하게 될 것입니다.


결코 부조리에 저항하는 것이, 무사안일을 극복하고 나태하지 않고 하나하나 나다움을 채워나가는 것이 혹여나 다른사람의 이해를 침범하고 그들을 내 행복의 도구로서 이용하지는 않는가 점검해 보아야 합니다.


나의 행복이 다른 이들의 불행의 결과라면 그것은 행복이라고 이야기 하지 못할 것입니다. 우리는 특히나 소명의식을 가지고 있는 이 학교 졸업생들의 많은 과오를 보아오면서 우리들의 안녕이라는 모두의 공동선이 무너져내리는 것을 무척이나 많이 보아왔기에 더더욱 씁쓸합니다.


우리들의 행복은 상식에 기반하여야 합니다. 네이버 뉴스 캡처


비단 이 학교 졸업생만의 문제는 아닙니다.


나는 어떠했는가? 반성해봅니다. 직장에서, 선후배와의 관계에서, 집에서 삶의 구석구석에서 나 혼자만의 행복과 안녕만을 위해 나의 에너지를 쏟아왔는지 점검해 봅니다. 나의 스몰스탭은 결코 나에게만 그치지 않습니다.


부조리(不條理)
1.<명사>이치에 맞지 아니하거나 도리에 어긋남. 또는 그런 일.
2.<명사>‘부정행위’를 완곡하게 이르는 말.
3.<명사>,<철학>인생에서 그 의의를 발견할 가망이 없음을 이르는 말. 인간과 세계, 인생의 의의와 현대 생활과의 불합리한 관계를 나타내는 실존주의적 용어로, 특히 프랑스의 작가 카뮈의 부조리 철학으로 널리 알려졌다.

네이버국어사전에서 옮겨왔습니다. 방시혁이 말하는 부조리는 기호<3>이라기보다는 기호<1>에 가깝습니다.


<부조리>에 대한 저항과 극복은 나만의 행복이 아닌 공동의 안녕을 향해 나아가야합니다.

세상에 대한 관심과 연대는 우리 모두의 삶을 진일보시키는 것이자 내 삶을 건강하게 만드는 가장 일차적인 것이니까요.


유투브화면캡처


방시혁대표의 축사를 몇번이나 돌려 들으며 어떻게 감사함을 전해야 할 지 모르겠습니다. 또한 그가 만든 방탄소년단에 대하여도 더더욱 궁금해집니다. 내일부터 들어보겠습니다. 저런 시선을 가진 사람과 함께 하는 가수분들의 음악과 삶은 확연히 바르지 않을까해서요. 아마 나만 모르고 모두가 다 알고 있는데 혼자서 뒷북쓰고 있는 지 모르겠습니다.


고마운 시간, 감사했습니다.


방시혁이 원한 방탄소년단 / 저도 이제부터 알아봐야겠습니다.


keyword