길 위에서

2023.05.13

by 작가님


S#1. 주말 아침, 덕수궁 길



주말 아침,

고요한 덕수궁 길을 걸었다.



시선이 머무는 곳을 나도 모르게

찰칵찰칵 담아본다.



유리창에 비친 내 모습



내 사진을 잘 찍지 않는데

창에 비친 모습은 꾸 찍게 된다.



풍경과 사람 그 사이

어딘가에 존재하는 내 모습이

난 좋다.



서울시립미술관
서울시립미술관



오랜만에 방문한 서울시립미술관엔

에드워드 호퍼에 "길 위에서" 전시가 열리고 있다.



한 껏 차려입은 사람들이

길게 줄 서 있는 모습 보는 게,

참새가 짹짹 거리는 소리를 듣는 게,

햇살과 바람의 하모니를 느끼는 게, 좋다.



이렇게 귀여운 신호등이라니



배재공원 가는 길에 만난 작은 신호등

높고 멀게만 느껴졌던 게

작아지고 가까워지니 귀엽다.



누군가와 가까워지는 과정도 이럴까?

그 사람의 귀여운 면, 어리숙한 면을 보았을 때

나도 모르게 마음이 동하고, 미소가 지어진다.



추억의 배재어린이공원
나만의 놀이터



도심 속에 파라다이스 같은 곳

여고생 시절, 학교에서 어렴풋이 보이던 이곳이

항상 궁금했었다.



아무도 없는 놀이터에서

자유롭게 그네를 타 본다.

하늘 가득한 나뭇잎들에 가까워졌다 멀어지는 게 재밌다.




예쁜 하트모양 나뭇잎과
배재공원



무대를 보면

너를 관객석에 두고, 노래하던 그날이 생각난다.

십 년도 더 된 일인데 아직도 그 순간이 생생하다.



다시 너를 만나면

그때처럼 널 앞에 두고 춤을 수 있을까?




에드워드호퍼 전시




다시 돌아 돌아 "길 위에서"

나의 오늘 주말 산책과 너무나 잘 어울렸다.




덕수궁 돌담길



돌담길과 하늘과

나뭇잎과 바람이 환상적인 조화를 이뤄낸다.



한 참을 하늘을 바라보며 걷다 서다 했다.

이렇게 걸을 수 있는 게 감사다.



옛날 우리 집 생각이 나는 장독대
덕수궁 돌담길



평소 같으면 지나쳤을 길을

내 의지로 걸어가 본다.



타의에 의한 이동 아닌,

자유 의지에 따라가는 경험은 나를 단단하게 만든다.




고종의 길



누군가에게 길은 도피이자 희망이다.

그 끝에 무엇이 있을지 가봐야 알지만,

가고자 하는 결심과 과정 속에서 상황은 달라진다.




공중전화



새빨간 공중전화를 보자

반가움에 미소가 지어진다.



수 없이 많은 날을 고민과 후회로 서성였는데

"달칵"하고

전화기를 들면 이외로 쉽게 일이 풀리곤 한다.






발이 작건 크건

걸음걸이가 예쁘건 이상하건

걷는데 중요하지 않다.



어린 시절 처음 걸었던 그 마음을

기억하고 있다면

걷는 것 자체로 의미가 있다.




길을 걷다

갈라지고 녹슬고 곰팡이 핀

오래된 것을 보면

누군가의 마음 같아서 그냥 지나치기가 힘들다.



한번 봐주고 사진으로 담고

그 마음을 읽어주면 의외로 편안해진다.



알록달록 조약돌


수많은 돌 숲에서

예쁘게 빛나는 나만의 조약돌을 찾으면

후후 불어 보석인양 가지고 온다.



같지만 다른 조약돌.

이름 붙이기 나름이다.

생각하기 나름이다.



지금처럼 잘 자라줘



차가운 대리석에서

푸르게 자라는 너를 응원하고 싶다.



누구나 자신만의 시간에

진심을 다하고 있.






#산책일기

#덕수궁길

#길위에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