진취적인 한글 제목이다. 원제는 back and Forth
영화와 드라마, 식생활 다큐 등이 많은 넷플릭스 안엔 많지는 않지만, 간혹 메탈리카나 너바나 등의 음악 다큐멘터리 등도 등록되어 있다. 그런데 개중 뜻밖에 자리한 푸 파이터즈의 다큐멘터리라니! 반색하며 반길 수밖에 없었다.
2011년에 제작된 작품이니만큼 이들의 명반 [Wasting Light] 발매 직후의 상황까지가 담겨있다. 이들이 최종적으로 현재의 6인조 편성이 되기 바로 전의 라인업이니 나름 밴드의 전반적인 이력을 이해하기엔 용이하다. 무엇보다 데이브 그롤은 밴드의 이력을 설명할 때 너바나 시절을 굳이 부인하지 않고 담백하게 토로하고 있으니 보기에도 편한다. 그는 릭 에슬리까지 락페에 초대해 기상천외한 너바나 풍 인트로의 연주를 들려준 적이 있다. 이제 시절의 그림자를 덜어낸 편안함까지 보여주는 그를 보면 모든 것이 많이 변했음을 실감한다.
혼자 작업한 것이나 마찬가지인 밴드명 셀프 타이틀 데뷔반이 발매된 것이 1995년 당시였다. 이제 밴드는 지금까지 두 자리를 어느새 찍은 관록의 시절을 보내온 셈이다. 이후의 다큐에서 드러나는 서사는 그야말로 밴드라는 생명체에 대한 고통의 토로의 연속이다. 개그와 유희를 잃지 않은 뮤직비디오를 통한 MTV 친화성을 비롯, 드넓어지는 인지도와 평론들의 호평에도 불구하고 이들의 이력은 순탄치 않은 모양이다.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다는 격언은 존재하지만, 구르는 과정에서 부침이 없을 리가 없고 이들도 마찬가지다.
결성 당시의 순탄함에 비해 안정기와 완숙기에 들어서 도드라지는 멤버들의 이탈과 교체, 복귀 등은 데이브 그롤의 위장병이 훤히 보이는 기분마저 든다. 결속의 정점이라고 생각된 시기에 발생한 캘리포니아 출신 드러머 테일러 호킨스의 약물 이슈는 이런 의미에서 제법 찬물 격의 사건이다. 이러니 여러 우환의 연속으로 데이브 그롤이 드럼 포지션으로 자처해 가세한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로의 외도는 지금 시점에서 보면 새삼 자연스러워 보인다. 리더라는 이름에 대한 묵직한 부담감을 들고 그가 퀸스 오브 더 스톤 에이지의 드럼 세트에서 타당 타당 치며 보여준 연주는 일종의 발산이 아니었을까.
(탈퇴, 교체 멤버들 모두를 포함한) 인터뷰 내용들은 비교적 솔직하다. 신규로 들어온 동일 포지션의 멤버들의 등장에 대해 밥벌이 문제로 견제할 수밖에 없었던 당시 멤버들의 토로, 리더로서의 역할에 대해 지친 나머지 적당히 무책임할 수밖에 없었던 데이브 그롤의 인간적인(?) 모습까지도 자연히 노출되어 보인다. 실력 + 실력 + 역할의 성실 이행 = 밴드 생활의 공식이면 세상에 어려운 일은 그다지 없을지도. 그럴 수 없었기에 밴드라는 기이한 유기체는 자신만의 생명력을 가지며 울퉁불퉁한 일들을 야기한다.
이런 내우외환 등을 겪은 밴드가 어느 정도의 시기가 되어 추구한 음악의 방향이 일종의 ‘원초성’ 또는 오리진에 대한 갈구임은 특징적으로 보인다. ‘차고(Garage) 녹음’의 방식으로 낳은 음반, [There is Nothing to Lose]으로 인한 부활의 조짐과 이어지는 [One by One]의 성공은 킬링 트랙과 대중들의 환호를 동시에 입은 밴드의 입지를 굳히는데 기여를 하게 된다. 다큐로서의 전체적인 서사가 기-승-전- 이후 결로 가는 과정에서 시청자에게 안도를 주는 순간이기도 하다. 물론 2019년 현재 이들의 이력은 또 하나의 승-전을 진행 중인지도 모를 일이지만.
비 온 뒤에 굳어지는 농토 같은 밴드의 안정성은 일련의 투어에서 인상적인 광경을 만들고, 이 다큐멘터리의 매듭을 만든다. ‘그래도 우리는 앞으로 간다.’ 이후의 역사는 보시는 바에 같이 진행되는 역사이며, 이 영상물을 보는 나 같은 대중들의 편한 마음을 유도한다. “잘 굴러가는 밴드”. 특히나 한국 같은 나라에서 보기엔 아주 부러운 구경거리 아닌가! 구르는 돌엔 이끼가 끼지 않는단다. 돌 굴러가는 환경도 안 되는 나라 안 국민으로선 어쩔 수 없이 안고 있는 부러움이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