회전목마를 탔다 _ 육아일기 (D + 520일)

by 리진
다운로드.jpg



추석이 다가온다. 장모님께서 코코에게 옷을 사주고 싶다고 하셔서 아웃렛에서 만났다. 배가 고파 우선 점심을 먹기로 했다. 아웃렛 식당의 장점은 주변에 있는 사람들이 대부분 가족단위였기에 코코가 울어도 눈치 보지 않고 식사를 할 수 있다는 것이다. 시간이 좀 지난 뒤 처형네 가족이 도착하자 아웃렛을 둘러봤다. 9살, 7살, 2살의 아이들이 있었기에 쇼핑은 우여곡절이 많았다. 옷 좀 보다가 젤리를 사 먹고, 풍선에 시선을 뺏겼다가 주변 강아지들을 따라다니기도 했다. 아이들의 뒤꽁무니를 쫓아다녀야 하다 보니 쇼핑은 뒷전일 수밖에 없었다.


길어지는 쇼핑에 힘들기도 했지만 아이들의 얼굴은 밝아보였다. 그러던 중 아웃렛 중심에 있는 회전목마를 타기로 했다. 줄을 서고 티켓을 끊었는데 코코는 놀이기구에 타기도 전에 흥분상태가 되었다. 소리를 지르고 난관 사이로 발을 집어넣으려고 버둥거렸다. 회전목마에 마음을 뺏겨버린 것이다. 기다림이 계속되자 찡찡거리기 시작했다. 다른 사람들이 회전목마를 타는 모습을 부러워하는 것 같았다. 어른의 입장에선 회전목마가 얼마나 재밌겠어라는 생각이 들었지만 코코는 처음이라 그런지 눈빛이 초롱초롱하다.


드디어 우리 차례가 되었다. 처형네 아이들과 나란히 코코가 말 위에 앉았다. 2살밖에 되지 않았기에 안전벨트를 채워줬어도 내가 옆에서 붙잡고 같이 탔다. 드디어 출발. 코코가 감탄하기 시작한다. 뱅글뱅글 도는 세상과 위아래로 움직이는 말이 재밌는 듯했다. 밖에서 쳐다보는 장모님과 처형네 가족, 아내가 웃는다. 코코의 표정이 너무 좋다. 태어나 처음 타보는 놀이기구가 만족스러운 것 같았다.


한참 동안 감탄의 말을 쏟아내던 코코는 회전목마가 멈추자 얼음이 되었다. 손잡이를 꽉 잡고 놓지 않는다. 다음을 기다리던 사람들이 있었기에 서둘러 안전벨트를 풀고 코코를 안아 올렸다. 출구로 걸음을 옮기는데 코코가 큰 소리로 울기 시작한다. 목소리가 얼마나 큰지 주변 사람들이 다 우리를 쳐다본다. 코코는 울기만 하는 게 아니라 발버둥을 친다. 회전목마가 더 타고 싶다는 알아들을 수 없는 말을 쏟아낸다. 주변 사람들이 웃기 시작한다. 한번 더 타려면 티켓도 다시 끊고 많이 기다려야 한다는 사실을 코코가 알리가 없다. 당장 나를 말에 태워놓으라고 소리칠 뿐이다.


민망해서 귀가 뜨거워지는 것을 느꼈다. 코코를 데리고 얼른 회전목마를 벗어났다. 좀 진정되고 나니 웃음이 났다. 얼마나 재밌었으면 이런 반응이 나올까. 고작 회전목마에 말이다.


쇼핑을 마무리하고 집에 도착했다. 옷을 갈아입고 코코 목욕도 시키니 정리가 좀 된 것 같다. 아내가 코코에게 물었다.

"코코야 오늘 재밌었어?"

코코가 큰 소리로 대답한다.

"응!"

우렁찬 대답에 아내와 나는 당황스럽기도 하고 신기하기도 해서 큰 소리로 웃었다. 최근에서야 뭔가를 물어보면 고개를 끄덕이거나 저으며 자기 의사를 표시하기 시작했는데. 이렇게 큰 소리로 대답한 건 처음이었다. 어느새 또 이렇게 성장한 건지. 하루가 다르다는 게 실감이 난다.


이전 29화도와준다 _ 육아일기 (D + 525일)